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정치권 비난 수위 높아져
[제주=뉴스핌] 문미선 기자 = 오영훈 제주지사가 15일 제주4·3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된 폭동이라고 주장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을 비판하면서 제명을 요구했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영호 의원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고 제주4·3을 폄훼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정의하고, 여야 합의로 국회가 인정한 제주4·3의 진실을 부정하는 태영호 의원을 제명하고 제주도민에게 사과할 것"을 피력했다.
[제주=뉴스핌] 문미선 기자 = 오영훈 제주지사가 15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4·3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된 폭동이라고 주장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을 비판하면서 제명을 요구했다. 2023.02.15 mmspress@newspim.com |
오 지사의 태영호 의원 제명 요구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제주사회는 더 이상 철지난 색깔론에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태영호 의원은 4·3을 왜곡·폄훼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아픈 상처를 후벼파는 발언에 스스로 책임지고 국민의힘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한 촉구에서 한발 더 나간 강경 발언이다.
이는 지난 1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나온 태영호 의원의 발언이 제주도민 사회에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으로 커지면서 분명한 입장 표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태 의원은 국민의힘 제3차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 개인SNS를 통해 연일 같은 주장을 하고 있어 파문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오 지사는 "이번 정부 들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해 치유를 약속했고 법무부의 직권재심 확대 등 4·3의 정의로운 해결에 나섰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어 "2021년 4·3특별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는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왜 이제야 색깔론을 꺼내는 것인지 최고위원에 당선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냐"며 재차 비난했다.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으로 실시한 지난 2003년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는 1947년 3·1절 시위 군중에 경찰의 총격사건이 4·3사건을 촉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는 북한 김일성과 관련됐다는 내용은 없으며 3·1절 충격사건 이후 남로당 제주도당이 단독으로 주도해 일으킨 것으로 명시했다.
20세기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실질적 피해회복을 통해 해결하려 한 제주도민과 한국사회의 노력과 과정을 세계인의 기록으로 승화하려는 시기에 태영호 의원의 발언이 던지는 파문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등 4·3유관단체는 물론 시민단체가 일제히 성토하고 나선 가운데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유관단체 등은 "제주4·3 김일성 지령설은 해묵은 허위 주장"이라며 "4·3을 폭동으로 폄훼해 온 극우의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며 태 의원 발언을 개탄했다.
같은 당 장성철 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은 "태 의원의 발언은 제주4·3을 이념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이념 대결을 벗고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바탕으로 화해와 용서의 해결 방안을 마련해 가는데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고 질타했다.
15일에는 민주당 제주지역구 출신 국회의원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 송재호 의원, 김한규 의원은 오전 국회에 태영호 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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