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임대, 원가 이하로 매입토록 개선…1만호 전세사기 피해 대상 매입 추진
부채비율 200% 낮추기 위해 서울·인천 영종·제주 땅 매각추진
1기신도시 재정비 사업 마스터플랜, LH 역할 강조
"'주거사다리 기능' 전세제도 인위적 폐기 바람직하지 않아"
[진주=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 "현재 안전진단 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 18일 경남 진주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아파트 전면 재시공 요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직접 현장을 가서 보니 다행히 인사사고가 없었지만 상당히 심각했다"며 "현재 부사장을 필두로 수습대책 본부를 구성해 아파트 전체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LH가 추진하는 공사 현장 전반에 대해서도 안전진단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난 18일 LH 경남 진주 본사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사진:LH제공] |
이 사장은 수유칸타빌 매입임대와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분양 아파트는 잘 팔리거나 임대한다면 LH에게 팔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공공이 매입하는 기준을 원가 이하로 매입하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다만 매입임대 사업이 목표대로 실적을 채우기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했다. 사업 특성상 매입이 쉽사리 이뤄지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경매 물건이 제한적인데다 매입 이후에도 보수 보강 등 추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칫 배임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가격결정이 쉽지 않다"면서도 "가격산정 기준과 매입 이후 행정절차 등을 정부와 협의해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LH는 올해 예산 6조5000억원을 투입해 총 2만6000호를 매입할 예정이었는데 현재 1만호가 남은 상태다. 수유 칸타빌 건 때문에 제도개선으로 미뤄지고 인천 검단 아파트 사고로 인해 사업 자체가 잠시 중단된 이유도 있다. 그는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 대상을 커버할 수 있다면 그 예산으로 매입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정부 재정 받아서 하면 된다"면서도 "제가 보는 입장에선 2만6000호 물량을 6조5000억원의 예산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예측했다.
이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해 전국의 알짜배기 땅을 매각해 부채를 갚아나가겠다고 밝혔다. LH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9%에서 2026년까지 200%로 낮춰야 한다. 현재 LH의 부채가 149조원이지만 자산이 215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주시했다. 그는"보유 토지 가운데 방치된 고가의 땅이 서울을 비롯해 인천 영종, 제주 등 땅을 매각하는 것을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며 "이들 땅들은 개발해 얻는 이익보다 땅 자체를 매각하는 게 부채를 줄이는데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가절감 등 경영혁신을 통해 15조원을 현금화한다면 부채비율 200%로 낮추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이 사장은 1기신도시 재정비사업에 LH임대아파트도 포함시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대 아파트 대부분 노후화가 심하고 10평 내외의 소형 아파트"라면서 "용적률 제대로 받아 평형도 늘리고 퀄리티를 높이는 등 살기 좋은 임대주택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대상 지역을 선별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도시계획 전문가 답게 1기신도시 재정비사업에서의 LH 역할도 강조했다. 1기신도시 건설을 주도한 기관으로서 이들 신도시마다 소상한 내용을 알기 때문에 마스터플랜을 세우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5개 신도시가 있는 지자체와 TF를 만들어 지원할 계획"이라며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어야 하고 자율주행이나 드론, 로봇택배가 가능한 미래의 교통환경에 맞는 주택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상업업무시설을 줄이고 주택공급을 늘려 도시활력을 찾도록 하는 한편, 30년이 아닌 100년을 지탱할 수 잇는 '장수명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1기 신도시가 29만2000가구인데 재정비되면 40만가구로 늘어나게 될 것이고 수도권택지 60만가구를 합하면 총 100만가구가 공급된다"며 "지금과 같은 주택구조라면 30년 이후 100만가구를 재건축해야 하는 재난 수준인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도 LH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전세제도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없애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내 집 마련의 주거사다리 기능이 있는 만큼 국민이 선호하는 방향에 맞춰 정부는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관도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 속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는 그런 뜻에서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겠냐"며 '전세 폐기론'을 일갈했다.
한편 LH는 3기 신도시의 광역교통망을 기존 2기 신도시보다 16개월을 앞당겨 조기 구축하고 GTX와 지하철 연장선을 이용해 30분대 출퇴근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선교통체계' 구축으로 3기 신도시의 분양률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LH의 수익성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