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매 회마다 안 풀리는 포인트가 있었죠. '작은 아씨들'의 경우 3부부터 어디로 뻗어나가야 할 것인지 동력을 찾기 힘들었어요."
2018년 tvN '마더'로 브라운관에 첫 데뷔했던 정서경 작가가 4년 만에 '작은 아씨들'로 돌아왔다. 최근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큰 주목을 받은 만큼, 그의 이번 작품에 대한 이목이 집중됐다. 가난한 세 자매의 이야기를 정 작가의 스타일로 풀어내면서 작품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tvN '작은 아씨들' 정서경 작가 [사진=CJ ENM] 2022.10.18 alice09@newspim.com |
"정신없이 드라마를 쓰고 방송을 봤는데 잘 마무리 됐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웃음). 스스로도 만족하는지도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하고요. 드라마를 보는 동안에도 느꼈지만 제가 생각한 것보다 잘 만들어주셔서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있어요. 시청자분들도 많이 봐주시고 좋아해주셔서 너무 행복해요(웃음)."
이번 작품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가 담겼다. 소설 '작은 아씨들'을 차용했으며, 자매들의 작고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의 거대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녹여냈다.
"전작 '마더'는 원작이 있어서 큰 흐름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번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한 사람이 열 두 개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더라고요. 일단 무조건 시작은 했죠. 하하. 과정과 결말은 쓰면서 만들어 나갔어요. 영화와 드라마의 깊이감이 얼마나 다를지에 대한 고민도 써내려가 가면서 많이 했고요. 드라마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쓴 작품이에요."
드라마의 경우 작품의 간단한 줄거리나 개요가 담긴 시놉시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작은 아씨들'은 달랐다. 배우들 역시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아보지만, 정서경 작가는 배우들에게 대본만을 전달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tvN '작은 아씨들' 정서경 작가 [사진=CJ ENM] 2022.10.18 alice09@newspim.com |
"12개짜리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처음, 중간, 끝을 다 가지고 제가 구상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웃음). 그러다 1부를 먼저 썼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까 고민하면서 썼어요. 전체적인 아웃트로 라인 역시 5~6부 사이에서 잡은 것 같아요. 그것도 희미해서 제작진이 '다음 회에 어떻게 되나요?'라고 늘 물어보는 고충이 있기도 했죠. 하하."
많은 드라마에서 '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타 작품에서는 돈에 대한 눈 먼 욕망을 그리지만 정 작가는 '작은 아씨들'의 세 자매 오인주(김고은), 오인경(남지현), 오인혜(박지후)와 주변 관계로 인해 돈을 표현해냈다.
"과연 가난한 세 자매가 엄청난 돈을 쥐게 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면서 시작했어요. 작품에서 돈은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과 가족이라는 의미가 생기죠. 그러다 자기 목숨으로 보였다 사회적 의미로 변해요. 그 돈의 의미는 베트남전으로 시작돼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걸로 표현했고요. 당시 베트남전 참전으로 우리나라가 외화수입이 효과가 꽤 컸거든요. 단순히 돈이 무언가 살 수 있고, 더 많은 부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 이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나 전환이 되는 의미로 생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tvN '작은 아씨들' 정서경 작가 [사진=CJ ENM] 2022.10.18 alice09@newspim.com |
'작은 아씨들'에서는 의문의 살인 옆에 늘 푸른 난초가 존재했다. 작품이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 장르를 띄고 있었던 만큼 시청자들 역시 푸른 난초가 주는 의미에 대한 여러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푸른 난초는 우연히 생각하게 됐어요. 작품을 쓸 때 현실적인 부분과 환상적인 부분이 골고루 들어가야 재미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처음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처럼 황당하게 우리를 이끄는 소재가 있길 바랐어요. 그게 저한테는 난초였고요. 그래서 작품 곳곳에 난초를 떨어뜨려봤죠. 이런 종류의 전개는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셜록홈즈'와 같은 추리 소설에서 좋아했어요(웃음). 그래서 이걸 끝까지 밀고 나가자 싶었죠."
해외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헤어질 결심'이었기 때문에, 정서경 작가의 '작은 아씨들' 역시 이목을 집중시켰다.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 내로라하는 영화의 각본을 맡았지만 드라마는 정 작가에게 남다른 고충을 안겼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tvN '작은 아씨들' 정서경 작가 [사진=CJ ENM] 2022.10.18 alice09@newspim.com |
"정말 매 회, 매 번 안 풀리는 포인트가 있었어요.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3부인 것 같네요. 제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라서 러닝타임 2시간까지는 어떻게 풀겠는데 3부가 되니까 어디로 뻗어나가야 할 것인지, 그 동력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인물의 가장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바닥을 치고 시작해요. 이번에도 인주가 자신의 마음속에 감춰져 있던 동생을 찾아내고 돈에 대해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잖아요. 안 풀릴 때마다 인물 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며 풀어나가고 했어요."
이 작품은 6.4%(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으로 시작해 마지막 12부는 11.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에 가장 해보고 싶었던 부분이 바로 속도감이었어요. 11회까지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아닌 날아가는 것처럼 하고 싶었거든요(웃음). 이 속도에 맞춰 달려와 주시고, '미친 드라마'라는 반응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다음 작품을 쓸 때, 이번에 받은 사랑과 많은 시청자들의 감사함을 기억하려고 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