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삼강동양고속'으로 초광역 경제권 도약
KTX-이음으로 생산유발효과 2조 3천억 원 예상
[동해=뉴스핌] 이형섭 기자 = 오는 30일 동해선 KTX-이음 투입으로 부산·울산·포항 등 영남권과 강릉·동해·삼척이 '3~4시간 생활·관광권'으로 묶이면서, 강원 동해안이 새로운 관광·경제권으로 떠오르며 강원 관광 르네상스가 열릴 전망이다.
접근성이 취약했던 동해·삼척이 고속철도의 직접 수혜지로 부상하고,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의 관광 수요를 가진 강릉까지 더해지면서 동해안 전역에 관광 르네상스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동해선 KTX-이음, 교통 패러다임 바꾼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동해선(부전~강릉)에 KTX-이음(시속 260km급)이 오는 12월 30일부터 본격 투입된다. 기존 ITX-마음(약 5시간 4분) 대비 약 1시간 10분 단축된 부전~강릉 소요 시간 약 3시간 50분 수준으로, 부산·울산·경북에서 강원 동해안을 당일 또는 1박 2일 코스로 즐기기 쉬운 구조가 마련됐다.
동해선은 2025년 1월 1일 개통 이후 11개월 만에 누적 이용객 181만 명을 기록했고, 부전~강릉 구간 개통 직후 한 달 동안 강릉역만 20만 명 안팎의 이용객이 몰리는 등 높은 수요를 입증했다. KTX-이음은 하루 6회(상·하 각 3회) 운행되며, 향후 삼척~강릉 구간 추가 고속화를 통해 3시간 20분대까지도 단축될 전망이다.
이로써 울진·영덕·삼척·동해 등 동해안 지자체는 사실상 'KTX 시대'를 맞게 되며, 수도권뿐 아니라 영남권과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동해안 3강, 각자 다른 관광 전략
강릉은 이미 연간 340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대표 관광도시로, 교통 개선이 곧바로 추가 수요로 이어질 수 있는 '완성형 시장'이다. 카페거리·경포·정동진 등 기존 명소에 더해, '한입만 투어' 같은 소규모 로컬 시식·체험형 프로그램과 야간경관·공연을 결합한 야간도시 관광으로 체류시간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해시는 역세권과 해변, 도심을 촘촘하게 잇는 순환버스와 연계 교통망을 정비해 '열차에서 내려 바로 즐기는 도시'를 지향한다. 망상해변·무릉계곡·동굴과 도심 상권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 당일 방문객을 숙박·소비로 유도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삼척시는 레일바이크·해상케이블카·해변·동굴 등 해양·체험 자원을 묶은 '엄지척 삼척 척척패스' 사업을 확대해, 교통·입장·식당 할인까지 통합한 자유이용권 개념의 상품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바다·동굴·레저를 한 번에 즐기려는 가족·청년 수요를 겨냥해, "삼척에서 하루면 휴가 절반을 해결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문화예술로 차별화하는 동해안
강릉은 '커피·바다·문화' 3박자를 기반으로 한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KTX-이음 시대를 맞아, 강릉국제영화제, 강릉커피축제, 강릉정동진영화제 등 기존 대규모 문화행사에 더해, 역세권·카페거리·해변을 활용한 소규모 거리공연·아트마켓·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강릉 정령의 밤' 등 야간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낮과 밤을 아우르는 '24시간 문화도시'로의 전환이 눈 앞에 다가왔다.
동해시는 '해와 산, 동굴과 예술'을 테마로 한 문화예술 콘텐츠의 개발이 요구된다. 망상해변·무릉계곡·동굴을 배경으로 한 야외 미술전시, 퍼포먼스, 뮤직 페스티벌을 정기화하고, 지역 예술가와 협업한 '동해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예술 프로그램의 상설화가 시급하다.
삼척시는 '해양·동굴·레저'에 '문화예술'을 더해 '복합 문화도시'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삼척해상케이블카·레일바이크·동굴 등 관광자원과 연계한 공연·전시·축제를 기획하고, 지역 예술가와 협업한 '삼척 문화예술 마을' 조성도 검토 중이다.
특히 여름철 썸머페스티벌을 '음악·아트·해양레저'가 결합된 복합 문화축제로 발전시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문화 관광객 유치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역이 내놓는 독창적 관광상품
동해시는 'STAY 동해'를 키워드로 웰니스·야간·스마트 관광을 결합한 체류형 패키지를 구상 중이다. 퇴근 후 영남권 도시에서 KTX-이음을 타고 올라와 망상해변 야경·야시장, 무릉건강숲 새벽 요가, 전통시장 브런치를 즐기는 1박 2일 코스는 MZ 직장인과 커플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척은 '엄지척 패스'를 고도화해 레일바이크·해상케이블카·해양레저, 카페·로컬 식당을 하루 또는 이틀용 패스로 묶고, 여름철 썸머페스티벌·야간 해변파티·불꽃쇼를 연계하는 '삼척 바다 올인원 패키지'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이 패키지를 동해선 KTX-이음 승차권과 연계 판매하면, 교통·체험·식사·축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상품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강릉은 '한 입만 투어'를 중심으로 로컬 식당·카페·수제 디저트·전통시장·공방을 엮어 '작게 많이 맛보는' 동선에, 윤슬 감성투어·강릉 정령의 밤·명주골목 야간 공연 등 야간콘텐츠를 더한 '낮엔 한 입만, 밤엔 감성야행' 패키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소규모 체험형 상품은 개별 여행자와 소규모 모임, 기업 인센티브 투어에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광역브랜드 '삼강동양고속'로 묶는다
동해안 6개 시·군 '삼강동양고속'과 같은 통합 브랜드를 통해 동해안을 하나의 해양관광 생태계로 묶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실제로 '부산 출발 → 삼척(해양레저·동굴체험) → 강릉(카페·로컬푸드·야간도시 투어) → 동해(웰니스·산책·동굴) → 양양·속초(산악·항만·서핑)'로 이어지는 2박 3일~3박 4일 광역 코스를 기획하면, 철도·버스·해양레저가 결합된 고급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경북·부산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삼척∼포항 철도시대'를 활용해, '부산 해양도시 투어 → 포항 영일만·운하 → 삼척·동해 해양레저·동굴 → 강릉 커피·야간도시'로 이어지는 '동해안 일주 KTX 투어'도 구상안으로 거론된다.
이 경우 광역자치단체가 통합 브랜드와 공동 예약·정산 시스템, 마일리지·멤버십을 운영하고, 각 시·군은 로컬 콘텐츠와 숙박, 축제를 공급하는 구조로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KTX-이음이 불러올 지역경제 활성화
동해선 고속화 사업에는 약 3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생산유발효과 2조 3천억 원대, 취업유발효과 4만 8천 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등 광역 경제 파급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된다.
별도 연구에서는 특정 역세권 KTX 정차만으로도 수천억 원 규모의 생산·부가가치 유발과 수천 명대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시된 만큼, 동해·삼척·강릉을 포함한 동해안 전체에서는 숙박·외식·교통·레저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또한, 교통 접근성 향상은 관광뿐 아니라 기업 입지, 물류, 주거 이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강원도와 경북·부산은 동해안을 '동해안 초광역 경제권'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들 광역단체가 철도 연계 산업단지, 해양물류 클러스터, 관광·레저 복합단지 조성 등을 함께 추진하면 동북아 해양관광 중심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 "콘텐츠와 정책으로 길을 채워야"
강원연구원과 관련 연구들은 동해안이 글로벌 해양·관광도시 벨트로 도약하기 위해, 지자체 간 공동 브랜드 구축, 해양·관광·물류 복합 육성, 체류형 관광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 강원특별자치도·경상북도·부산광역시가 참여하는 '동해안 광역 DMO(관광조직)'를 구성해 철도 연계 관광상품 개발, 외국어 통합 플랫폼, 공통 마일리지·멤버십 운영을 총괄하는 방안이 중장기 전략으로 거론된다.
동해선 KTX-이음이 길을 열었다면, 이제는 지자체가 콘텐츠와 정책으로 그 길을 채워야 한다.
'삼강동양고속' 브랜드 아래 동해안 전역을 하나의 생활·관광·경제권으로 설계한다면, 강원 동해안은 더 이상 '변두리 바다'가 아니라 동북아 해양도시 벨트의 중심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