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미 투자 계획 일환으로 자금 투입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이 원유를 매개로 한 새로운 에너지 협력에 나선다. 일본의 투자로 미국 내 원유 생산을 늘리고, 그 물량을 일본에 공동 비축하는 방안이 사실상 합의 단계에 들어갔다.
중동 정세 악화로 촉발된 국제 유가 불안을 계기로, 양국이 에너지 안보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구상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도너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미국은 원유 증산과 공급 안정성을 제공하는 '상호 보완' 구조다.

◆ 에너지 협력으로 중동 의존 탈피
이번 협력의 출발점은 중동 리스크다. 이란의 영향력 아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 원유 공급망에 대한 불안이 커졌고, 이는 곧바로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일본은 원유 수입의 약 9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충격에 취약하다.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이 선택한 대안이 바로 미국이다.
유력한 투자 대상은 알래스카 유전이다. 알래스카산 원유는 태평양 항로만 이용하면 돼, 중동산보다 수송 기간을 약 일주일 단축할 수 있다. 물류 리스크를 줄이면서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알래스카산을 포함해 미국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의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셰일 혁명 이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올라섰지만, 생산 확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알래스카 원유는 생산 잠재력에 비해 수출이 제한적이었다. 일본이 비축용으로 일정 물량을 꾸준히 구매한다면, 신규 개발과 생산 확대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생산 확대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도 작지 않다.

◆ '비축' 넘어 아시아 '공급' 거점으로
이번 협력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한 수입이 아니라 '공동 비축'이라는 점이다. 일본 내 저장 시설을 활용해 미국산 원유를 비축하고, 필요 시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일본을 에너지 소비국에서 '공급 허브'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비상 상황에서는 일본이 자체적으로 물량을 방출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고, 평시에는 시장 공급을 통해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결국 이번 협력의 가장 큰 목적은 유가 안정이다. 중동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은 양국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일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협력을 핵심 의제로 다루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원유 생산부터 비축, 공급까지 이어지는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번 합의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중동 의존 구조에 균열을 내는 동시에 미일 경제 협력의 축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