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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돌의 연애,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왕관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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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아이돌의 열애설은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사진 한 장, 목격담 하나만 있어도 온라인은 즉시 반응한다. 최근 방탄소년단 정국과 에스파 윈터를 둘러싼 열애설 역시 그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증거 분석과 정황 정리가 쏟아졌고, 그 속도는 언론의 팩트 확인 절차를 훌쩍 앞질렀다.

열애설 국면에서 늘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사생활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아이돌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이라는 반론이 충돌한다. 팬덤 내부에서도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응원을 멈추겠다는 선언부터 "다 큰 어른이 연애도 마음대로 못 하느냐"는 옹호까지. 감정의 온도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논쟁이 정작 당사자의 목소리와는 별개로 증폭된다는 사실이다.

문화스포츠부 최문선 기자.

아이돌의 연애를 무조건 개인의 사생활로만 치부하는 시선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아이돌은 일반적인 연예인과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직업이다. 음악과 무대 실력뿐 아니라 이미지, 관계성, 환상까지 포함해 하나의 완성된 상품으로 설계된다. 팬과의 관계는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산업을 이끌고 가는 핵심 전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아이돌의 연애는 개인적 선택이면서 동시에 직업적 리스크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팬들의 실망을 과도한 집착이나 통제 욕구로만 규정하는 시선 역시 공정하지 않다. 아이돌 산업은 오랜 시간 동안 팬과의 독점적 관계를 암묵적으로 전제해왔다. 연애 금지를 노골적으로 강조하지 않더라도, 팬사인회, 영상통화, 라이브 방송 등 유사 연애적 소통을 적극적으로 상품화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감정적 기대가 한순간에 흔들릴 때, 실망과 배신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다.

문제는 연애 자체보다, 그 연애를 둘러싼 태도와 책임이다. "연애는 자유"라는 말은 쉽게 던져지지만, 그 자유가 만들어내는 파장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아이돌은 연애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고, 팬덤의 신뢰를 흔들며, 활동 전반에 변수로 작용하는 현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자유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아이돌에게 연애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직업적 판단의 영역에 더 가깝다.

소속사들의 대응 역시 이 모순을 키운다. 열애설이 불거질 때마다 반복되는 "사실무근" 혹은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라는 입장은 논란을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추측을 키운다. 연애를 철저히 관리 대상으로 삼아온 산업이,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개인의 사생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은 책임 회피로 비친다. 명확한 기준 없이 상황별 대응만 이어지는 구조에서, 가장 큰 부담을 떠안는 쪽은 결국 아티스트 개인이다.

열애설이 하나의 '콘텐츠'처럼 소비되는 환경도 간과할 수 없다. 조회 수와 화제성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빠르게 확산된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클릭을 부르는 순간 이야기는 생명력을 얻고, 사생활은 이미지 서사의 일부로 편입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은 스스로를 방어할 여지도 없이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아이돌의 열애설이 매번 소란으로 끝나는 이유는 단순히 연애를 해서가 아니다. 팬덤, 산업, 대중이 각기 다른 기대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 간극을 조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돌은 인간이면서 동시에 브랜드이고, 연애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산업은 그 선택을 냉정한 변수로 계산한다. 이 불편한 전제를 외면한 채 "연애도 못 하게 하느냐"는 단순한 질문만 반복하는 것은 논의를 공허하게 만든다.

아이돌에게 연애의 자유를 요구하기 전에, 그 자유가 감당해야 할 직업적 무게부터 인정해야 한다. 연애는 죄가 아니다. 그러나 아이돌에게 연애는 결코 가벼운 선택도 아니다.

moonddo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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