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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건당국 "백신과 자폐 무관" 입장 철회...'정치적 입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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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C, 케네디 장관 백신 회의론 반영해 새로운 표현 채택...트럼프도 지지
의학계 "정치적 압력이 과학적 합의 위협" 반발...WHO도 "백신 유발 근거 없어"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그동안 유지해 온 "백신은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웹사이트에서 사실상 철회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백신 안전성 회의론을 반영한 것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CDC는 최근 백신과 자폐증 관련 웹페이지를 업데이트하며 기존의 "백신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라는 서술을 삭제하고, 대신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증거 기반(evidence-based)이라고 볼 수 없다. 영유아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기재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웹페이지는 또한 보건 당국이 관련성을 지지하는 일부 연구를 "무시해 왔다"고 언급하고, 보건복지부가 자폐증 원인에 대한 "광범위한 재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CDC는 수십 년 동안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입장을 유지해 왔으며, 이전 웹페이지는 2012년 미국 의학한림원(NAM) 검토와 2013년 CDC 연구를 근거로 "연관성 없음"을 명확히 제시했다. 

CDC는 또한 임신부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혜택을 안내하던 기존 웹페이지도 삭제하고 "최근 예방 접종 권고에 맞게 업데이트 중"이라는 안내만 남겨둔 상태다.

의학·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수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스탠퍼드대 감염병 전문의 제이크 스콧은 "정치적 압력이 과학적 합의를 뒤흔드는 위험한 선례"라며 "백신이 자폐증을 절대 유발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명제'를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CDC 면역·호흡기질환센터를 이끌었던 데메트레 다스칼라키스 전 국장은 "과학적 근거 없이 CDC의 권위를 혼란 조장에 활용하고 있다"며 "공중 보건 비상사태"라고 비판했다.

다만 CDC는 페이지 상단의 "백신은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은 삭제하지 않았다. 이는 공화당 빌 캐시디 상원의원과의 기존 합의 때문이라고 각주로 설명했다. 캐시디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상원 보건·노동·연금위원회(HELP)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편 WHO는 CDC 입장 변경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아동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WHO는 "다수 국가에서 수십 년간 수행된 대규모·고품질 연구들이 모두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며, 초기 연관성을 제기한 논문들은 "심각한 연구 결함으로 이미 신뢰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백신 반대 단체인 '칠드런스 헬스 디펜스'(CHD)는 "CDC가 마침내 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변경을 환영했다. CHD는 케네디 장관이 이끌었던 단체다.

케네디 장관은 올해 초 취임한 뒤 수전 모나레즈 CDC 국장을 해임했고, 이후 CDC는 비(非) 과학자 출신인 짐 오닐 HHS 부장관이 국장 대행을 맡고 있다. 

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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