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법원·검찰

속보

더보기

[기자수첩] 좌천의 미학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문득 오래전 회사 다니던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 회사에 유배지가 있거든. 진짜 일은 안 시키는데, 그렇다고 놀라고만 있을 수도 없는 애매한 부서." 그는 그 부서에 간 선배 얘기를 하면서 "거기 가면 뭐 하냐"는 질문에 "출근한다"는 답밖에 못 들었다고 했다. 무언가를 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자리. 하지만 분명 누군가의 책상이고, 월급이 나오고, 조직도에 이름이 올라가는 자리.

박성준 사회부 기자

검찰의 '유배지'라 불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연구보고서를 취재하면서 그 친구의 선배가 떠올랐다. 연구위원은 연구를 한다. 적어도 직함만 보면 그렇다. 그런데 최근 5년간 나온 연구보고서를 다 합치면 37건이다.

당시 연구위원 정원 12명으로 가정하면 1인당 연간 0.6건, 1년에 한 편도 채 안 되는 숫자다. 보고서를 셈해보고 숫자를 계산하는 동안 이건 '연구자'가 아니라 '연구자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에 더 가까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연구위원 정원을 12명에서 23명으로 늘렸다. 검사들이 갈 수 있는 자리만 보면 9명에서 20명으로, 두 배가 훌쩍 넘는다. 개편안을 설명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연구 기능 강화를 위해…"라는 말로 시작하겠지만 실제 연구 실적을 보여주는 슬라이드는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1년에 한 건도 안 되는 보고서 숫자를 띄워놓고 "그래서 더 늘립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했을지 모른다.

법조계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게 진짜 연구 강화냐"는 질문에는 돌아오는 답이 거의 비슷했다. "좌천시킬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죠." "연수원은 원래 그런 데 아니었나요." 누군가는 노골적으로 "유배지 정원 늘린 것"이라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만 바뀐 검사들이 그곳으로 향했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관행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그리고 이재명 정부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이 바뀌었을 뿐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자리는 일반 사람들의 시야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지도에서 색이 옅게 칠해진 변두리 같은 곳이다. 업무보고나 실적 발표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다만 검찰 인사 때마다 "누가 유배됐다"는 기사에 한 줄 이름을 올린다. 그 뒤에는 책상, 컴퓨터, 명함, 그리고 누군가의 하루가 있다. 그들이 어떤 연구를 했는지는 숫자로만, 그것도 0.몇 건 같은 모호한 수치로만 남는다.

정부는 늘 명분을 앞세운다. 법무부는 "법무행정 서비스 향상을 위한 연구 기능 강화"를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연구가 거의 나오지 않는 연구직을 키워온 결과를 두고 우리는 얼마만큼 그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할까. 혹시 '연구'라는 단어가 불편한 진실을 가리기 위해 동원되는 가장 무난한 포장지가 된 건 아닐까. 성과를 물어보면 "연구 중"이라고 답할 수 있고 숫자를 묻는 질문에는 "질적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단어.

검찰 조직의 유배지는 보통 '한직'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한직이 정말로 한가한 자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을 많이 하느냐 적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을 해도 의미가 쌓이지 않는 자리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연구를 해도, 내부 교육을 충실히 해도, 그 성과를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곳. 그래서 누구에게나 보내기 편한 자리.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수 싸움에서 밀릴 때마다, 늘어나는 정원만큼 사람을 채워 넣기 좋은 곳.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정원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우리 사회가 '눈에 잘 안 보이는 자리'를 어떻게 취급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지도에서 변두리를 연한 색으로 칠해놓고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던 시간들. 이번 연구위원 정원 확대는 그 변두리를 좀 더 진하게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유배지라고 불리는 자리에서 진짜로 유배되고 있는 건 어쩌면 정부의 책임감, 그리고 시민들의 기대일지도 모른다.

parksj@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부, 오늘 석유 최고가격 4차고시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정부가 23일 석유 최고가격 4차 고시(24일 시행)를 발표한다. 최근 2주간 국제유가가 하락해 인하요인이 발생했지만, 기존에 누적된 인상요인이 있어 큰 폭의 조정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22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추진됐던 미국-이란의 '종전 협상'이 무산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23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저녁 석유 최고가격 4차 고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3차 고시는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정부는 민생 안정을 감안해 고심 끝에 동결했다(그래프 참고). 지난 2주간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원가 부담이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3차 고시 때 인상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큰 폭의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당정 간에도 현재 석유시장에 대한 시각차가 있어 최종 결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로 당정은 지난 22일 저녁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제4차 석유 최고가격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4차 석유 최고가격은 시장 영향, 국제유가, 국민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동결이냐 추가냐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석유업계에서는 소폭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경유는 최고가격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물차 운전기사나 택배기사, 자영업자, 농어민 등 생계형 수요자들이 주로 경유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2주간 인하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3차 고시)에 반영하지 못한 인상요인도 있다"면서 "국민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dream@newspim.com 2026-04-23 05:30
사진
미 해군장관 해상봉쇄 중 전격 경질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존 펠런 미국 해군장관이 22일(현지시간) 전격 경질됐다. 이번 경질은 미 해군이 이란 전쟁 휴전 기간 중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수행하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숀 파넬 국방부 수석 대변인은 이날 저녁 소셜미디어 엑스(X)에 "펠런 장관이 행정부를 떠난다. 이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펠런 장관의 사임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AP 통신은 그의 사임이 갑작스럽다며, 전날에만 해도 워싱턴DC에서 열린 해군 연례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향후 추진과제에 대해 얘기를 했었다고 보도했다.  파넬 대변인은 "펠런 장관의 국방부와 해군에 대한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훙 카오 해군차관이 해군장관 직무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소식통들을 인용, 펠런 장관이 사표를 낸 것이 아닌 해임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펠런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사이에는 수개월간 갈등이 쌓여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펠런 장관이 함정 건조 개혁을 너무 더디게 추진한다고 불만을 품어왔으며, 펠런 장관이 자신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것도 문제 삼아왔다.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도 본래 펠런 장관 소관인 함정 건조와 해군 전력 획득 업무를 자신이 주도하려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펠런 장관은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사업가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수백만 달러를 후원한 뒤 2025년 해군장관에 인준됐다. 이번 경질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군 관련 장관직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교체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이후 각 군의 고위 장성 다수를 이미 경질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 해군 '황금함대' 관련 발표하는 존 펠런 해군장관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wonjc6@newspim.com   2026-04-23 08:5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