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프트 거주자 임대차 계약 연장 불가
미리내집, 아파트형만 분양전환 될 듯
40~50대 무주택자, 서울시 장기전세 입주 기회 상실 우려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서울시 거주 무주택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 정책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미리 내 집'으로 바뀌면서 기존 장기전세주택 거주자를 비롯해 서울시 공공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기존 시프트 거주자는 20년 거주를 채운 경우 임대차 계약이 무조건 해지될 수 있는 데다 분양전환을 바탕으로 하는 미리 내 집도 주택 유형에 따라 분양 전환 규정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동안 '저렴한 주택' 공급을 위해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SH)공사 사장이 강력 추진했던 토지임대부주택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을 비롯해 분양전환 불가 임대주택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함께 40~50대 무주택자가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하기가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
8일 서울시가 청년층의 안정적인 주택 마련을 위해 미리 내 집의 공급과 공급물량 확대를 적극 추진하면서 기존 시프트 거주자와 공공주택 예비 청약자들의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시, 공공주택 제도 분양전환형 '미리 내 집'으로 급 선회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2025.02.08 donglee@newspim.com |
서울시는 지난해 '미리 내 집'으로 공식 명명된 장기전세주택II 정책을 내놨다. 미리 내 집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최대 200%를 벌어들이는 가구도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더욱이 아이를 출산하면 아예 입주자격에서 소득 기준이 사라지는 만큼 중산층 이상 부부도 입주할 수 있다.
특히 미리내집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서울시는 물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분양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분양전환이 가능한 것은 LH가 초기 주거비 부담 저감을 목표로 해 공급했던 5년 또는 10년 공공임대주택 말고는 없었다.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은 애초부터 분양을 목표로 공급하는 주택이다.
서울시는 최근 이같은 미리 내 집 공급을 대거 확대키로 했다. 지난 6일 발표한 미리 내 집 추가 공급대책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공급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I 시프트 약 2000가구에 대해 기존 입주자의 계약 연장을 중단하고 미리 내 집으로 공급키로 했다. 시는 20년 만기가 도래하는 시프트에 대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연 평균 400가구를 미리 내 집으로 공급키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미리 내 집 공급 확대정책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되는 저출생 방지를 위한 것"이라며 "신혼부부들에게 양호한 주택을 공급해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토록 하기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의 전임 임기 때 도입된 시프트는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으나 계약 연장은 불가능하다. 또 분양 전환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리 내 집은 최장 20년을 거주하면 분양전환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리 내 집으로 변경 공급되는 기존 시프트도 20년 후에는 모두 분양 전환이 가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기전세주택Ⅱ 공급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 기존 시프트 거주자 '의무적' 계약 해지에 주거불안 우려…토지임대부 주택도 공급 중단 가능성
다만 이같은 서울시의 급격한 공공임대주택 정책 변경에 따라 이용자들의 혼선이 예상된다. 우선 기존 장기전세주택I 시프트다. 20여년 전 공급된 시프트는 분양 전환이 되지 않고 최장 20년을 거주할 수 있다. 통상 1회에 한 해 계약갱신을 허용하지만 시프트는 계약 갱신 조항이 없어 20년 이후엔 서울시 방침대로 미리 내 집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시프트에 살고 있는 기존 거주자는 무조건 집을 비워줘야한다. 이들 시프트 거주자들은 또다시 주거불안에 시달리게 될 판국에 놓인 셈이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공공임대주택특별법에 따르면 공급자는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면 해당 주택을 분양전환할지 임대계약을 갱신할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공공임대주택에서 입주 대상 자격을 상실하지 않은 기존 거주자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끝내는 상황은 지금까지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은 장기전세의 경우 20년, 국민임대의 경우 30년 식으로 의무 거주기간이 있는데 이를 지키면 이후 그 주택의 운용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면서 "다만 정부 국민임대주택에서 기존 거주자를 대상으로 강제적인 계약 해지를 한 경우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비슷한 입장의 무주택자인데 기존 시프트 거주자는 계약이 종결되는 반면 신규 미리 내 집 당첨자는 분양전환 권한을 갖는다는 점도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더불어 신혼부부가 아닌 40~50대 무주택자는 서울시 장기 전세주택에 입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 I과 II를 병행 공급한다는 방침이지만 미리 내 집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기존 시프트는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우려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에서 기부채납 주택이 나올 경우 이를 장기전세주택I(시프트)과 장기전세주택II(미리 내 집)으로 분할해서 공급할 방침이라 시프트 공급이 완전히 안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미리 내 집이지만 규정도 다소 다르다. 서울시는 미리 내 집 공급 확대 방안에서 공공 한옥을 미리 내 집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공공한옥의 경우 서울시 문화 자산인 만큼 분양 전환이 불가하다. 이 역시 최장 20년 후에는 집을 비워줘야한다는 특성이 있다.
또한 서울시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비아파트(빌라)장기전세주택의 경우도 분양 전환이 되지 않는다. 물론 빌라의 경우 분양전환을 받는 수요가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같은 분양 전환이 가능한 미리 내 집이란 명칭으로 공급되는 만큼 일정부분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빌라의 경우 분양 전환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헌동 전 SH공사 사장 시절 서울시 공공주택 유형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토지임대부주택도 공급이 크게 위축될 공산이 크다. 서울시는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의 공공주택 공급방향이 미리 내 집으로 바뀐 만큼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은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나온다. 건설형 공공주택의 경우 결국 대부분 미리 내 집으로 공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완전한 분양 전환 요구도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공공주택정책이 단기에 크게 바뀌기 때문에 청약시 자신의 상황을 살핀 접근이 요구된다"며 "특히 기존 시프트 거주자는 조만간 집을 바꿔야 하는 만큼 지금부터 내집 마련 계획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