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아라크전·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번째
채안펀드, 회사채·금융채 사들이는 방식...기업에 유동성 제공
금투업계, 증시 변동성 우려..."비상계엄 사태 후 정치 불확실성 확대"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금융당국이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국내 자본시장이 받을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채권안정화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한다. 두 가지 시장 안정 조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두 차례 시행된 바 있다. 당시 증시 폭락을 막는 등 효과가 있었다. 비상계엄 충격에 빠진 증시 등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킬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4일 "증시는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채권시장·자금시장은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해제된 4일 오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4.12.04 yooksa@newspim.com |
증안펀드는 증권사·은행·보험사·상장사들이 자금을 모아 상장주식에 투자·운용하는 펀드로, 증시 안정과 수급 개선을 목적으로 정부가 주식시장의 매수자로 개입한다. 주가급락 등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로 여겨진다.
해당 펀드는 이라크전 발발과 신용카드 대란이 있었던 지난 2003년에 처음 실행됐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 한번 더 가동됐다. 이번에 증안펀드가 가동된다면 16년만에 세번째가 된다.
채안펀드는 자금을 모아 회사채와 우량기업의 기업어음(CP), 금융채 등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경기침체 등 채권시장 경색이 발생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매입 자금이 부족하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이 재약정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공급한다. 채권시장 안정 차원에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직후 도입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계엄령 발표와 해제 등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증안펀드, 채안펀드의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 2003년과 2008년에도 투자심리 위축을 방지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안펀드와 채안펀드 투입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한 주식시장의 급격한 하락을 막았던 바 있다"며 "다만 현재 상황을 보면 자금 모집 방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어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증안펀드와 채안펀드 집행이 외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 매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급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경기 회복과 수출 증가를 위한 추가적 대안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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