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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원식의 시선] 아버지의 통닭과 노란봉투법...기억과 법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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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원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필자는 60년대생이고 80년대 학번이고 지금 50대 후반이니 이른바 586이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586들에게 전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특징은, 후진국에서 태어나 이른바 개발도상국에서 자랐고, 중진국에서 고생했다가 선진국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있다는 점에 다들 큰 이견은 없으실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 같으면 3~4세대 100년은 넘게 걸렸을 변화를 짧은 인생 여정에 모두 겪은 것이다.

이런 586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이가 많으신 분들 중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추억 중 하나는 기름이 배어 나온 종이 봉투에 들어 있는 통닭의 구수한 냄새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 아버지의 월급날이 되면 당신께서 퇴근길에 시장에서 사 오시던 바로 그 닭 말이다.

요즘이야 프라이드치킨이 우리나라 대표 K-푸드가 된 세상이니 필자보다 더 어린 세대들은 그런 통닭을 잘 모를 수도 있겠다. 맛이야 새콤달콤하고 매우면서도 달기도 한 요즘의 프라이드 치킨이 훨씬 좋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머릿속 기억의 맛만큼은 프라이드치킨이 아버지의 통닭을 이기기 어렵다.

추원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우리는 그 통닭을 기다렸지만 어머니가 기다리시던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아버지의 월급이 들어 있던 누런 봉투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월급날이면 회사에서 노란 마분지 봉투에 급여명세서와 현금을 넣어 근로자들에게 지급했고, 이 월급봉투는 가장의 권위와 가족의 생계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여겨졌다. 봉투 두께로 성공을 가늠하거나 월급봉투를 모아두는 문화도 존재했다고 한다.

그 누런 봉투도 옛말, 30년 전 내가 첫 직장 생활을 하고 월급을 받을 때 이미 모든 게 은행 예금계좌로 대체입금 되었기에 나는 그 봉투를 구경조차 못해 보긴 하였다. 자료를 찾아보니 1980년대 초중반부터 은행 전산망이 도입되면서 급여 이체 시스템이 등장했고, 1990년대 중반쯤 대부분의 회사가 급여를 은행계좌로 지급하게 되면서 전통적인 누런 월급봉투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각설하고, 지금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제계 모두 말들이 참 많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법원이 파업 노동자들에게 약 47억 원의 거액 손해배상을 명령하자, 이를 우려한 시민 약 4만 7천 명이 각자 4만 7천 원씩 성금을 모아 노란 봉투에 담아 전달한 것에서 유래했다. "노동자들이 다시 일상을 회복하기를 바란다"는 연대와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누런 봉투라는 어린 시절의 그리운 추억을 소환한 작명 센스가 돋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법률, 제도적 문제를 "노란색의 예쁜 봉투"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프로파간다를 선점한 것은 아닌가 하여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뭐 어찌 되었건 근로자가 일한 만큼 제대로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노란 봉투는 그와 같이 근로자가 받아가야 하는 정당한 임금을 대변하는 중요한 심볼이자 메타포이다.

그런데 과연 아버지들이 받으시던 그 봉투에 당신들께서 뼈 빠지게 일하셨던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들어 있었을까? 휴일도 반납하고 초과근무는 일상이셨던, 그리고 그런 노력으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토대를 닦으셨던 우리네 아버지의 고력을 그 봉투는 정당히 보상해 주고 있었을까? 그래서 필자는 이 문제는 추억이나 예쁜 노란 봉투라는 이미지가 주는 편향을 모두 제거하고 그 법안에 과연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지를 엄밀하고 명철하게 보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인한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며 불법 행위에 대한 증명 책임을 강화하여 노동자들의 쟁의권을 보호하는 것이다(사실 인공지능에게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고 요청해서 얻은 답변이지만 100% 동의한다). 필자는 진영 논리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일을 하였으면 그 대가를 정당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원칙에 대하여만큼은 아무런 의심을 가지지 않으며 이 법이 이 원칙을 옹호한다면 찬성할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반대할 뿐이다.

그런데 한 마디 하여야 할 것은 해야겠다.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외국인 투자가 줄 것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그 주장을 뒤집으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원청이 재하도급을 받은 회사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이 과연 그런 수준의 국가였는가?

OECD 국가 중 EU에 속하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많은 나라들은 약간의 경중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는 법체계를 갖고 있다. 미국, 캐나다도 주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호주는 확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법률에는 없고 판례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전 대우조선해양 용접공)을 비롯한 노조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5.08.24 choipix16@newspim.com

반면 우리 주위의 아시아권으로 확대하여 보면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은 원청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긴 하지만, 노란봉투법처럼 원청을 사용자 범위에 포함시켜 단체교섭권과 노동쟁의 책임을 포괄적으로 확대하는 제도는 대부분 갖추고 있지 않다. (아, 캄보디아는 그런 법률을 갖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게 사회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는지는 극히 의문이다)

현재의 우리나라가 어느 그룹에 속한다고, 아니 어느 그룹과 같이 취급되어야 한다고 생각들 하시는지? 과연 우리나라의 대외경쟁력과 투자 매력이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던 데 있었던 것인지? 세계 반도체의 중심이자 K9 자주포가 수많은 나라를 지키고 있고 케이팝데몬헌터즈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가 위와 같은 문제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하여야 하는 수준인지 모두들 심각하게 자문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노란봉투법은 그 밖의 다른 중요한 내용들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 특히 법률가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손해인정범위의 제한과 입증책임의 전환 등이지만 사실 비전문가분들이 세세히 알기에는 약간 복잡한 부분이 있고, 그 찬반에 대하여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일치되고 있지 않다. 필자로서도 이에 대하여는 아직도 고민이 많음을 털어놓는다. 다만 오직 앞서의 대원칙 즉, 성실히 일한 사람이 그 대가를 정당히 받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이 결과적으로 도출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는 임금을 상징하는 다양한 문화가 있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군인들의 급료 일부를 소금으로 지급했고, 이것이 현대 영어의 Salary의 어원이 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에게 하루 품삯으로 빵 10개와 맥주 약 4~5리터를 지급했다. 중국에서는 붉은 색 봉투(홍빠오)가 행운과 재물을 상징하며, 기업에서 연말 상여금이나 격려금을 홍빠오로 지급하여 직원의 사기를 북돋우는 관행이 있다. 이처럼 각 문화와 시대에 따라 임금을 전달하거나 그 가치를 상징하는 색상, 형태, 매개체는 다양했다. 이는 임금이 단순한 금전 이상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녀왔음을 보여준다.

이번 월급날에는 인생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전기구이 통닭을 한번 사가볼까 한다. 비록 누런 봉투는 없지만, 그 봉투가 상징했던 성실한 노동의 가치와 정당한 대가에 대한 원칙만큼은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이 아닐까.

대한민국 금융·증권법 분야에서 30여 년 경력을 쌓은 추원식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로 공직을 시작해 법무법인(유) 광장에서 시니어 에퀴티 파트너로 활동하며 ECM·증권금융 분야를 이끌었다. 교보증권, 대신자산운용, 리딩증권 등 주요 금융사 고문변호사를 역임했고, 금융위원회 BDC 설립 추진 자문위원, 거래소 코넥스 이전 상장 자문위원으로 산업 현안에도 기여했다. 공무원연금공단·건설근로자공제회·한국농어촌공사 투자심의·법률 자문 등 공공·민간 영역에서 폭넓게 활동하며 서강대 대학원 등에서 자금조달과 Pre-IPO 과정을 강의해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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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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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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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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