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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어 사전 [ 2. 안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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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속 안개를 닮은 탕웨이의 눈빛
시인 기형도의 안개는 산업화의 희뿌연 그림자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은 정훈희를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꼽는다. 뿐만 아니라 정훈희의 노래 '안개'가 영화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모티브를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무(海霧)가 휘몰아치는 바다와 시종 축축하게 젖어있는 듯한 탕웨이의 눈빛까지. 영화는 마치 안개를 닮았다. '헤어질 결심'의 엔딩장면에서 정훈희와 송창식이 함께 부른 '안개'가 나직하게 흐른다. 박 감독은 "두 분과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던 순간은 저에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의 평생 꿈이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안개 자욱한 바닷가. [사진 = 오광수] 2024.01.23 oks34@newspim.com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 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가 다오.'
정훈희의 데뷔작 '안개'는 영화와 인연이 깊다. 1967년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을 영화화한 김수용 감독 '안개'의 주제곡이었다. 작곡가 이봉조가 18세의 여고생 정훈희를 발탁하여 이 노래를 부르게 했다. 음악 가족의 외동딸이었던 정훈희는 외모와 가창력을 두루 갖춘 신예였다.

정훈희는 1970년 도쿄가요제에 참가하여 입상할 당시 긴장한 이봉조 선생님에게 "떨지 마요. 노래는 제가 하지 선생님이 합니까?"라고 얘기할 정도로 배포도 컸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그리스가요제, 칠레가요제 등에 참가하여 수상했다. 정훈희는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이 활약하던 '쎄시봉' 무대에도 자주 올랐다. 특히 송창식과는 무대에서 듀엣으로 호흡을 자주 맞췄다. 송창식은 1972년 애창곡을 모아 음반을 내면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과 탕웨이. [사진 = CJ ENM] 2024.01.23 oks34@newspim.com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 놓은 입김과 같았다.'-김승옥의 '무진기행' 중에서.
김승옥의 소설을 읽다 보면 현미의 히트곡인 '밤안개'(1962년)가 떠오른다, '밤안개가 가득히 쓸쓸한 밤거리/ 밤이 새도록 가득히 무심한 밤안개'라는 노랫말 속에서 밤안개는 여귀가 뿜는 입김을 닮았다. 이 노래 역시 이봉조가 냇킹 콜이 불러 유명해진 'It's a Lonesome Old Town'을 번안했다. 유부남이었던 그는 이 곡이 인연이 되어 스타가 된 현미와 살게 됐다. 

문학작품 속에서도 안개는 늘 단골로 등장한다. 때로는 몽환적이고, 불투명한 미지의 세계 한가운데 안개가 있다. 끈적하게 달라붙고, 거칠게 휘감는 안개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신비로움이 있었다. 젊은 나이로 요절한 기형도는 대표적인 안개의 시인이다.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안개' 일부
기형도에게 안개는 신비롭거나 몽환적인 것이 아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 당하거나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리는' 방죽 위를 뒤덮는 음울한 안개일 뿐이다. 그에게 안개는 산업화와 현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변방을 뒤덮는 매연과 다를 바가 없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사진 = 문학과 지성사] 2024.01.23 oks34@newspim.com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 김광규 '안개의 나라' 일부.
그는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김광규가 살던 시대는 늘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시대였으므로 장님 코끼리 만지듯 더듬이를 곧추 세우고 살아가야 했다. 자칫 거대한 안개에 휘감겨서 익사할지도 모르는 세상이었다.

듣고 있으면 가슴 속 가득 안개가 피어오르는 노래도 있다. 상징과 은유, 아름다움과 냉철함이 공존하는 노래 '북한강에서'가 그것이다. 일찍이 정태춘은 시인의 예감으로 안개를 건져올려서 노래로 펼쳐 보였다.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 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리를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이 노래는 1986년 정태춘이 아내인 가수 박은옥과 발표한 앨범의 수록곡이다. 정태춘은 아이러니하게도 예비군 동원훈련장으로 가는 트럭 위에서 이 곡을 썼다.
"당시 송파구 가락아파트에 살았죠. 새벽 댓바람부터 인근 여고 운동장에 모여서 트럭을 타고 북한강가에 있던 예비군훈련장으로 갔어요. 그 넓은 강을 보면서 가사와 악상이 떠올랐죠."
자유를 향한 도도한 흐름이 강물과 같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먹구름이 머리를 짓눌러도 찬물로 얼굴을 씻고 새로운 강물에 발을 담그겠다는 의지를 노래로 풀어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개보다도 먼저 미세먼지가 찾아온다, 빌딩숲 사이로, 첨탑 사이 전선 위로 미세먼지가 뒤덮는다. 검붉은 강줄기 위로 피어오르는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죽음의 시그널을 보내온다.  다시 맨 처음의 안개를 만나고 싶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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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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