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SPR로 수급 불균형 어려워…정치적 상징성"
OPEC+의 원유 생산량 속도 늦추는 역효과 가능성
유럽의 코로나 재확산이 오히려 수요 영향 미칠 듯
[샌프란시스코=뉴스핌]김나래 특파원=국제유가가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발표에도 상승했다.
미국 원유 생산 설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75달러(2.3%) 상승한 배럴당 78.50달러에 마감했다.
유가는 백악관 발표 이후 하락폭을 확대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낮추기 위해 비축유 5000만 배럴 방출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5000만 배럴 가운데 3200만 배럴은 에너지부가 앞으로 몇 개월 간 방출하며, 향후 수년간 비축유를 다시 채우게 될 예정이다. 중국, 인도, 한국, 일본, 영국 등도 이번 전략비축유 방출에 동참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SPR 방출이 원유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수급 불균형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글로벌 분석 및 리서치 매니저인 로비 프레이저는 로이터 통신에 "5000만 배럴이 하루 동안 세계 유가 시장의 절반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는 측면에서는 주목할 만하지만 전략비축유 방출은 지속적인 공급 부족 상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상적인 도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UBS 분석가인 지오바니 스타우노보도 "전략비축유 방출은 일시적인 생산 중단을 커버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이며, 투자 부족과 여전히 증가하는 수요로 인한 불균형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상징성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조치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잠재적 대응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다음 달 2일 예정된 석유장관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재고할 수도 있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가의 변동성을 경고했다.
에너지 에스펙트의 수석 석유 분석가인 암리타 센은 "OPEC+가 이번 석유장관회의에서 1월 생산량 증가를 일시 중지하도록 해서 전략비축유 방출 발표를 상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ING의 상품 전략 책임자인 워렌 패터슨은 마켓워치에 "유럽에서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전략비축유 방출은 그룹이 12월 초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증가를 반대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며 "OPEC+의 보복 가능성은 석유 시장의 추가 변동 가능성을 키울수 있다"고 밝혔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수석 상품 이코노미스트인 캐롤라인 베인은 "전략비축유 방출 발표는 오히려 OPEC+가 생산량을 늘리는 속도를 늦추도록 자극할 수 있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며 "상당히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동기"라고 밝혔다. 이어 "OPEC+가 지속해서 생산량을 회복하게 된다면 내년 1분기에 자연스럽게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의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가 현재 유가에 영향을 더 크게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안다의 분석가인 크레이그 엘람은 "유가를 억제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수요이며, 유럽의 코로나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