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0여 년 역사의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한국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철회를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도박 실패로 분석했다.
미국과 중동, 동유럽 등지에서 특파원을 지낸 줄리안 보거 가디언 선임 기자는 3일(현지 시각) '윤석열(대통령)의 권위주의 향수에 대한 도박은 무모한 짓으로 판명 났다'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 대통령은 일부 의원들이 그의 계엄령 선언을 지지할 것이라고 잘못 계산했다"라고 짚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3일(현지시간) 분석 기사 캡처. [사진=가디언] |
윤 대통령이 '북한의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해서'라고 계엄령 선포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는 극도로 엉성한 설명으로 보인다"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번 계엄령 선포는 "바닥을 친 대중적 인기에 맞서 벌인 윤 대통령의 절박한 도박이었던 듯하다"라며 "윤 대통령은 권위주의에 대한 그의 향수가 적어도 일부 정치 스펙트럼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계엄령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것은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것을 방증한다"라고 보거 기자는 꼬집었다.
그는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때는 1980년으로,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등 신군부 세력이 5월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을 명분으로 선포됐는데 윤 대통령이 약 3년 전 전 전 대통령의 정치 업적 인정 발언이 논란이 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존 닐슨-라이트 일본·한국 프로그램 책임자는 권위주의에 대한 향수가 한국 우파가 아닌 윤 대통령 개인의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는 사실은 우파가 권위주의적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강한 향수를 느낀다는 것을 반영한다기보단 윤 대통령의 성격을 반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취재한 전문가들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이를 한국이 과거 군부 정권으로 회귀하려는 시도가 아닌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큰 위험한 정치적 수법으로 여겼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KTV국민방송 캡처] 2024.12.03 |
미국 외교 싱크탱크인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즈의 대니얼 디페트리스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북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국내 정치적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치 불안정이 향후 몇 년간 한국 시장과 경제 등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은 한국을 중국·북한 등 권위주의적 국가들 사이에서 '민주주의의 등불'(beacon of democracy)로 여기고 있는데, 몇 시간에 그친 계엄령 사태는 한국의 민주주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그동안 국제적 평판에 많은 초점을 둔 윤 대통령이기에 (이번 사건은) 한국을 매우 불안정하게 비치게 만든다"라며 "금융·통화시장은 물론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