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족, 부부 예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은 가족간의 화목함을 보여주는 예능이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최근 부부, 혹은 가족 예능에 불화, 이혼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 '우리 이혼했어요'-'오은영 리포트'까지…이혼과 불화에 대해
가족 예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최근 MBN과 TV조선이 각각 '돌싱글즈'와 '우리 이혼했어요(우이혼)'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이혼과 재혼에 대해 다루며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변화를 주는데 한 몫을 했다. 그리고 TV조선은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를 통해 일라이와 지연수, 나한일·유혜영 등을 내세우며 이혼 후 이들의 모습에 대해 조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MBC에서 선보이는 부부 솔루션 예능 '오은영 리포트' [사진=MBC] 2022.05.27 alice09@newspim.com |
스타들의 사생활로 꽁꽁 숨겨져 있던 모습이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자 방송사들이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MBC는 '국민 멘토'로 불리는 오은영 박사를 내세워 부부 솔루션에 나섰다. '오은영 리포트'를 통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부부의 갈등과 고민을 나누는 리얼 토크멘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OTT 티빙 역시 '결혼과 이혼 사이'를 통해 각기 다른 이유로 이혼을 고민하는 네 부부의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담아낸 부부 리얼리티를 선보인다.
'우이혼'과 '오은영 리포트' 모두 평범한 부부들이 겪는 갈등과 싸움을 고스란히 공개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그로 인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6일 첫 방송된 '오은영의 리포트'는 첫 시작부터 4.5%(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를, '우이혼2'는 6.0%(5월 20일 방송분)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우이혼2'의 경우 시즌2의 시작이 6.7%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뒤, 4회 만에 7.0%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앞선 두 프로그램은 연예인 부부들의 모습을 그려냈다면,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부부 갈등을 그려내 더 큰 공감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티빙에서 선보이는 일반인 부부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 [사진=티빙] 2022.05.27 alice09@newspim.com |
◆ 자극적인 싸움만 가득 …"갈등 이후 이야기 담아야 할 필요성 커"
부부 예능에 대한 프로그램은 많아지는 만큼, 이들이 담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는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와 고민을 함께 풀어보자는 취지였지만 베일을 벗은 시리즈는 자극적인 상황으로만 가득했다. 분노조절장애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는 남편의 폭언과 가스라이팅 하는 모습, 아이 앞에서 욕설이 난무한 채로 싸우는 모습들로 가득했다.
'오은영 리포트'에서도 배윤정은 남편과의 갈등을 겪는 모습이 자주 방송됐다. 휴대폰만 보는 남편과 육아와 가사를 모두 책임지는 배윤정의 스트레스가 담기며 남편을 향한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방송을 통해 배윤정은 산후우울증을 겪었던 시간을 회상하며 "사실 결혼 생활이 재미 없고 출산 후에는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놔 남편의 부족한 행동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방송에서는 갈등을 겪은 후 풀어지는 내용 없이 자극적인 모습이 주로 담기다 보니, 배윤정은 남편을 향한 비난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저희 부부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싸우고 미워했다 또 화해하고 알콩달콩 산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우이혼2' 역시 일라이와 지연수의 방송이 가장 큰 화두였다. 지연수는 일라이와 이혼 후 결혼생활 동안 배우자의 부족했던 행동에 대해 폭로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두 사람이 이혼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우리 이혼했어요2' 포스터 [사진=TV조선] 2022.05.27 alice09@newspim.com |
갈등을 겪었던 만큼, 두 사람은 방송 내에서도 언성을 높이며 갈등을 빚고 싸우는 모습이 공개돼 두 사람 사이에서 힘들어 하는 아들 민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기만 했다.
'우이혼'과 '오은영 리포트', 그리고 '결혼과 이혼 사이' 모두 갈등을 겪는 부부들에게 새로운 관계를 제시하고 솔루션을 건네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솔루션과 새로운 관계 제시보다는 자극적인 싸움과 갈등만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출연진이 직접 방송을 보고 오해가 생기는 시청자들에게 해명을 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부부의 이혼과 갈등이라는 예민한 소재가 예능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출연진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는 없어 보이는 것이 문제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결혼, 이혼에 대한 시선이 바뀌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예능들이 많아졌다. 그로 인해 부부들의 불화나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잡은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화나 이혼 후 이야기를 그릴 때, 출연진들이 감정이 격앙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갈등이 번지는 분량은 많이 나오지만 이후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오해를 푸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보니 시청자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그러면 피해는 다시 출연진들에게 돌아가는 꼴이다. 현 부부 예능들이 자극적인 갈등만 좇을 것이 아니라 솔루션을 통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더 자세히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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