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난해 국무회의서 발표…정부입법 추진
지배적 플랫폼 사전에 지정…금지행위 시 과징금
벤처업계 강하게 반발…총선 앞두고 여야도 신중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를 막는 플랫폼법 추진을 강행하는 가운데 세부적인 지정요건을 두고 관련 업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플랫폼법이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여당에서조차 난색을 보여 플랫폼법 추진을 향한 공정위의 외로운 싸움이 전망된다.
◆ 4가지 금지행위 규정…현행법으로도 규제 가능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플랫폼법 제정 추진을 발표했다.
플랫폼법은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반칙행위 4가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칙행위 4가지란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강제 등이다. 이 반칙행위가 빈번한 시장일수록 스타트업 등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지배적 사업자 지정 기준을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독점력 남용은 규율하는 방향으로 마련한다. 이후 관계 부처 및 국회가 협의해 오는 4월 이전까지 제21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마치겠다는 목표다.
다만 벤처기업 등 관련 업계에서는 플랫폼법 추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가 하는 지배적 사업자 지정은 사전규제 형식으로 오히려 중소 플랫폼과 스타트업의 사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 때문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사전규제 방식은 기존 경쟁법상의 시장획정 등 면밀한 분석과정을 생략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특정행위가 경쟁에 미치는 경쟁증대 효과를 엄밀하게 판단하지 않으므로 시장의 효율성을 증대하는 행위까지 모두 차단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공정위가 하고 있는 건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을 선제적으로 하겠다는 건데, 잘못하면 국내 시장을 더욱 옥죌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네이버 라인처럼 국내 기업이 해외로 이동하는 일종의 자본 유출과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가 플랫폼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반칙행위 4가지가 이미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약관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기존의 법을 통해 규제하고 있던 행위라고 주장한다. 플랫폼법으로 규제하는 건 중복규제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플랫폼 시장은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기존의 법으로 조사와 시정조치를 내릴 때쯤이면 이미 독과점화가 진행된 후"라며 "공정위의 조사·처분 속도를 흐름에 맞추기 위해 플랫폼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사정권 유권자 수천만명…총선 앞두고 국회서도 난색
4만여개의 벤처기업이 플랫폼법에 반대하면서 국회에서도 난감한 기색이다.
국회는 이미 지난 2020년 100만표를 가진 택시업계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하고 '타다 금지법(여객운수법)'을 통과시키면서 플랫폼 업계는 물론 소비자의 원성을 들은 바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하고 신년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2024.01.19 plum@newspim.com |
여기에 공정위가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는 데 시가총액·이용자수 등 정량적 요건을 고려하겠다고 밝히면서 네이버·카카오가 지배적 사업자 지정 후보로 올랐다. 네이버와 카카오 이용자가 수천만명을 넘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사정권 유권자의 표심을 잃을 순 없다는 속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플랫폼법 제정으로 자사우대 문제를 피하고자 주요 플랫폼에서 무료로 제공되던 웹툰서비스 등이 종료될 수 있다"며 "결국 플랫폼 업계에서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이는 서비스 제한이나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여야 국회의원 모임인 '유니콘팜'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플랫폼 규제 관련 좌담회를 열고 공정위의 플랫폼법 추진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를 통해 "정부에선 '경쟁촉진법'이라고 밝혔지만 행사에선 '규제법'으로 규정했다"며 "이는 업계 분들이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 사실 '타다 금지법'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이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온리안플랫폼법의 재추진이라는 점도 여당에겐 부담이다. 국회마저 플랫폼법에 등을 돌리면서 공정위는 정부입법을 나 홀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플랫폼에 대해 어떤 정책 방향을 가져갈지 정립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공정위도 플랫폼 시장이 갖는 특성을 고려해 시간을 두고 신중한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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