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조작·돈봉투 의혹' 등 수사 탄력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수사도 관심
이재명 흉기 습격당해…총선 이후 1심 판단 전망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제22대 총선을 약 3개월 앞두고 야권을 향한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며 총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검찰은 이같은 '정치 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은 전날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1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통계 조작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은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각각 국토부 1차관과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4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검찰 수사는 감사원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특히 감사원이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문재인정부 정책실장 4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한 만큼 야권 수사가 확대될지도 관심이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18 leemario@newspim.com |
◆ '돈봉투 사건' 송영길 조만간 재판行…'수수 의원' 20여명도 조사 속도
민주당 내부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수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달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6일 이전 그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송 전 대표의 경우 지난해 4월 프랑스 유학 도중 복귀한 뒤 신당 창당을 계획하는 등 정치적 재기를 노려왔으나 구속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형사소송법상 구속기소된 피고인의 1심 최장 구속기간은 6개월이다.
검찰 수사가 공천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최근 돈봉투 '수수'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지난달 말 허종식 민주당 의원을 소환조사하는 등 현역 의원 조사를 본격화했다.
윤관석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 등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2021년 당시 송 전 대표 캠프 측에서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사실관계 자체는 이미 정리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당시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씩 든 돈봉투 20개가 현역 의원에게 뿌려졌다는 입장으로, 그동안 이들의 행적을 뒤쫓으며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명단을 지난해 윤 의원 등 재판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오는 10일 전 일정 조율을 마친 임종성 민주당 의원과 이성만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을 조사한 뒤, 남은 의원들과도 일정을 조율해 소환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자녀 입시 비리· 감찰 무마 의혹'으로 1심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항소심 첫 공판을 위해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7.17 leemario@newspim.com |
◆ 조국·임종석 檢 수사 받을까…서울고검 판단에 관심
현역 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전 정부 일부 고위직 인사들도 올해 총선을 준비하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인물들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연관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임 전 실장은 이미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조 전 장관도 총선 출마를 암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이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실장 등이 2018년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의원 등을 회유해 출마를 막은 정황이 있다고 보고 수사했으나, 구체적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말 1심 법원이 송 전 시장 등의 재판에서 청와대의 조직적인 개입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으며,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혐의를 판결문에 명시했다.
이후 한 시민단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조 전 장관 등을 고발했고, 해당 사건은 현재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정원두 부장검사)에 배당된 상태다. 공공수사2부는 서울고검의 재수사 검토 후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4.01.03 leehs@newspim.com |
◆ '흉기 피습' 당한 이재명, 재판 지연 불가피
한편 야권에서 가장 큰 '사법리스크'를 지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흉기 습격을 당하면서 재판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이 대표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총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는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 및 '성남FC 후원금 사건', '위증교사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중 비교적 쟁점이 복잡하지 않고 함께 기소된 피고인이 자백하고 있는 위증교사 사건의 경우 총선 이전 1심 선고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흉기 습을 당해 재판 연기가 불가피해졌고, 이에 결국 총선 이전에 결론이 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전 법원 판단은 검찰이나 이 대표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모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 대표가 무죄를 받으면 그동안 이 대표가 주장한 '보복 수사' '억지 수사' 주장에 힘이 실리고 총선도 탄력을 받았을 것이고, 반대로 유죄를 받으면 검찰 입장에선 야권 수사에 대한 정당성이 생긴다"며 "총선 직전까지 수사가 이어지더라도 검찰 입장에선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