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상설기획전, 3개의 특별 프로젝트 선보여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연간 진행되는 대규모 기획전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 전시를 통해 미술관 프로그램의 다변화를 꾀하고자 한다. 올해는 고미술 상설관인 M1에서 2개의 상설기획전을, 리움 로비 및 호암 프로젝트룸 등의 공간에서 3개의 특별 프로젝트들을 선보인다.
◆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탐구하는 상설기획전
리움미술관은 그동안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공존하는 미술관의 특성을 살려서 전통과 현대를 새롭게 매개하며 확장적으로 재해석하는 다양한 작품과 전시를 기획해왔다. 이러한 시도는 올해 기획전시뿐 아니라 상설 전시공간으로 이어져서 보다 적극적 방식으로 과거-현재-미래의 예상치 못한 만남을 주선한다. 이는 소장품의 유연한 해석과 함께 전시의 역동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계기가 된다.
5월 16일부터 9월 10일까지 소개되는 권하윤 작가의 <영원한 움직임 - 이상한 행렬> 전시는 리움미술관 M1(고미술 상설전시장) 2층에서 김홍도의 대표적 작품이자 국보 <군선도>를 오마주하여 군선도 속 인물 행렬과 이야기를 가상현실에서 재해석하는 관객 참여형 VR작품을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권하윤, <영원한 움직임-이상한 행렬> 전경 및 이미지, 2023, VR 설치, 10m×8m×3m ©️유찬울 2023.05.30 digibobos@newspim.com |
작가는 <군선도>에 무중력 상태에서 움직이는 듯한 신선들의 움직임과 찰나를 포착하여 김홍도 작품의 초월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원한 움직임 – 이상한 행렬>은 어느 우주의 공간과 1940년대 유럽, 상상의 공간에서 이동하는 신선들의 모습을 연결시키며 완전히 다른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도록 한다.
권하윤 작가는 "우주 속의 별, 지구 반대편에서 길을 떠나는 피난민, 향연으로 가는 신선들의 모든 세상이 '움직이는 발자국'이라는 동작 하나로 연결되는 인간의 보편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전했다.
같은 공간에서 11월부터는 갈라 포라스-킴(Gala Porras-Kim)의 프로젝트가 이어진다. 한국-콜롬비아계 작가인 갈라 포라스-킴은 남북한의 국보를 소재로 식민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국가가 국보와 지정 유물을 관리하고 서열화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아가 리움미술관과 같이 문화유산을 소장한 현대의 미술관이 실천할 수 있는 대안적인 전시와 보존의 방식을 타진해볼 것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갈라 포라스 킴, , 휘트니비엔날레 설치 전경, 2019 2023.05.30 digibobos@newspim.com |
◆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특별 프로젝트>
리움 로비의 ROOM과 대형 미디어월, 그리고 호암 희원 내 프로젝트룸 등에서는 공간에 개입하며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고,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게 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선보인다.
먼저 6월 27일부터 호암미술관의 아름다운 전통 정원 희원 내에 마련된 프로젝트룸에서는 강재원 작가가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만든 지극히 인공적인 조각을 통해 미래의 조각에 대한 한 가지 가능성을 제안한다. 인플레이터블, 3D프린팅, 크롬 등 다양한 재료로 구현한 조각의 형태는 희원의 자연과 대비를 이루고, 은빛 표면은 주변의 자연을 반사하며 인공과 자연의 충돌과 스며듦을 연출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강재원, 인플레이터블, 2022 2023.05.30 digibobos@newspim.com |
또한 리움에서는 박보마 작가가 7월 25일부터 디지털 이미지와 설치, 사운드와 향, 퍼포먼스 등을 통해 로비의 틈새 공간을 유연하고 감각적인 무대로 전환시킨다. 가상 회사의 리셉션 공간을 상정하여 지나치기 쉬운 물질과 주변화된 존재가 주인공이 되는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박보마, 〈At the Lobbies of S.E.X. Co., (Tour the Lobbies)〉, 2020, 퍼포먼스 기록 이미지 ©️박보마 2023.05.30 digibobos@newspim.com |
마지막으로 존 제라드(John Gerrard)는 <농장(카운슬 블러프, 아이오와)>(2015)를 7월 18일부터 리움미술관 로비의 대형 미디어월에서 선보인다. 존 제라드는 3D 컴퓨터 그래픽과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태양광 에너지, 가상 화폐 채굴 기계, 데이터 센터, 대형 가축 농장 등 산업적인 소재들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하며 20세기 이후 발전된 에너지의 광대한 네트워크와 구조에 주목해왔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인터넷을 경작하는 '농장(farm)'인 미국 아이오와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의 모습을 사실적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다. 손에 잡히지 않을 듯한 데이터의 방대한 물리적 기반을 드러내는 이 작품은 파노라마 풍경 그림처럼 펼쳐진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존 제라드, <농장(카운슬 블러프, 아이오와)>, 2015, 시뮬레이션, 가변 크기 2023.05.30 digibobos@newspim.com |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새로운 기술 실험과 다감각적 상상력을 동원하며 현대미술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리움미술관 전시기획실 곽준영 실장은 "다양한 전시를 통해 리움과 호암미술관은 하나의 미술관으로서 전통과 현대를 새로운 방식으로 매개하고 해석하며 예술의 역동적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미술관 곳곳에서 펼쳐지는 전시들은 리움과 호암미술관이 살아움직이는 미술관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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