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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저 루피는 '성장' 방점 찍은 RBI의 '의도적 용인'?..."美 관세 맷집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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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 달러당 91루피 돌파...RBI 긴급 개입 뒤 90루피 수준 회복
'弱 루피', 美 고율 관세 충격 완화하며 11월 수출 호조 견인
美와 무역 협상 체결 못하면 루피 추가 절하 전망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루피의 급속한 약세가 일부 완화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90루피를 돌파한 데 이어 91루피까지 넘어서자 인도 중앙은행(RBI)이 긴급 개입하면서다.

다만 시장에서는 RBI의 환율 방어 의지가 다소 약한 것으로 평가한다. 사상 최저치에 머물고 있는 루피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RBI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약(弱) 루피'로 미국의 고율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달러당 91루피 돌파 뒤 시장 진정 나선 RBI

달러 대비 루피 가치는 올해 약 6% 절하된 상태다. 11월에만 0.8% 하락하더니 이달 들어 16일까지 1.8% 추가 하락했다.

17일 개장 초반 달러당 91.08루피 부근까지 하락했던 루피 가치는 달러당 90.39루피로 거래를 마쳤다. 16일 종가(달러당 91.0275루피) 대비 0.7% 상승하면서 7개월래 최대 일일 상승 폭을 기록했다.

루피의 급격한 반등을 이끈 것은 RBI였다. 로이터 통신은 은행 관계자들을 인용, RBI가 17일 개장 직후 현물 시장과 선물(NDF) 시장 모두에서 대량의 달러를 매도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RBI가 16일 외환 스왑을 통해 50억 달러(약 7조 3950억 원) 상당의 달러를 매입한 뒤 또 다시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릴라이언스 증권의 수석 연구 분석가인 지가르 트리베디는 "최근 몇 달간 보여줬던 강력한 개입과 마찬가지로 RBI의 신속한 조치는 루피화의 일방적인 하락세를 꺾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뉴스핌] 인도 중앙은행(RBI)과 루피화 로고

◆ 루피 약세에도 기준금리 인하...환율 방어보단 '성장'에 방점

루피의 최근 약세는 인도 국내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외부 요인에 기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역 적자 확대와 미국의 50% 관세, 지속적인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의 영향으로 루피는 올해 전 세계 주요 통화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코탁 뮤추얼 펀드의 채권 및 상품 부문 최고투자책임자인 디팍 아그라왈은 "달러 대비 루피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주로 외부 요인 요인에 의한 것이지 국내 경제 약세 때문은 아니다"며 인도의 견조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충분한 외환보유고·관리 가능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지속적인 외국인 투자자 매도가 투자 심리에 부담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RBI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10월과 11월, 달러당 89루피 수준에서 환율 방어에 나섰던 것과 비교해 RBI가 시장 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RBI가 루피 약세를 일부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는 모양새다.

RBI는 이달 초 열린 통화정책위원회(RBI)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이에 더해 향후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자금 유출로 인한 루피 절하 압박이 상당하지만, 이보다는 물가와 경제 성장 지원에 정책 방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통화 가치 하락은 수출품의 달러 가격을 낮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RBI가 금리 인하로 내수를 뒷받침함과 동시에 미국의 고율 관세 충격 완화 수단으로 환율을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RBI가 17일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서기 전, 일각에서는 RBI의 환율 방어력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RBI의 640억 달러 규모 숏 달러 포지션으로 인해 현물 시장에서 루피 지지를 위한 추가 달러를 자유롭게 투입하기 어렵고,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외환보유고 활용 여지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은행 트레저리 책임자 쿠날 소다니는 "대규모 달러 숏 포지션으로 인해 RBI의 공격적 달러 매도 의지가 약화돼 루피가 자금 흐름에 따른 압박에 더 취약해졌다"고 블룸버그에 전했고, IDFC 퍼스트뱅크 애널리스트들도 대규모 달러 숏 포지션이 RBI의 개입 능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7000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弱루피'로 거둔 수출 쾌거...트럼프 고율 관세 버틸 '맷집' 얻어

루피 약세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기며 올해 들어 현재까지 약 180억 달러 이상이 인도 증시를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루피 약세가 수출 호조를 견인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인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버티는 효과적 수단이자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지렛대가 되고 있다.

인도 상공부의 15일 발표에 따르면, 인도의 11월 대미 상품 수출액이 69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61% 늘어난 것으로, 인도 전체 수출 증가율(19% 이상)을 앞지르는 것이다.

인도의 대미 수출은 지난 9월과 10월 두 달 연속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9%, 8.58% 감소했었다. 25%의 국가별 상호 관세에 더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따른 25%의 제재성 추가 관세까지 총 50%의 관세가 한 달 내내 적용되기 시작한 첫 달인 9월 대비 10월에 대미 수출 감소 폭을 줄인 데 이어 11월에는 큰 폭 반등한 것이다.

분석가들은 인도 경제가 7~9월 분기 8.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맞물려 11월 대미 수출이 급반등하면서 인도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여유를 갖게 됐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무역 연구 이니셔티브(GTRI) 설립자 아제이 스리바스타바는 "관세 인하 없이도 대미 수출이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줄인 인도는 이제 관세를 50%에서 25%로 인하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수출 지표에 고무된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농산물 수입 요구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며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인 유전자 변형 농작물이나 옥수수의 수입 확대 요구를 수용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대중 수출 증가도 눈길을 끈다. 인도의 지난달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90% 급증한 22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이 1조 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를 기록한 시점에 나타난 대중 수출 증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세계 무역 흐름이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인도 역시 대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안도감을 제공한다.

모간스탠리 투자운용의 솔루션 및 멀티에셋 그룹 부책임자인 지타니아 칸다리는 루피화 가치 하락을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위안화 가치 하락에 비유하며, 미국의 고율 관세가 유지될 경우 루피의 지속적인 약세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는 일련의 보복 관세 발표로 인해 2018년 3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약 12% 하락한 바 있다.

[사진=바이두(百度)]

◆ 루피 약세 반전 모멘텀은 美·印 무역 협상 타결

루피 약세를 반전시킬 재료는 미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이다. 뭄바이 소재 한 은행 관계자는 "(17일 RBI) 개입 이후 심리적인 효과가 작용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루피의 유의미한 상승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전문가들은 무역 합의 타결로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외국인 자금 흐름이 바뀌면서 루피 절하 압력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루피화 가치가 3~6% 상승해 달러 대비 80루피 후반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그라왈은 "RBI는 특정 환율 수준을 방어하기보다는 변동성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면서 시장 주도적 접근 방식을 지원하고 있다"며 "무역 협상이 타결되고 자본 유입이 개선된다면 내년에는 루피 가치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협정 체결에 실패할 경우 루피 가치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높은 관세에 따른 수출 부담, 외국인 경계심 강화, 달러 수요 강세로 인해 루피 가치가 내년에 달러당 90~95루피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hongwoori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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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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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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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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