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물류 전진기지'로 배송시간, 물류비 단축
2026년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규모 178조...지속 성장 중
CJ대한통운 "글로벌 Top Player 입지 굳힐 것"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일본에 거주 중인 A씨가 미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그네슘 영양제를 주문하면 인천 소재 CJ대한통운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 내 물류 로봇들이 20분 내 분류작업을 마칠 수 있습니다. 이후 박스들은 대형 간선차량에 실려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화물운송기를 타고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는 데 하루면 충분합니다."
지난 9일 오후 CJ대한통운 인천 GDC센터에서 만난 이경진 CBE운영팀장이 최첨단 물류 로봇 시스템에 대한 장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CJ대한통운 인천GDC에서 운영중인 최첨단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Auto-Store)' 모습. 140대의 피킹 로봇들이 제품을 보관공간으로 이동시키거나 보관공간에서 제품을 가져와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사진=CJ대한통운] |
CJ대한통운이 글로벌 이커머스의 '물류 전진기지'이자 국내 유일 글로벌 권역 풀필먼트 센터인 인천GDC를 공개했다. GDC는 소비지역 인접 국가에 미리 제품을 보관한 후 국가별 주문에 맞춰 포장, 발송하는 물류센터다.
2019년 국내 최초로 GDC 사업을 개시한 CJ대한통운은 글로벌 건강 라이프 쇼핑몰 '아이허브(iHerb)'를 대상으로 이러한 글로벌 물류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이곳은 최첨단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Auto-Store)'를 도입해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운영팀장은 "증축에 따른 운영규모 확대와 함께 로봇·데이터 기반의 최첨단 기술력이 가미됨에 따라 GDC 운영의 초격차 경쟁력이 확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물품의 분류작업을 대부분 로봇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작업공간으로 들어가면 16단으로 빼곡히 쌓여 있는 보관 공간 위로 140대의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큐브 형태로 조립된 바구니들 위로 빠르게 지나다니며 배송할 품을 찾아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이들 로봇은 자동 충전 시스템을 갖췄으며 24시간 작동한다.
CJ대한통운이 최근 센터 내 약 6264㎡(1895평) 규모의 공간을 증축하고 도입한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의 모습이다. 소비자 주문이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로봇이 움직이며 물건이 담긴 Bin(보관 바구니)을 꺼내 출고 스테이션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제품이 사람을 찾아가는 'GTP(Goods-To-Person)' 방식이다. 작업자 앞에 놓여 있는 화면에는 물건의 크기, 개수에 맞춰 최적 박스가 나타난다. 작업자는 해당 박스에 소비자 주문 정보에 맞춰 제품을 넣기만 하면 된다. 현재 7만6000개의 Bin이 설치돼 있으며 약 3만 종류의 제품이 보관하고 있다.
'오토스토어'는 스스로 재고를 재배치하는 역할도 한다. 피킹 로봇이 돌아다니며 주문량이 많은 물건들을 위쪽에 알아서 배치해 놓는다. 주문량이 많은 제품은 그만큼 출고 빈도가 높아지는데 이런 제품을 상단에 배치함으로써 로봇이 물건을 가져오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오토스토어를 실제 운용하는 곳은 국내에서 인천GDC가 유일하다. 현재 최종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12월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GDC 운영 체계 |
CJ대한통운의 또 다른 첨단 시스템인 'OTP(Order-To-Person)' 방식의 QPS(Quick Picking System)도 물류 효율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주문(Order) 정보가 입혀진 박스들이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다 작업자 앞에 멈춰 서면 작업자는 화면에 표시된 주문정보를 확인 후 본인 앞에 놓여 있는 제품을 박스 안에 넣기만 하면 된다.
사람이 제품을 직접 찾으러 가는 'PTG' 방식 대신, 주문 정보가 담긴 박스를 자동으로 전달해 주는 'OTP' 방식과 제품이 사람을 알아서 찾아가는 'GTP' 방식의 시스템을 활용해 물류 효율성은 물론 작업 편의성도 극대화했다.
연면적 약 2만㎡(6117평) 규모의 인천GDC는 500만 개 이상의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센터로 아시아 물류기업 GDC 중 가장 큰 규모다. 미국에서 받은 제품들이 관세를 받지 않은 상태로 보관돼 있다가 일본, 싱가포르, 호주,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태평양 4개 국가 소비자가 주문하면 수출통관 및 물류과정을 거쳐 항공으로 운송된다.
이런 운영 방식은 물류비 절감은 물론 배송시간도 단축한다. 미국에서 직접 발송하는 것과 비교 시, 인천GDC의 경우 동일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발송하기 때문에 지리적 근접성으로 소비자에게 빨리 배송될 수 있다.
이 팀장은 "인천GDC가 '전진기지' 역할을 하면서 물류 효율성은 물론 고객사, 소비자의 만족도까지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사와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성공적인 인천GDC 운영 경험을 토대로 아이허브와 협력해 사우디에서 중동 지역 인근 국가로 발송하는 '사우디GDC'도 구축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이런 투자는 CBE 물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영국 물류시장 리서치 기업 TI(Transport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세계 CBE(Cross-Border Ecommerce,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시장은 2026년 1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1년 97조원 대비 무려 83.5% 성장하는 규모다. 한국 CBE 물류시장 규모는 2021년 1조1000억원에서 2026년 1조3000억원으로 약 21.4%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장밋빛 시장 전망에 따라 국내외 많은 물류기업이 한국에 GDC, 국제특송장을 구축하거나 해외 현지에 이커머스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등 CBE 물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경진 CBE운영팀장은 "압도적인 GDC 운영역량을 바탕으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초국경택배'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운영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첨단기술 확대를 통해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CBE 물류시장의 'Top Player'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