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글쓰기 능력 채점봇 'K-로봇' 개발
논리적 사고, 훈련으로 가능→국어 능력으로 발전
국가적 글쓰기 채점 지표 개발…교육 현장 반영 기대
말과 글을 잘 가르치면 생각도 확장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글쓰기 능력 채점 AI 'K-로봇'(가칭)의 활약이 예고됐다. 가까운 미래에는 AI가 맞춤법을 비롯한 논리적 사고 능력을 진단한다. 국립국어원은 AI 기술을 활용한 글쓰기 자동 채점과 첨삭이 가능한 도구인 'K-로봇' 개발을 올해 2월부터 시작해 2026년 10월까지 마무리한다.
'K-로봇' 개발의 배경은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서다. 국어원이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국어능력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글 쓰는 능력이 중요해졌음에도 국민의 국어능력은 기준을 네 개 척도(1~4)로 나눴을 때 보통 수준 이하에 해당하는 1~2 수준인 69.6%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 2023.08.10 mironj19@newspim.com |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은 국민의 국어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장 임명 전 2002년부터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3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국어를 연구한 장 원장은 "창의력은 타고나지만, 논리적인 사고는 훈련하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뉴스핌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국어 능력은 인지능력이다. 생각할 때 언어로 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각을 논리적으로 해야 글을 논리적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리적 사고를 키우려면 논리적인 글쓰기 법을 가르쳐야 하고, 그래야 국어 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국어원의 역할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는 어문 규범 관리, 두 번째는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 세 번째는 언어 관련한 자료를 축적하는 일이다. 그는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에 대한 국어원의 역할이 조금 약했다. 학교에서 하고 싶었지만, 국가적 차원의 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국어원장직에 도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리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글쓰기를 통한 국민의 국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AI 글쓰기 채점 봇을 개발하고, 국가 차원의 국어능력 지표가 세워질 예정이다. 대학마다, 교수마다, 사람마다 채점 기준이 달라 변별력 없는 시험이 되어버린 논술의 의미를 제대로 되잡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 2023.08.10 mironj19@newspim.com |
"대학들이 논술 시험을 보는데, 채점 기준도 없고 교수마다 판단이 다 달라요. 국문과 교수는 문법, 띄어쓰기 하나라도 잘 못하면 점수를 깎고 철학과 교수는 문법은 틀려도 논리적이면 점수를 잘 주고요. 교수들끼리 이런 문제로 농담을 하기도 하죠. 논술 시험을 몇십년 치렀지만, 우리가 '논증력이 있는 사람을 뽑았나'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논술 시험은 변별력이 없다'며 없애자고도 하죠. 하지만 암기력과 논증력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창의력은 교육으로 늘지 않아요. 논증력은 교육으로 향상됩니다. 이 결과를 확인하는 작업을 AI가 합니다."
장 원장은 AI 글쓰기 채점 지표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 등 평가 대상에 따라 기준은 다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어원은 내년 10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채점 지표를 우선 마련할 계획이다. 2021년 10월8일부터 제12대 국립국어원장으로 문체부 장관의 임명을 받은 장 원장은 2024년 10월7일까지 자리한다.
장 원장은 미국의 SAT,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처럼 국가 차원의 글쓰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하면 자연스레 교육 현장도 바뀌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시기마다 다른, 단계별 글쓰기 훈련이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장 원장은 "미국에서 글쓰기 교육을 어떻게 하나 봤더니, 초등학교에선 문장 쓰기를 가르친다. 제대로 된 뜻을 알고 주어 목적어가 일치하고 단수와 복수를 맞게 쓰는지 그리고 비슷한 문장 쓰기 짧은 글을 읽고 주장하는 글, 반대 문장 쓰기를 훈련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 2023.08.10 mironj19@newspim.com |
이어 "중학교에서는 긴 글을 읽고 300자로 자신의 생각을 쓰기, 문장보다 더 긴 글을 쓰도록 훈련한다"며 "긴글을 읽고 한 문단으로 줄이는 건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고등학교의 글쓰기 교육에 대해서는 "비로소 이때 길고 어려운 글을 읽고 '니 주장을 3000자로 써라'고 한다"고 첨언했다. 장 원장은 해외 사례와 같은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글쓰기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논리적 글쓰기와 사고가 부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 지표를 공개하면 초등학교서부터 어법, 문장 쓰는 법 등 단계별 글쓰기 교육 과정이 생길 거로 생각합니다. 단계적인 글쓰기 교육이 이뤄지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똑똑해질 거예요. 한국 사람들이 토론을 못한다고 하는데, 그건 '논리적이 않다'는 말과 같아요. 앞의 사람의 주장에 헛점을 발견하고 내 주장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토론인데 우리는 이런 훈련을 한 적이 없죠."
5년 후인 2028년에는 대학과 MOU를 맺는 거다. 대학에서 대입 논술 시험 채점시 국어원의 글쓰기 채점봇을 활용하는 것을 기대한다. 장 원장은 글쓰기 채점 지표가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인력 양성, 인재 평가 등 사회적 차원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낼 것으로 확신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 2023.08.10 mironj19@newspim.com |
"5년 안에 논술을 채점하는데 사람 2명과 AI가 채점할 겁니다. 문법은 기본이고 논리적인 것도 다 고칠 수 있을 겁니다. 서울대학교 입시에 참여하려면 서울대에서 자체 개발한 영어능력검정시험인 텝스(TEPS) 점수가 요구되듯 국어원의 글쓰기 능력 점수가 필요한 시대가 올 겁니다. 말하는 것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죠. 구술 면접 10분 동안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논술 시험은 충분한 시간을 주고 생각한 것을 적습니다. 그러니 논술시험 점수는 논리력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죠. 결국 내가 표현하는 말과 글이 내 머릿속인 겁니다. 말과 글을 잘 가르치면 생각도 확장됩니다. 방법은 교육밖에 없습니다. 챗GPT가 글을 써줄 순 있지만 생각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죠."
국어원 차원에서는 논술 시험을 평가할 수 있는 인력 양성도 계획도 하고 있다. 숙달된 입학 사정관과 같은 논술 교육과 채점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국어원에서 양성한다. 또, 국어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국민 누구나 자신의 연령에 맞는 국어 능력 시험을 볼 수 있는 AI 시대도 꿈꾼다.
"국어원의 글쓰기 채점 지표를 통해 교육으로 확산되는데 까지 공교육뿐 아니라 사교육 시장도 빠른 영향을 받을 겁니다. 논술을 교육하고 채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어원은 이를 위한 대비를 할 예정입니다. 1년에 100~200명의 전문인을 양성하고 지역으로 뻗어나가면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온라인에서 국어 능력 시험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겠습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