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북한

속보

더보기

[ANDA 칼럼] 통일부를 위한 변명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사그라들지 않는 부처 폐지론에 술렁
尹대통령 발끈하게 만든 北인권보고서
'진의' 왜곡보고한 참모 때문일 수도
헌법 '통일 조항' 곱씹어 볼 필요 있어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광화문 관가에 '통일부 폐지'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조직 축소를 통한 기사회생의 안도감도 잠시, 결국 종착점은 정해졌다는 얘기다.

부처의 간판을 떼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해체에 가까운 형해화(形骸化)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거나, "위원회나 청(廳)의 수준으로는 유지될 것"이란 말은 그나마 기대와 낙관이 담겼다. 지난달 말 취임한 김영호 장관이 '마지막 통일부 장관이 될 것'이란 관망은 폐지론의 결정판이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앞서 장차관 동시 경질을 두고는 '윤 대통령이 사실상 통일부를 파면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런 직후인 지난달 2일 나온 대통령의 "마치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질타는 결정타가 됐다.

용산 수뇌부는 물론 대통령까지 이렇게 격노케 만든 이유 중 대표적인 게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의 서문(序文) 한 구절이라고 전해진다. 탈북민 508명의 진술을 토대로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 실태를 생생히 기록한 책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 책의 영문판을 만들며 "이 보고서에 담긴 수치, 분석, 의견 등 정보의 정확성, 완결성, 신뢰성, 적시성에 대해 보증하지 않는다"면서 "통일부는 이 보고서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직·간접적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었다.

언뜻보면 김정은 정권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펴내면서도 윤석열 정부와 통일부가 그 신뢰도에 대해서는 발뺌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부 매체도 이런 점에 착안해 대통령과 보수층을 발끈하게 만들려는 심산에 기사를 쓴 듯하다.

하지만 좀 더 깊숙한 내막을 따져보지 않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대통령에 대한 기망(欺罔)이란 말까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문 보고서와 달리 영문판에 '면책조항'을 넣은 건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 북한 인권에 관심이 큰 서방국가와 유엔 등 국제사회의 깐깐한 잣대를 고려한 나름 근거있는 처사로 볼 수 있다. 이들은 한국 정부보다 더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북한 인권에 주시해왔지만 검증의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영문판에 문제의 조항을 넣게 된 건 국제사회에 큰 망신을 샀던 탈북자 신동혁 씨 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귀띔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다 탈북해 국제 인권단체나 전문가·인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신 씨는 2012년 '14호 수용소 탈출'이란 책을 펴냈다. 생생한 체험담에 북한 정권의 잔혹성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되면서 27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허구로 드러나면서 신 씨가 몰락한 건 물론이고 탈북민의 인권관련 증언도 진실성을 의심받는 상황에 처했다. 북한도 이를 열악한 인권 실태를 은폐하고 역으로 선전·선동하는 호재로 삼았다.

이런 반면교사를 잘 알고 있는 담당관이 만약의 불미스런 사태를 막기 위해 직접 유보적인 표현을 넣었다는 게 통일부 내부에서 들려오는 얘기다. 마치 문제가 된 담당관이 '좌파 성향'이라 그런 것이란 억측까지 나오지만 실상은 그 반대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실 통일부는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을 만들면서 시간이 쫓길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용산 국가안보실에서 터무니없는 촉박한 일정으로 영문판 발간을 재촉하고 나선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현지시간 4월 25일)에 맞춰 보고서 영문판을 가져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도록 하려고 참모들이 과욕을 부린 게 화근이었다. 통일부 장차관이나 용산의 참모들도 제대로 체크해볼 겨를 없이 비행기에 보고서를 실어 보냈다는 것이다.

물론 윤 대통령과 용산 측에서는 통일부의 '죄목'이 한 두개가 아니라고 항변할지 성낼지 모른다. 탈북 청년 강제북송이나 해수부 공무원의 북한군에 의한 피격·사망 사건 등에 부적절한 대처를 했다고 문제 삼을 수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주도해 북송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남북 문제와 판문점 연락업무를 관할하는 통일부 담당관들이 일부 관여했다고 이를 중범죄자 취급하는 건 상식을 넘어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칫 정부가 국제적 망신을 살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자 노력한 공무원과 부처에 엉뚱한 낙인을 찍는다면 곤란하다.

통일부는 지금 전체 정원의 15% 수준엔 80명을 감축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1급 고위직 간부들은 민간 개방직을 제외하고 모두 사표를 냈고, 다른 간부와 직원들은 선별적으로 인사 조치를 받게 된다.

퇴직이나 타부서 전출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 서울 수유리의 국립통일교육원으로 출퇴근하며 기약 없는 교육연수를 받는 과정에 돌입하게 된다. 별다른 직무 없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등을 전문가 강사로부터 듣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다. 직원들 사이에 "삼청교육대를 보낸다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통일부를 수술하는 '칼잡이'로 대사 출신의 전문 외교관을 임명한 걸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두 부처는 견원지간이라 불릴 정도로 알력이 심한 것으로 관가에서는 정평이 나있다.

정부중앙청사(현 정부서울청사) 시절 한 건물을 쓰면서 '아랫것들' '상것들' 하는 저속한 표현으로 감정싸움을 했다. 2002년에는 정세현 당시 통일부 장관의 대북 중유지원 관련 발표를 석동연 당시 외교부 대변인이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서면으로 반박하는 충돌까지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 출신에게 통일부 숙청을 맡긴 건 굴욕스런 일이란 반응이다.

통일부 내부는 지금 적막감만이 감돈다. 후임 장차관이 임명됐지만 새롭게 신발끈을 고쳐 매겠다는 에너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부처 안팎에선 운명을 예감하는 듯한 비관적 기류만 감돈다.

윤석열 정부의 싸늘한 시선을 고려하면 결국 부서의 몰락이나 사실상의 폐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관망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용산 쪽에서는 통일부를 안락사 시키기 위한 로드맵이 짜여지고 있다는 입소문까지 번진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69조에서는 대통령이 취임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밝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통일은 대한민국과 대통령과 국민이 함께 추구해야 할 지상의 과제이자 공동의 지향점이다.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다양한 업무 가운데 정부의 성향이나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어느 한쪽에 치중했다고 이를 잘라내고 담당 공무원을 책벌해야 한다는발상은 근시안적일 수 있다.

윤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헌법의 구절을 곱씹어보고 그 무게에 합당한 판단과 지혜로운 정책결정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부, 故 윤석화 문화훈장 추서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19일 오후 5시 30분에 고(故) 윤석화(향년 69세) 빈소를 방문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조문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고(故) 윤석화의 빈소가 19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은 2022년 뇌종양 수술을 받고 투병을 이어 왔다. 발인은 21일 오전 9시. 2025.12.19 photo@newspim.com 아울러 정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로서 오랜 기간 한국 공연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배우 윤석화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고 윤석화는 1975년에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이후 연극 뿐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 '마스터클래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폭 넓은 연기 영역을 보여주었고, 다수의 연극상·백상예술대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평가받아 왔다. 배우 활동과 더불어 연출가, 설치극장 '정미소' 대표로서도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하여 연극계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했다. jyyang@newspim.com 2025-12-19 22:20
사진
관가 '이재명 사무관' 경계령 [세종=뉴스핌] 나병주 기자 = 정부 업무보고에서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의 '예리하고 꼼꼼한' 질문이 관가를 잔뜩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담당사무관이 아니라면 알기가 쉽지 않은 내용까지 놓치지 않는 예리함에 관가에서는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예상 못한 '정원' 질문에 기후부 '멘붕'…장관·국장 모두 답변 못해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후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왜 기후부는 정원이 2930명인데 현원이 2973명으로 초과됐느냐"는 '깜짝' 질문으로 모두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김성환 장관은 물론 기후부 간부들 모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20초가량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담당국장이 누구냐며 재차 묻자 그제야 정책기획관(국장)이 "자세히 확인은 못 했지만 긴급하게 필요한 것에 대해 추가 고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지만, 기후부는 그런 상황이 없었는데 정원 초과된 게 이상하다. 원래 환경부 시절부터 추가가 됐는지, 아니면 기후부로 전환되면서 추가된 건지 답해달라"며 재차 물었습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환경부에서 추가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모호하게 답하자, 이 대통령은 "추정으로 답하지 말라"며 확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었습니다. <뉴스핌>이 확인한 결과, 이유는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인원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육아휴직자 51명을 현원에 포함하는 실수를 저질러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결국 현재 기후부 현원은 2922명으로 정원보다 8명이 적어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상황파악 후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이 대통령에게 보고해 오해는 풀었다고 하네요. ◆ 李대통령 예리한 질문에 관가 긴장…'이재명 사무관' 별명 생겨 이번 해프닝에 대해 기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탈탄소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에 '한방' 얻어맞은 셈이죠. 사실 인원현황은 기후부 업무보고 1페이지에 제일 처음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펴본 거죠. 기후부 관계자는 "사실 이번 건은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도 놓칠 수 있는 내용이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어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 오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도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핌TV 갈무리] 2025.12.17 dream@newspim.com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실무자인 사무관 같은 대통령의 꼼꼼함에 관가는 앞으로 있을 보고에 대해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꼼꼼한 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A 씨는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지적하기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지켜보는 만큼 현안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고(故) 김용균 씨 때와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한 서부발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갔습니다. 이 대통령이 서부발전 사장에게 질문한 시간은 답변을 합쳐도 약 10초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관가에는 '이재명 사무관'의 꼼꼼함을 경계하라는 '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작은 숫자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의 꼼꼼함이 국정 운영의 새로운 기준이 될지, 아니면 과도한 긴장으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lahbj11@newspim.com 2025-12-19 11:4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