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캠프 방문하던 외교단 향해 총질...규탄 쇄도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스라엘군이 21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 내 제닌 난민캠프 인근을 방문 중이던 유럽과 아랍권 외교 사절단을 향해 경고 사격을 가하면서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규탄이 쏟아졌다고 CNN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20개국 이상의 외교관들이 공식적으로 제닌 인근 인도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계획한 일정이었다.
현장 영상에서는 이스라엘 병력이 도로 차단용 출입문 앞에 모인 외교 사절단을 향해 사격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영상에서는 최소 7발의 총성이 들리며, 사절단 중 한 명은 "벽 가까이 붙으세요"라고 외치며 대피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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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에서 군사 작전 중인 이스라엘 보안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행히 다친 이는 없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총격은 의도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이후 성명을 통해 "사절단이 허가된 동선에서 이탈해 통제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했다"며 "병사들이 경고 사격으로 후퇴를 유도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스라엘군은 외교 사절단임을 뒤늦게 인지한 뒤 조사에 착수했고, 결과를 관련 국가들과 공유할 예정이라며 "불편을 드려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해명에도 국제사회의 비난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 방문은 열흘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던데다, 사절단이 진입하지 않고 문 앞에서 15분 이상 대기했는 데도 이스라엘군이 경고 사격을 해왔기 때문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의 롤랑 프리드리히 서안 국장은 "이스라엘군의 설명은 오늘 사건의 심각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며,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 보안군이 과도한 무력을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드러낸다. 비무장 민간인을 향한 교전 규칙 적용 방식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사건 직후 기자회견에서 "외교관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핀란드 등도 자국 내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했거나, 불러들일 계획이다. 프랑스 외교장관 장노엘 바로는 이 사건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했고, 캐나다의 아니타 아난드 외교장관은 "사격 당시 현장에 있던 캐나다 직원 4명이 포함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요르단, 이집트, 카타르 등 아랍권에서도 규탄이 쏟아졌다.
튀르키예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외교관들의 생명을 위협했으며, 이스라엘이 국제법과 인권을 지속적으로 경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외교관을 겨냥한 사격은 단순한 안전 위협을 넘어 국가 간 상호 존중과 신뢰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책임자 처벌과 철저한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상군을 투입하며 가자지구 공세를 강화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 세계의 경고는 점점 고조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3국이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상 군사 작전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에 공동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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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가자지구 군사 작전 확대에 강력히 반대한다"라며 "가자지구의 인명 피해는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내에서는 이스라엘과 추진했던 무역협정도 보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CNN의 최근 보도는 이스라엘 내 극우 진영이 중동 정세를 더 불안으로 몰고가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우려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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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