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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통일부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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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들지 않는 부처 폐지론에 술렁
尹대통령 발끈하게 만든 北인권보고서
'진의' 왜곡보고한 참모 때문일 수도
헌법 '통일 조항' 곱씹어 볼 필요 있어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광화문 관가에 '통일부 폐지'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조직 축소를 통한 기사회생의 안도감도 잠시, 결국 종착점은 정해졌다는 얘기다.

부처의 간판을 떼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해체에 가까운 형해화(形骸化)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거나, "위원회나 청(廳)의 수준으로는 유지될 것"이란 말은 그나마 기대와 낙관이 담겼다. 지난달 말 취임한 김영호 장관이 '마지막 통일부 장관이 될 것'이란 관망은 폐지론의 결정판이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앞서 장차관 동시 경질을 두고는 '윤 대통령이 사실상 통일부를 파면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런 직후인 지난달 2일 나온 대통령의 "마치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질타는 결정타가 됐다.

용산 수뇌부는 물론 대통령까지 이렇게 격노케 만든 이유 중 대표적인 게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의 서문(序文) 한 구절이라고 전해진다. 탈북민 508명의 진술을 토대로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 실태를 생생히 기록한 책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 책의 영문판을 만들며 "이 보고서에 담긴 수치, 분석, 의견 등 정보의 정확성, 완결성, 신뢰성, 적시성에 대해 보증하지 않는다"면서 "통일부는 이 보고서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직·간접적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었다.

언뜻보면 김정은 정권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펴내면서도 윤석열 정부와 통일부가 그 신뢰도에 대해서는 발뺌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부 매체도 이런 점에 착안해 대통령과 보수층을 발끈하게 만들려는 심산에 기사를 쓴 듯하다.

하지만 좀 더 깊숙한 내막을 따져보지 않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대통령에 대한 기망(欺罔)이란 말까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문 보고서와 달리 영문판에 '면책조항'을 넣은 건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 북한 인권에 관심이 큰 서방국가와 유엔 등 국제사회의 깐깐한 잣대를 고려한 나름 근거있는 처사로 볼 수 있다. 이들은 한국 정부보다 더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북한 인권에 주시해왔지만 검증의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영문판에 문제의 조항을 넣게 된 건 국제사회에 큰 망신을 샀던 탈북자 신동혁 씨 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귀띔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다 탈북해 국제 인권단체나 전문가·인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신 씨는 2012년 '14호 수용소 탈출'이란 책을 펴냈다. 생생한 체험담에 북한 정권의 잔혹성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되면서 27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허구로 드러나면서 신 씨가 몰락한 건 물론이고 탈북민의 인권관련 증언도 진실성을 의심받는 상황에 처했다. 북한도 이를 열악한 인권 실태를 은폐하고 역으로 선전·선동하는 호재로 삼았다.

이런 반면교사를 잘 알고 있는 담당관이 만약의 불미스런 사태를 막기 위해 직접 유보적인 표현을 넣었다는 게 통일부 내부에서 들려오는 얘기다. 마치 문제가 된 담당관이 '좌파 성향'이라 그런 것이란 억측까지 나오지만 실상은 그 반대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실 통일부는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을 만들면서 시간이 쫓길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용산 국가안보실에서 터무니없는 촉박한 일정으로 영문판 발간을 재촉하고 나선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현지시간 4월 25일)에 맞춰 보고서 영문판을 가져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도록 하려고 참모들이 과욕을 부린 게 화근이었다. 통일부 장차관이나 용산의 참모들도 제대로 체크해볼 겨를 없이 비행기에 보고서를 실어 보냈다는 것이다.

물론 윤 대통령과 용산 측에서는 통일부의 '죄목'이 한 두개가 아니라고 항변할지 성낼지 모른다. 탈북 청년 강제북송이나 해수부 공무원의 북한군에 의한 피격·사망 사건 등에 부적절한 대처를 했다고 문제 삼을 수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주도해 북송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남북 문제와 판문점 연락업무를 관할하는 통일부 담당관들이 일부 관여했다고 이를 중범죄자 취급하는 건 상식을 넘어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칫 정부가 국제적 망신을 살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자 노력한 공무원과 부처에 엉뚱한 낙인을 찍는다면 곤란하다.

통일부는 지금 전체 정원의 15% 수준엔 80명을 감축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1급 고위직 간부들은 민간 개방직을 제외하고 모두 사표를 냈고, 다른 간부와 직원들은 선별적으로 인사 조치를 받게 된다.

퇴직이나 타부서 전출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 서울 수유리의 국립통일교육원으로 출퇴근하며 기약 없는 교육연수를 받는 과정에 돌입하게 된다. 별다른 직무 없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등을 전문가 강사로부터 듣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다. 직원들 사이에 "삼청교육대를 보낸다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통일부를 수술하는 '칼잡이'로 대사 출신의 전문 외교관을 임명한 걸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두 부처는 견원지간이라 불릴 정도로 알력이 심한 것으로 관가에서는 정평이 나있다.

정부중앙청사(현 정부서울청사) 시절 한 건물을 쓰면서 '아랫것들' '상것들' 하는 저속한 표현으로 감정싸움을 했다. 2002년에는 정세현 당시 통일부 장관의 대북 중유지원 관련 발표를 석동연 당시 외교부 대변인이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서면으로 반박하는 충돌까지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 출신에게 통일부 숙청을 맡긴 건 굴욕스런 일이란 반응이다.

통일부 내부는 지금 적막감만이 감돈다. 후임 장차관이 임명됐지만 새롭게 신발끈을 고쳐 매겠다는 에너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부처 안팎에선 운명을 예감하는 듯한 비관적 기류만 감돈다.

윤석열 정부의 싸늘한 시선을 고려하면 결국 부서의 몰락이나 사실상의 폐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관망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용산 쪽에서는 통일부를 안락사 시키기 위한 로드맵이 짜여지고 있다는 입소문까지 번진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69조에서는 대통령이 취임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밝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통일은 대한민국과 대통령과 국민이 함께 추구해야 할 지상의 과제이자 공동의 지향점이다.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다양한 업무 가운데 정부의 성향이나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어느 한쪽에 치중했다고 이를 잘라내고 담당 공무원을 책벌해야 한다는발상은 근시안적일 수 있다.

윤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헌법의 구절을 곱씹어보고 그 무게에 합당한 판단과 지혜로운 정책결정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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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 마스터스 2연패 위업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오거스타의 신은 로리 매킬로이의 역사적인 마스터스 2연패를 허락했다. 매킬로이는 수많은 골프 명인들조차 커리어 내내 한 번 입기도 벅찼던 그린 재킷을 2년 연속 차지했다. 역대 마스터스 2연패의 주인공은 단 세 명뿐. 잭 니클라우스(1965·1966), 닉 팔도(1989·1990), 타이거 우즈(2001·2002). 우즈 이후 20년 넘게 끊겼던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마스터스 역사상 네 번째 레전드에 이름을 새겼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우승 트로피를 들고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매킬로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90회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낸 그는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거센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450만 달러(약 66억원)다. 2년 연속 우승자가 같아 이날에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프레드 리들리 회장이 옷을 입혀주는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오거스타 내셔널의 프레드 리들리(오른쪽) 회장이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자 매킬로이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그린 재킷 하나를 받기까지 17년을 기다렸는데…. 연속으로 받게 된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소감을 말한 매킬로이는 "골프는 모든 스포츠 중 멘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이다. 4라운드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렵다"며 "경기 중 부모님 생각이 몇 번 났지만 '아직은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지난해 부모님이 현장에 오시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가 우승했다고 믿으시더라. 겨우 설득해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부모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우승을 확신한 순간에 관해선 "18번 홀(파4) 파 퍼트가 홀 바로 옆에 멈췄을 때 그린 뒤에 있던 가족이 보였다"며 "'또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보다 격한 감정이 솟구치지는 않았지만, 더 큰 기쁨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가장 긴장했던 순간에 관해선 "18번 홀 티샷을 친 뒤 공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2라운드까지 2위와 6타 차 앞서며 대회 2연패에 근접했던 매킬로이는 무빙데이에서 1오버파를 치며 세계 3위 캐머런 영(미국)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 우승 향방은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이날 최종일의 승부는 세계 톱랭커들이 다투는 명승부가 연출되며 패트론의 눈을 즐겁게 했다. 세계 2위 매킬로이는 지난해 연장패로 눈물을 삼켰던 세계 9위 저스틴 로즈와 2년 만의 왕좌 탈환을 노린 세계 1위 셰플러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쳤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11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선 매킬로이는 3번홀 첫 버디로 흐름을 잡는 듯했지만 4번홀(파3)에서 2m 파 퍼트를 놓치며 곧바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한 홀 만에 2타를 잃으며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고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승부는 결국 '아멘 코너'에서 갈렸다. 11번홀(파4)에서 까다로운 파 퍼트를 집어넣으며 위기를 넘긴 매킬로이는 12번홀(파3)에서 홀 왼쪽 2m 남짓에 붙인 티샷으로 버디를 낚아 다시 선두를 탈환했다. 이어 13번홀(파5)에선 그린 뒤 러프에서 과감히 퍼터를 꺼내 세 번째 샷을 3m 안쪽에 세웠다. 이 버디 퍼트까지 떨어뜨리며 2타 차로 달아났다. 3라운드에서 아멘 코너에서만 3타를 잃어 공동 선두를 허용했던 악몽을 최종일 같은 구간에서 만회했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가장 위협적인 추격자였다. 6번부터 9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한때 12언더파 단독 선두까지 치고 나갔다. 그러나 11·12번홀 연속 보기로 다시 2타를 잃으면서 아멘 코너에서 고개를 숙였다. 경기 막판 다시 버디 사냥에 나섰지만 벌어진 간격을 끝내 메우지 못했다. 셰플러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압박했지만 리더보드 맨 위 이름을 뒤집기에는 한 타가 모자랐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저스틴 로즈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을 마치고 아쉬워하며 듯 모자를 벗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셰플러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을 마치고 아쉬운 듯 모자를 벗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마지막까지 긴장은 이어졌다. 2타 차로 맞은 18번홀(파4)에서 매킬로이의 티샷은 오른쪽 나무 아래 거칠게 빨려 들어갔다. 숲을 통과해야 하는 난감한 라이였지만 그는 8번 아이언을 쥐고 과감하게 그린을 향했다. 두 번째 샷은 그린 왼쪽 벙커에 빠졌고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위 4m 지점에 올린 뒤 침착하게 투 퍼트 파로 마무리했다. 우승 퍼트가 홀에 떨어지는 순간, 오거스타를 가득 메운 갤러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로리'를 연호했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환호하는 패트론을 향해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매킬로이는 지난해 17번째 도전 끝에 마스터스를 처음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1년 전 18번 그린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그는 같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그린재킷을 차지했다. "한 번 우승하면 두 번째는 조금 더 쉬워질 것"이라던 그의 말은 아멘 코너를 넘어 역사를 다시 쓰는 순간 현실이 됐다. 1라운드부터 선두를 지킨 그는 4라운드 내내 단 한 번도 리더보드 꼭대기 자리를 내주지 않아 2020년 더스틴 존슨 이후 6년 만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자신의 시대를 증명했다. 영과 러셀 헨리(미국), 로즈, 티럴 해턴(이상 잉글랜드)은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3위, 콜린 모리카와, 샘 번스(이상 미국)는 9언더파 279타로 공동 7위, 맥스 호마,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는 8언더파 280타로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성재는 이날 버디 1개, 보기 4개, 더블 보기 1개를 합해 5오버파 77타로 부진해 최종 합계 3오버파 291타로 46위에 그쳤다. 김시우는 버디 5개, 보기 5개로 이븐파 72타를 치면서 최종 합계 4오버파 292타로 47위를 기록했다. psoq1337@newspim.com 2026-04-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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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오르반 16년 집권 '마침표'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과 유럽연합(EU)의 각종 정책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며 '유럽의 이단아'로 불렸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결국 16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페테르 머저르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친EU 신생 정당인 티서(Tisza)당에 몰표를 던졌다. 투표 마감 30분 전 투표율은 77.8%로, 지난 2002년 기록을 약 7%포인트 웃도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날 투표가 마감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오르반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고통스럽다"고 표현하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그는 부다페스트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승리한 정당에 축하를 전했다"며 "우리는 야당으로서도 헝가리 국가와 조국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0년 총선 압승으로 재집권한 이후 헝가리를 철권통치하며 이른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주창해 온 오르반의 장기 집권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지지자들에게 패배를 인정한 오르반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16년 철권통치의 종말과 경제난의 역풍 냉전 시절 거침없는 반공(反共) 청년 지도자로 이름을 알렸던 오르반 총리는 1998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처음 총리직에 올랐으며, 2010년 재집권 이후부터는 권위주의적 행보를 노골화해 왔다. 행정부로 권력을 집중시키고 시민단체(NGO) 활동과 언론 및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등 민주주의 기준을 둘러싸고 EU와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고, 급기야 EU로부터 헝가리에 배정된 수십억 유로 규모의 자금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오르반 총리는 선거 프레임을 "전쟁이냐 평화냐"로 규정하려 애썼다. 반대로 티서당은 헝가리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난하며, 집권당인 피데스(Fidesz)가 평화를 담보할 '안전한 선택'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헝가리 유권자들의 시선은 철저히 보건의료와 국내 경제 등 민생 문제에 쏠려 있었다. 헝가리 경제는 지난 3년간 사실상 정체 늪에 빠져 있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내에서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 급등세를 겪었다. 식료품 가격은 EU 평균 수준으로 치솟은 반면, 헝가리의 임금 수준은 EU 27개 회원국 중 밑에서 세 번째에 머물면서 국민들의 실생활 고통이 극에 달했다. 저렴한 대출 등 관대한 친가족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우경화된 정부에 염증을 느낀 젊은 유권자층이 변화를 열망하며 대거 돌아서면서 오르반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유럽 극우 진영 전폭 지지에도 씁쓸한 퇴장 오르반 총리는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과 성소수자(LGBTQ+) 권리 제한 등을 앞세워 서방 보수 우파 진영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르반을 "진정한 친구"라 부르며 강력히 지지했고,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정점"에 올랐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프랑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등 유럽 주요 보수·극우 정치인들이 일제히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 같은 든든한 외부 지원 사격도 헝가리 내부의 싸늘한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EU "헝가리, 유럽의 길 되찾아" 환영 오르반 총리의 패배 소식에 유럽 주요 지도자들은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브뤼셀에서는 오르반이 지난 16년간 이민정책과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에서 EU와 잦은 충돌을 빚어온 만큼,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안도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헝가리는 유럽을 선택했다"며 "유럽은 언제나 헝가리를 선택해 왔다. 함께 우리는 더 강해진다"고 밝혔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도 페테르 머저르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헝가리의 자리는 유럽의 심장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 국민이 EU의 가치와 유럽에서 헝가리의 역할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 승리"라며 결과를 환영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강하고 안전하며 무엇보다 단결된 유럽을 위해 힘을 합치자"고 밝혔다. 크리스텐 미할 에스토니아 총리는 "헝가리 국민이 단결된 유럽 속에서 자유롭고 강한 헝가리를 위한 역사적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으며,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헝가리의 큰 승리이자 유럽의 큰 승리"라고 강조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역시 이번 선거가 "헝가리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kwonjiun@newspim.com 2026-04-13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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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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