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교육

속보

더보기

[기고] 지리감(地理感)을 일깨우며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정성훈 대한지리학회 회장(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

'지리감(地理感)'

사전적으로 '지형이나 길 따위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네이버 사전)을 말한다. 여기에서 '지리'가 '일상생활에서 일정한 곳의 지형이나 길 따위의 형편'에 해당한다면(나무위키), 감각이나 지각을 뜻하는 '감'은 '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사물을 의식하거나 이에 대한 의식 변화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런 견지에서 '지리감'은 '개인이나 집단의 지리적 지식과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견해나 사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당대 삶의 터전을 특징짓는 땅울림으로 나타난다. 다음에서 이러한 지리감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땅울림'의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자.

정성훈 대한지리학회 회장(강원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먼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지리감으로 인해서 나타난 '땅울림'의 유형들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경부축 건설을 통해서 국가 경제발전의 성장축을 만들었고, 정치적으로는 영호남 갈등의 씨를 뿌렸다.

이후 신군부를 주도한 전두환 대통령(1980년 5월 18일 당시, 중앙정보부장 서리)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압으로 우리나라 역사에서 '너무나도 가슴 아픈 호남'을 만들면서 영호남 갈등을 극한으로 몰아갔다.

노태우 대통령은 서해안 시대를 통해서 '광주'의 치유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광주'는 치유할 수도, 치유될 수도 없는 땅울림으로 자리 잡았다. 21세기 우리는 '추모와 관광이 결합해 승화하고 있는 광주'(신혜란, 2022, 누가 도시를 통치하는가)의 지리감을 공유하고 있다.

또 노태우 대통령은 서울로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키고자 안양, 평촌, 산본, 분당, 일산 등에 신도시 건설 정책을 추진했고, 이는 서울의 인구를 경기도에 분산시키는 일부 효과는 얻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와 인천을 연결하면서 수도권이라는 괴물의 발육을 돕는 계기가 돼버렸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른바 'IMF 시대'(동아시아 금융위기 시대), 글로벌 자본의 강력한 횡포로 인한 국가 공간의 처참한 부도 위기를 겪었다. 이는 1990년대 초반 세계화라는 '글로벌 지리감'에 대응했던 대한민국 지리감이 떨어져서 나타난 결과이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8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산업위기에 대응하고자 1998년부터 대구 섬유산업, 부산 신발산업, 경남 기계산업, 광주 광(光)산업을 중심으로 지역산업 육성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는 국가 중심의 산업발전의 일부를 지역단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통해서 국가발전의 분배 구도를 만들었고, 정치적으로 수도권 대 비수도권이라는 새로운 지역주의를 탄생시켰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은 이 시기 기획된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새로운 균형발전 동력으로 인해서 지역 간 대이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통해서 자연재해에 도전하는 토건정책을 펼쳤지만, 이는 자연 공간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적 실험을 한 것이었고, 국민과 합의가 결여된 지리감의 결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 시기 또 다른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역경쟁력의 규모를 16개 광역시·도에서 5+2 광역경제권(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 강원권, 제주권)으로 재편해 지역정책 단위에 대한 지리감을 확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개별 광역시도 발전에 단초를 마련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을 통해서 '대기업의 지역 할당제' 정책의 바탕을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뾰족한 지역정책 없이 지역을 관망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지리감은 우리 국민들을 때로는 희망의 시대로, 때로는 좌절과 절망의 시대로 이끌어가면서 어느덧 대한민국은 인구와 지역 소멸 위기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하게 됐다.

다음으로 세상과 소통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미술작품이 지닌 지리감을 들 수 있다. 박수근의 작품에 나타난 '돌판에 글씨나 그림을 아로새기듯 각인된 인상을 주는 선조(線彫)'(오광수, 2005, 자료로 본 우리의 화가 박수근, 한국미술연구소)는 마치 그의 고향에서 늘 볼 수 있는 화강암 경관을 연상시키면서 그가 작품을 통해 철저히 지역적 삶의 일상과 상호작용함을 보여준다.

이 같은 지리감의 확대는 최근 '그림에 담긴 지리이야기'(임은진·어우러진 지리이야기, 2022)로 이어지면서, 저자들은 벼농사 지역의 기후 조건과 경제 구조를 그린 단원 김홍도의 '벼타작', 지중해성 기후를 지닌 프랑스 남부 지방 아를(Arles)을 담은 고흐(Gogh)의 '아를의 붉은 포도밭' 등 다양한 작품들이 지닌 지리감을 논하기에 이른다.

지리감은 인간이 주체가 되어 펼치는 다양한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주로 구현돼 왔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식물과 동물의 지리감 또한 강조되면서 지리감의 주체는 모든 생명체와 자연 간의 상호작용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류는 잘못된 지리감으로 자연과 상호작용하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새, 도도를 약 200년에 걸쳐 멸종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이우평, 2023, 한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 이렇게 지속된 지리감의 결핍으로 인해 자연은 이상 기후라는 결과를 인류에게 되돌려 주면서 결국 우리는 탄소중립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나타나는 지리감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 벌어지는 국가 간 영토 전쟁, 부의 재편, 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 등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지리감 확립이 절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세계의 이면에 놓인 진실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개인적·공동체적 지리감의 축을 바로 잡아주는 지리학이 필요하다. 학술적 차원에서 '지리학(地理學)'은 지역, 국가, 세계 등 다양한 공간적 단위에서 인간과 자연의 소통을 통해 나타나는 인문 및 자연 현상의 다양성과 상호 관련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한지리학회는 앞으로 우리의 삶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지리감을 대중과 소통하고 깨달으면서, 학문적·실천적 차원에서 우리들의 지리감을 일깨우고자 한다.

▶정성훈 강원대학교 지리교육과·지역산학협력학과 교수는= 대한지리학회 회장(2023∼2024)이다. 前 한국경제지리학회장, 산업클러스터학회장,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및 사범대학장을 역임했다. 2025년부터는 차기 국제지역학회장으로 선출되어 활동할 예정이다.

 

※ 외부 필진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wideope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국정원 "로저스 대표 위증 고발 요청"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를 위증 혐의로 고발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도중 "국정원이 오늘 청문회를 모니터링하던 중, 청문회를 지켜보던 국정원장이 로저스 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해 달라고 과방위에 요청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며 "구체적인 위증 내용도 함께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은 간사에게 전달해 내일 청문회 종료 시점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0 pangbin@newspim.com 로저스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쿠팡이 정부 및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정보 유출자를 접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저희는 피의자와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그 기관(국가정보원)에서 피의자와 연락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지시나 명령이 있었느냐'는 추가 질의에는 "명령이었다. 지시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누구와 소통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이름은 없지만 해당 이름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로저스 대표는 해킹에 사용된 장비의 포렌식과 관련해서도 "정보기관이 복사본을 보유하고 있고, 원본은 경찰에 전달했다"며 "그 기관이 별도의 카피를 만들어 우리가 보관하는 것도 허락했다"고 말했다. 또 '셀프 면죄부 조사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한 조사"라며 "이사회도 한국 법에 따라 협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측은 로저스 대표의 주장과 선을 긋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포렌식 검사와 로그 분석의 주체는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민관합동조사단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이라며 "국정원이 지시하거나 조사를 주도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국정원은 증거물을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훼손이나 분실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이를 조사 지시나 개입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별도의 입장을 내고 로저스 대표의 발언을 부인했다. 국정원은 지난 26일 공지를 통해 "쿠팡 사태와 관련해 국정원은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어떠한 지시를 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국가안보 위협 상황으로 인식해,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한 업무 협의를 진행한 바는 있다"고 설명했다. mkyo@newspim.com 2025-12-30 18:00
사진
이혜훈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일이며 실체파악 잘 못했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30 yym58@newspim.com   2025-12-30 10:2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