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플랫폼·유튜브 출연으로 격식 없는 이미지 만들어
IPO 실적·ETF 순자산총액·코스피 지수 사상 최고치 기록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는 소통 능력과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경직돼 있던 한국거래소의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물적분할 상장심사 강화,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자본시장 릴레이 세미나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영역 확대'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04.17 mironj19@newspim.com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한국거래소 주주총회(주총)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은보 신임 이사장 선임이 확정됐으며, 곧바로 손 이사장의 퇴임식이 진행됐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964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 인창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브라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제기획원·재정경제부·세계은행·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등 각계 요직을 역임했으며, 지난 2020년 말 제7대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재임 시절 대내외적으로 활발한 소통을 이어나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던 그는 임기 초창기 최고경영자(CEO) 소통 우편함을 통해 내부 직원이 이사장에 직접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개설했다.
조직에 대한 저연차 직원의 평가를 듣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녹인 업무 방향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익명 소통 플랫폼을 만들었으며 스마트 워크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스마트 워크 시스템은 권위적인 직장 문화에서 벗어난 유연한 업무 환경을 위해 클라우드 기술과 개인형 컴퓨터(PC)·태블릿 활용도를 높인 체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손병두 이사장의 인기는 내부 행사 때 실감할 수 있었다"며 "손 이사장이 노래를 부를 때 어린 직원들이 굉장히 호응을 잘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 소통 플랫폼인 '온통(溫通, 따뜻한 소통)'에서도 그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며 "소통과 친화력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역대 최고의 이사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 이사장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친근한 한국거래소를 만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해 9월 구독자 400만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인 '워크맨'에 직접 출연해 자신의 입담을 뽐냈으며, 구독자 117만명의 '미미미누' 채널에서 한국거래소 업무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시장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그는 임기 내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일례로, 지난 2022년 그는 당시 논란이었던 '쪼개기 상장'에 대해 강력한 해결 의지를 보였다.
쪼개기 상장이란 상장사가 물적분할한 뒤 자회사도 상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적분할은 모회사 주주에게 신설 자회사 주식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핵심 사업부를 지닌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회사 주주 이익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유니콘 기업의 국내 상장 유치에 힘썼고, 주가 조작 세력 감시를 위한 체계를 고도화했다. 해외 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활발히 진행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였다. 또 국내 증시의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위해 차세대 청산결제 시스템을 정착시켰으며, 증권가의 미래 먹거리로 통하는 토큰 증권 사업의 도입을 위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샌드박스 사업 지정을 마쳤다.
이러한 그의 노력에 재임 시절 코스피 지수는 3000을 돌파했고,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은 100조원을 달성했다. 이는 모두 역대 최고치다. 더구나 유니콘 기업의 상장이 대폭 늘어나면서 기업공개(IPO) 실적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인 약 19조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손병두 이사장이 한국 증시 발전에 이바지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사 관계자는 "손 이사장 임기 시절 개인 투자자, IPO, ETF 등 다방면에서 투자가 활성화됐다"며 "향후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기획재정부 국장 시절부터 손 이사장을 잘 알고 지냈는데, 정책을 전체적으로 조감하는 능력부터 아젠다를 설정하는 것까지 탁월하다"며 "아직 한국 자본시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 분인 만큼, 재충전하고 돌아와 본인의 업무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손 이사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