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정부·국회 등에 방법론 담은 보랏빛 책자 건네
국정기획위 '소통플랫폼' 통해서도 제안
성장모델, 6조 달러 한일 경제연합·500만 인재 유입 등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가 3가지의 새로운 성장모델(일본과의 협력은 저비용 사회 단초, 500만명 해외 인재 유입으로 내수·세수 확대, 관세파고 넘을 소프트 머니)과 1가지 실행모델(전국적인 규제개혁보다 모델도시에 파격적인 제도혁신)을 내놨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평소 국회강연, 정부간담회,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설파한 내용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심층연구해 제언집 형태의 책자로 펴낸 것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새정부 밑그림을 위해 경제계·국민 의견을 수렴 중이고, 지난 19일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새로운 성장 역사'를 강조한 가운데, 경제계의 이번 제언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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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좌)과 이재명 대통령. [사진=뉴스핌 DB] |
대한상의는 25일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 책자를 정부, 국회, 대통령실 등에 전달하고, 국정기획위원회 '국민소통플랫폼'을 통해 해당 내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발간에 부쳐 "어느 때보다 성장이 요구되는 시기다. 글로벌 지형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변화하고 한국경제는 그동안 항구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해 성장 제로의 우려에 직면했다"며 "새로운 정부와 함께 미래 한국경제의 성장 원천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파트너와 손잡고 고비용을 줄일 실행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적었다.
책자는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한 이유로 '제조업 중심의 성장방식'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70여 년간 1만% 이상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WTO체제 속에서 30년 간 수출규모 또한 5.5배 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품수출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국제질서 급변에 따라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조업 채산성까지 악화됐다. 30년 전에는 기업이 1만원을 팔면 830원(1995년)을 벌었는데, 이제는 320원 밖에 남지 않는 구조(2004년)가 됐다.
책자는 3가지 성장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글로벌 경제연합이다. 한국경제는 그간 모든 제도와 인프라를 대한민국에서 만들어 생산하는 독립경제체제였다.
이런 방식이 속도감 있는 성장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경제규모(Size)나 목소리(Voice)는 작아 글로벌 지형변화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씨름을 잘해왔던 선수가 수영을 하게 된 상황'에서 '물속에서 씨름이라도 하자고 목소리 내야하는 것 아닌가'란 얘기다.
또한 시장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 창출이 가능해져 저비용 구조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심·저성장 등 경제문제와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문제 등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는 일본과의 연대를 제안한다.
양국 시장을 합하면 6조 달러의 세계 4위 경제권을 형성해 규칙 제정자(Rule-setter)로의 역할 전환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LNG 수입 2,3위국이 공동 구매하면 가격협상력도 높아지는 등 저비용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도 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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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500만 해외인재 유치 제안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경제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 중 하나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소규모 내수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부터 고급두뇌를 받아들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숙련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 소비창출 뿐 아니라, 납세효과도 얻을 것으로 진단했다.
'젓가락으로 콩 건져내기보다는 큰 숟가락을 활용하자'는 논리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독일의 그린카드 같은 비자혜택,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정주여건 개선 등을 제안하고 있다. 좀 더 과감한 방법으로는 해외 대형 반도체 팹(fab)을 국내로 유치해 관련 고숙련 근로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큰 삽 전략'도 유효하다고 적고 있다.
셋째로 돈 버는 방식의 전환도 제안했다. 제언집은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되는데, 한국은 그간 상품수지에 의존해 성장해 왔고 이런 방식만으로는 관세정책의 타깃이 되는 등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본원소득, 영국의 서비스를 보라'며 일본과 영국 등은 본원소득수지와 서비스수지의 선전이 상품수지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서비스와 본원소득 공략을 위해 K-푸드, K-컬처 등을 산업화하고 전략적 해외투자를 강화해 투자소득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푸드를 예로 들어 그간 푸드 그 자체의 상품수출에만 신경썼다면, 이제 K-레시피, 쿠킹클래스, 주방기구, 인테리어 등 조직적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무풍지대'를 개척하자는 제안이다.
성장모델 구현을 위한 실행모델 중 하나로 '메가샌드박스'를 제안했다.
제언집은 "성장모델 실행을 위한 최우선 기준은 '저비용'"이라며 "성장모델 구현을 위해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고, 성과까지 시차가 존재할텐데, 단편적 접근보다는 전체적으로 한 번에 해결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위 가성비의 토털솔루션이 필요한 건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 메가샌드박스"라고 주장했다.
메가샌드박스는 혁신산업자에게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메가(광역) 단위로 넓힌 개념인데, 지역의 비교우위 기술, 산업, 컨셉을 결합해 지역별 다양한 선택조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샌드박스 내 파격적 규제혁신', '민간이 원하는 과감한 인센티브', '글로벌 인재 매칭', '글로벌 정주여건' 등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상의는 "저자들의 입장이 상의와 다를 수 있다"며 "저성장 고착화, 산업혁신 지체, WTO체제 약화 등 한국경제가 처한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기업인들의 전환 해법들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연구와 저술에는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지평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 등 뜻을 같이한 전문가 13명이 참여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책제언집에서 제시한 새로운 성장모델과 실행모델이 당장 도입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논의 자체를 지연시켜선 안 된다"며 "경제계 전반에 저성장·통상질서 변화에 대한 우려가 깊고, 지금 변하지 않으면 낙오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있기 때문에 새 정부 들어 다양한 정책주체와 경제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에 착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정책제언 내용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논의될 수 있는 저변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 소통플랫폼 내 '교양이연구소'에서 주제별 소통공간을 마련해 국민들의 추가적인 제안을 수렴할 예정이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