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조원 이상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탄생 기대
NPU 개발 협력,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경쟁력 강화로
[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투톱'으로 꼽히는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SK텔레콤의 AI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이 합병을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사상 첫 'AI 반도체 유니콘' 탄생하는 것으로 최종 성사되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국내 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이 탄생한다.
리벨리온 아톰 칩을 탑재한 '아톰 카드' [사진=리벨리온] |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대표주자인 사피온과 리벨리온이 지난 12일 합병을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AI 인프라 경쟁력 제고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결정한 양사는 3분기 중으로 합병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통합법인의 경영은 리벨리온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합병 추진 초기 단계인 만큼 합병법인의 명칭이나 지분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합병 법인의 기업 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섰다. 사피온 미국법인은 이번에 합병되지 않고 추후 역할에 대한 검토가 있을 예정이다.
현재 엔비디아가 전 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중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GPU 제품이 고비용과 전력 과다 사용 등이 한계로 지적되면서 양사는 AI 연산과 추론에 특화돼 GPU보다 싸고 전력은 적게 쓰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는데 힘을 합쳐 엔비디아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사피온은 2016년 SK텔레콤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해 분사한 회사다.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X220'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기존 모델보다 4배 이상 연산 성능이 향상된 'X330'을 공개했다.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될 차기 모델 'X430'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사피온은 지난해 8월 600억원 이상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5000억원 이상이다.
리벨리온은 카이스트 졸업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박성현 대표가 2020년 창업한 회사다. 창업 초기 초단타매매 등 금융 거래에 특화된 AI 반도체 '아이온'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이후 NPU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리벨리온이 개발한 '아톰(ATOM)'은 지난해 국내 NPU 최초로 데이터센터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는 차세대 AI 반도체인 '리벨(REBEL)'을 개발 중이며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올해 1월 165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8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리벨리온은 합병 배경에 대해 "최근 NPU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간 경쟁보다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데 양사가 뜻을 모았다"며 "특히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골든타임을 향후 2~3년으로 보고, 빠른 합병 추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합병 회사는 규모나 실적, 기술 측면에서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AI반도체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 실무적으로는 실사와 계약체결을 위한 논의, 주주동의 절차 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합병 후에는 인력풀을 통합·확대함으로써 개발 역량을 제고한다. 규모, 실적, 기술력, 밸류체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넘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반도체 팹리스로 재탄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가진 AI 및 반도체 밸류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AI반도체 원팀'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우 유의미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최근 AI반도체 시장은 각 기업을 넘어 국가와 빅테크가 참전하는 치열한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라며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AI반도체의 승기를 잡기 위해 보다 큰 규모로 그리고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한다는 점이 이번 합병의 의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양사가 협력해야 한다는 마음이 절박했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힘을 합쳤을 때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라면서 "엔비디아가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는 시장에서 서로 욕심을 버리고 잘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yuni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