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 있지만 위법성은 글쎄…행정소송·장관고발에 국토부 안진다
김윤덕 "죄 있으면 벌 받겠다"에 패소시 국토부 수뇌부 줄사퇴 압박 가능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10·15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서울 전 자치구와 경기 12개 시·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지정이 '통계 취사선택'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토교통부가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야권의 장관 고발과 함께 지정 무효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해당 규제지역을 해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정책의 적법성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을 드러낸 승부수로 풀이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그간 관행상 행정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장관이 직접 패소 시 정책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만큼, 유사시에는 규제지역 해제 및 정책 신뢰도 하락 등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1일 부동산 업계와 정계 그리고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가 통계 논란에 대해 '위법 사항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규제지역 지정 조정은 물론 국토부 수뇌부가 대거 사임해야 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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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국회에서 통계 논란에 대해 행정소송 패소시 책임을 지겠다고 언급했다. |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0·15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시·구를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할 때 활용한 통계자료에 대한 위법성 지적에 "적법하게 통계를 활용했다"고 하면서도 "행정소송 패소시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김 장관은 "부동산대책 추진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있다면 당연히 벌을 받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같은 김 장관의 발언은 통계 논란에 대한 정면돌파 선언으로 인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면 규제지역 조정은 반드시 추진돼야할 일이기는 하지만 굳이 장관이 책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못박아 발언했다는 점은 꼬리를 무는 의혹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행정소송은 11일 이뤄졌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9월 통계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국민들에게 숨긴 채 정치적 의도를 갖고 10·15 부동산대책을 남발했다"며 행정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개혁신당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10·15 부동산대책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행정소송의 1심 결과는 통상 3~6개월 후 나온다. 만약 행정소송에서 국토부가 패소하면 도봉·강북·금천·중랑 서울 4개구와 의왕·성남중원·수원장안·수원팔달 경기 4개 시·구는 규제지역 지정의 효력을 잃는다. 여기에 국토부가 패소할 경우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1심 결과 직후 즉각 해제될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국토부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가 6~8월 통계를 근거로 규제지역 지정을 결정했다는 점은 대책 발표 초기부터 설명된 부분이며 이후 한국부동산의 집값을 비롯한 9월 통계를 대책 발표 전 입수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현행 법령에서 공포되지 않은 통계를 활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위법으로 판단할 사항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물론 국토부가 규제지정에 유리하도록 통계를 '취사선택'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위법 사항이 아닌데다 국토부가 추석 이전부터 규제지역 지정을 준비했던 만큼 위법 여부를 따지는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것을 겨냥해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윤덕 장관도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통계 조작 질책에 대해 "벌 받을 사안이 아닌데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더욱이 이상경 1차관 갭투자 논란 이후 10·15대책 통계 논란이 잇따라 일며 정책 신뢰성이 흔들리자 법원의 판단으로 이를 회복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행정소송 패소시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책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한 만큼 만약 패소시 장관 및 주택정책 실무책임자 등 국토부 지휘부에 대한 사퇴 압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행정소송 기간이 최장 6개월까지 갈 수 있는만큼 규제지역 지정 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엇갈린다. 국토부는 현행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지정된 만큼 행정소송에서 패소하지 않는 한 규제지역 지정을 조정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가 규제지역 지정을 조정하는 것은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 되기 때문에 할 수 없겠지만 그 사이 해당지역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에 많은 애로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