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전망치 하향조정 속 부정 시그널 지적
내년 성장률 주요국 중 2% 초반 유일 수준
건전재정 유지…에너지 전반 정책옵션 고민
[마라케시=뉴스핌] 이경태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건전재정 기조 속에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성장률이 0.8%p 오르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업황에 대해 "대체적으로 저점을 확인하고 이제는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오후께 모로코 마라케시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 "주요국 내년 성장률 유지 속 한국 2%초반은 유일한 수준"
앞서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전망치는 종전과 동일한 1.4%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내년 전망치 2.4% 대비 0.2%p 낮은 수준이고 이번에 IMF가 전망치를 낮추다보니 내년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시그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라케시=공동취재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상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이에 추 부총리는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올해 1.4%에서 내년에 1.4% 수준으로 변화가 없다"면서 "우리나라는 올해 1.4%에서 내년 2.4%를 봤다가 2.2%로 조정된 건데, 1.4%에서 2.2%로 올라선 것을 보지 않고 0.2%p 내린 숫자만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답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1.4%에서 2.2%로 가면 0.8%p 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일본을 보더라도 지난해 우리나라보다 한참 낮은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는 우리보다 조금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다시 1%대로 돌아서는데, 주요국에 대한 IMF의 성장 숫자를 보면 우리보다 높은 국가는 별로 없으며 2%대 초반은 왠만한 규모있는 국가들 중에서 우리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경제 리크스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견지했다.
추 부총리는 "국제사회가 아직까지는 물가 안정을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며 "고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유지될 것인지 하향조정될 것인지 등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동안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다 지금은 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 여부에 따라 0.25% 수준에서 올릴 지 말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 경기 회복의 속도가 고금리와 맞물려 있다보니 IMF 역시 통화신용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권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거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가면서 물가안정이 모든 민생과 성장의 가장 첫번째"라며 "IMF 총재도 이 부분을 발언하며 강조했고 이같은 부분이 현재 IMF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이같은 경제 상황 속에서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확인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그는 "반도체는 이제 거의 3분기 바닥을 다지고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이것이 시장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반도체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고정가격으로 전부 장기 계약이 됐는데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현물 가격들이 매일 매일 지표 보는데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반도체는 대체적으로 저점을 확인하고 이제는 서서히 회복하고 있고 이런 추세가 4분기, 내년까지 가면서 회복세를 뚜렷하게 보여줄 것"이라며 "향후 반도체가 다시 수출을 받쳐주는 시기로, 아주 초기 상황이긴 하지만 점점 그렇게 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건전 재정 기조는 지켜갈 것…에너지 전반 정책옵션 고민중"
야권에서 강조하고 있는 추가 재정 지출 등 요구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는 "건전 재정 기조를 지켜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야권엑서 추가경정예산 마련을 촉구했으나 '추경은 없다'는 원칙을 세운 소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추 부총리는 "큰 틀에서 세수가 덜 걷히면 재정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채를 발생 안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그동안 말해왔다"며 "역으로 보면 경제가 좋지 않으면 세금이 덜 걷히고 정부가 세금을 덜 거은 것인데 세금을 깎아줬다기 보다는 경제가 좋지 않아서 세금을 못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세수가 부족하니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대체적인 민생 지출은 한다는 얘기"라며 "다만 내년에 적자가 금년보다 조금 더 늘어나는 것이라면 확장 지출인 셈이고 경상성장률이 내년 4% 후반인데 그보다 훨씬 적게 지출하면 긴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마라케시=공동취재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상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추 부총리는 "정치권에서 경기에 재정이 발목을 잡느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런 재정 운용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하루살이가 아니고 정부는 계속 운영돼야 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 상승 등 각종 국외 변수로 당장 4분기부터 국내에서 에너지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그동안의 에너지 문제와 관련된 변수와 함께 불확실성 요인(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에 이 부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단정적으로 사태 추이를 예측할 수 없고 예를 들어 에너지가 폭등한다는 전제를 놓고 지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중요 변수가 생겼고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며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와 향후 상황 등을 짚어보고 있으며 여러가지 사태에 대비한 정책 옵션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규제 개혁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규제혁파와 규제혁신을 해야 한다는 정책을 앞으로도 일관성있게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경제 성장이 민간 시장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이렇게 되려면 민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대대적으로 혁파해야 하고 이렇게 해야 한국 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하고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제개혁과 관련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논의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렇다보니 획기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와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고 앞으로 사회적인 논의를 진행하면서 갈등구조, 이해충돌 부분을 조율하면서 규제혁파의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