부적격 업체 선정에 계근요원 대행 드러나
자원순환 노력 무색
업계 "현장 밀착형 ESG 실천 시급"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허술한 적격심사와 관리 감독 부실로 지적을 받고 있다. 친환경 경영과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내세우고 있으나, 공공기관으로서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책임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문제 있는데 '이상 없음' 보고…심사도 부적격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2026년 감사원 이첩제보 감사' 결과에서 LH가 폐기물 관련 2건의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경제자유구역 지구 내 조성공사를 하면서 발생한 폐기물을 처리할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적격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대상인 A기업 보유 장비의 적재량 합계가 기준 미달이었고, 수집·운반 차량의 실제 소유자도 다른 법인 등으로 돼 있었다. 그럼에도 LH는 A기업을 적격 업체로 선정했고, A기업이 이를 다른 업체에 위탁하는 불법행위가 이뤄졌다.

문제가 된 폐기물은 비위생 매립지 지반공사를 진행하는 도중 발생한 폐토사였다. 부지 내 적치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가 주민 사이 논란이 되자 LH가 긴급으로 처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큰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계약체결을 위한 적격심사 업무를 소홀히 해 부적격자와 폐기물 처리용역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경고했다.
폐기물 처리 현장정보 관리·감독도 부실했다. LH는 본래 폐기물의 배출, 운반, 처리 각 단계별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관리하는 '올바로시스템'에 직접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관리 계근요원에게 LH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준 뒤 이와 관련한 관련한 업무 전반을 대행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현장에서도 처리를 담당한 B용역 업체의 불법적인 업무 재위탁이 있었으나 LH 소속 담당자들은 점검을 했다고 적으면서 '이상 없음'으로 보고했다. 관리 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LH 측은 B업체의 과업 수행 적정성 등에 대한 추가적인 확인 절차 없이 계약금액 539억원을 그대로 지급했다.
LH 직원의 폐기물 처리 관련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LH가 발주한 평택 고덕국제화지구 송전철탑 지중화 도로 조성 공사 현장에서는 건설폐기물이 불법 매립됐다. 이는 지난해 5월 평택시 조사를 통해 확인돼 공론화됐다. 평택시가 굴착한 결과 건설폐기물로 추정되는 벽돌 등 자재가 토사에 묻힌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2015년경 부산 명지지구 1단계 조성 공사에서 나온 잉여 토사와 폐기물을 2단계 공사에 재활용하겠다며 8년 넘게 야적 및 보관해 온 사실도 같은 해 드러났다. 중금속 오염토 54만톤과 중간처리가 필요한 폐기물 83만톤 등이 방수포 없이 방치돼 2차 환경오염 우려와 수백억원의 처리 비용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 폐기물 관리, ESG 경영 핵심…"실질적 제도 정비 절실"
앞서 LH가 폐기물 관리 및 재활용에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관리 부실이 더욱 부각된다. 지난해 10월부터 건설현장의 잉여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도입해 운영하면서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2023년에는 한국환경공단, E-순환거버넌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3기 신도시와 공공주택지구 개발 보상현장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방치되는 폐가전제품 등을 체계적으로 수거하는 것도 목표다.
내부적으로는 자원순환, 폐기물, 온실가스 등 환경(E) 평가 항목을 정량화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사업 규모 대비 폐기물 관리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원단위 기반 모델을 개발해 현장 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LH 관계자는 "사업장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자원을 재활용해 순환경제를 실천하고 있으며, 온실가스와 건설비용을 절감하며 친환경 경영과 자원순환형 ESG 실천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처리는 단순한 쓰레기 매립이나 소각을 넘어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은 그 양이 방대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다. 이를 적법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이자 기업의 필수적인 사회적 책임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이동석 삼정KPMG 부대표는 "최근 산업계 전반에서 ESG 경영이 최대 화두가 된 것도 폐기물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폐기물 처리업은 ESG의 핵심 요소 중 'E(Environmental)'와 직접적인 연관돼 있어 ESG 경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LH가 주택 공급에서의 유일무이한 공기업인 만큼 폐기물 관리를 통한 ESG 실천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시선이 짙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이나 환경 오염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파장이 지역 사회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환경 문제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이명은 경상국립연구소 연구원은 "공공발주자의 경우 이 법의 시행에 맞춰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관련 규정과 지침의 개선이 필요하나 이를 위한 현황조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폐기물의 발생을 줄이기 위한 1·2차 선별의 책임을 일원화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며, 현장에서의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전임 감독관의 배치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