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전국 대구·경북

속보

더보기

세상도 절기도 모호하다...가을이 없다

기사입력 : 2021년10월11일 22:44

최종수정 : 2021년10월11일 22:44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바람이 차츰 선선해지고 찬 이슬이 맺히면서 밤의 길이가 낮보다 점차 길어지는 기점인 한로(寒露)를 훌적 넘기고 첫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코앞에 다가와도 낮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리고 여름장마에 연이은 가을장마는 좀체 물러설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 한로를 나흘 지난 한글날 대체휴일인 11일, 경북동해안과 북부내륙은 전날까지 30도를 넘나들던 낮 기온이 17도 내외를 보이며 뚝 떨어져 흡사 초겨울의 날씨처럼 쌀쌀하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벼 익은 울진 근남면 노음들. 2021.10.11 nulcheon@newspim.com

세상도 절기도 모호하다. 그리움도 꿈도 흐릿하다.

추분과 한로 사이 보름간은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선선하고 차가운 기운이 돌며, 특히 만곡이 무르익는 시기이다. 이 무렵 농촌은 한 해 애써 가꾼 농작물의 추수를 서둘러 마치는 시기이다.

지구온난화가 전 지구적 위기로 다가오고 몇 해 전부터 동해는 생전 보지 못했던 아열대 어종이 흡사 제 안방처럼 유영하고 있다. 예전처럼 절기의 경계도 분명치 않다. 계절이 바뀌는 징후나 조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흡사 요즈음 정치판같다.

150여일 앞으로 다가 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은 여·야 할 것없이 음모와 모략이 판을 치는 이전투구의 아수라판이다.

국민들은 이미 한국사회의 공정과 공평을 믿지 않은 지 오래이나 여전히 정치판은 너도나도 공정과 평등과 공평을 목청껏 외친다.

자기들만의 공정이다. 이제 공정과 공평은 한국사회의 권력과 부를 차지한 2%가 대물림을 위한 구실로 내세우는 구호로 전락한 지 오래다.

민중들은 그런 2%의 언저리에서 떨어지는 고물을 줏어담기 위해 한 편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고 한편으로는 기회만 있으며 줄서기에 혈안이 돼 있다.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변한다는 한로가 지나자 산야는 제마다의 색깔로 옷을 갈아입느라 분주하다. 제비 등의 여름새는 이 무렵이면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고 기러기 등 겨울새가 찾아들 것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물봉선. 2021.10.11 nulcheon@newspim.com

농산촌의 실개천은 물봉선과 물달개비와 닭의장꽃 세상이다.

생물은 어김없이 제 때를 찾아 잎사귀를 키우고 꽃을 피운다. 서로 앞다투어 꽃잎을 열며 마구 어지러이 피어나는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모두 제자리를 지킨 채 이웃자리를 넘보지 않는다.

물봉선에 이웃해 닭의장꽃이 속살을 열고 물달개비가 자기 만의 향을 날리며 나비를 부른다.

끊임없이 아귀다툼을 일삼는 사람들과는 영 딴판이다. 나비도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제 방식대로 이곳저곳을 넘나든다. 나비는 하루종일 제 각각의 향을 함께 담으며 짝짓기도 은밀하게, 그러나 훌륭하게 수행한다.

마을 앞산에 뿌리를 내린 수 십년은 족히 넘었을 밤나무에서 농염하게 몸을 부풀린 밤이 툭툭 떨어진다. 울진지방에서는 이를 '찰락'이라 부른다. '찰 만(滿)'자와 '떨어질 락(落)'자에서 '찰락'을 차용한 의미인 듯하다. 새벽녘 부지런한 농군들은 '찰락이'를 한 자루씩 줍는다.

[대구경북=남효선 기자] 2021.10.11 nulcheon@newspim.com
[봉화=뉴스핌] 남효선 = 사과 익어가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마을. 2021.10.11 nulcheon@newspim.com

햅쌀에 이어 제일 먼저 맛보는 햇과일 수확의 포만감이 부지런히 주은 햇밤 자루처럼 넉넉하게 농꾼의 가슴을 채운다. 그래도 가슴 한켠은 예전처럼 푸근하지만은 않다. 갈수록 살림살이가 빠듯하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2년째 미증유의 재앙인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급습하면서 이웃 간의 소통도 단절됐다. 너무 급작스럽게, 급하게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미처 단절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그저 앗긴 일상의 분노를 정부에 쏟아내고 있다.

도시로 나가 어렵게 자리잡은 자식들 소식도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평생 허리띠 졸라매고 어렵게 도시로 보내 대학공부까지 시켰으나, 여전히 마땅한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이른바 2030 MZ세대의 고독사와 집단사가 최근 몇 년 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흡사 역병처럼 한국사회를 억누르고 있다.

TV를 통해 연일 전해지는 암울한 소식에 가슴은 커다란 돌덩이가 짓누르는 듯 먹먹하다. 윤기 흐르는 햅쌀로 지은 밥맛도 영 흥이 나질 않는다.

젊은이들이 설 곳이 없다. 의료기술 발달로 백세 시대가 열리면서 60대의 노년들도 설 곳이 없다며 푸념한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고, 평생을 공직에서 공기업에서 호가호의해 온 사람들은 수 억원 대의 퇴직금을 받아들고 다시 관련 기업체에서, 이익단체에서 자리를 꿰차고 앉는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대표적 전통장시인 '울진바지게시장'. 2021.10.11 nulcheon@newspim.com

방송은 연일 '고소득층은 살기 좋아지고 서민가계는 점점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회경제적 불평등 격차가 고착화됐다고 우려의 목소리로 떠들어대지만 정작 정치권은 꿈적도 않는다.

외려 국민들의 아우성과는 달리 청개구리 마냥 정 반대이다. 가끔씩 정색하듯 서민정책이라고 발표하기는 하지만 그 또한 '언 발에 오줌누듯' 전형적인 생색내기용이라는 것을 이 땅의 서민들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여름인 듯 가을인 듯 불볕으로 세상을 달구다 슬그머니 서늘한 기운이 세상을 휘감는다.

도무지 계절이 서로 손을 흔들며 바뀌는 문턱이 모호하다.

사람들의 질서가 '몇 안 되는 가진 자' 중심으로 급격하게 고착되고 있는 이 시간, 자연은 제 각각, 그러나 이웃한 것들끼리 어깨를 맞대고 꽃을 피우고 속살을 열고 자기만의 향을 뿌린다.

nulche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여론조사] 尹 지지율 3%p 하락한 32.2%…"채상병 특검법 재공방 등 영향"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지난 조사 대비 소폭 하락하며 30%대 초반을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가 27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4~25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잘하는 편+매우 잘함)는 지난 조사(35.2%) 대비 3%포인트(p) 하락한 32.2%로 집계됐다. 부정평가(잘못하는 편+매우 못함)는 62.2%→65.3%로 3.1%p 상승하며, 긍·부정 격차는 지난 조사 대비 27.0%p→33.1%p로 격차가 벌어졌다. 성별로 남성은 긍정 29.2%, 부정 69.2%, 여성은 긍정 35.3%, 부정 61.4%다. 연령별로 만18~29세는 긍정 25.2%, 부정 72.3%다. 30대는 긍정 26.8%, 부정 72.2%, 40대는 긍정 18.0%, 부정 80.4%로 가장 낮은 지지율 나타냈다. 50대는 긍정 29.1%, 부정 69.5%, 60대는 긍정 43.5%, 부정 54.3%, 70대 이상은 긍정 54.2%, 부정 39.2%다. 지역별로 서울은 긍정 29.5%, 부정 67.6%, 경기·인천은 긍정 29.5%, 부정 68.7%다. 대전·충청·세종은 긍정 32.8%, 부정 67.2%, 강원·제주는 긍정 36.8%, 부정 60.7%다. 부산·울산·경남은 긍정 35.8%, 부정 63.6%, 대구·경북은 긍정 46.6%, 부정 47.6%다. 광주·전남·전북은 긍정 24.3%, 부정 69.7%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종부세 폐지·상속세율 인하 예고 이후 국정 지지세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청년층과 40대의 취업률 저하 등 체감 민생경제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 발언으로 인한 공방, 소련 해체 후인 1996년에 폐기됐던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사실상 부활한 러시아-북한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로 안보 불안 등이 지지율을 하락하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2.9%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kimsh@newspim.com 2024-06-27 06:00
사진
친족간 재산범죄 처벌 가능해진다...‘친족 상도례’ 헌법 불합치 결정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8촌 내 혈족이나 4촌 내 인척·배우자 간 발생한 절도·사기죄 등 재산범죄에 대한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 4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정사 최초 '검사 탄핵' 사건인 안동완 부산지검 검사 탄핵사건을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에 대한 대체복무역 관련 헌법소원 등의 선고를 앞두고 재판정에 자리해 있다. 2024.05.30 choipix16@newspim.com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인 청구인 김모 씨는 삼촌 등을 준사기,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에게 청구인의 동거 친족으로서 형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횡령 혐의로 계부를 고소한 또 다른 청구인 김모 씨,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부친을 대리해 업무상횡령 혐의로 부친의 자녀들을 고소한 장모 씨, 어머니 명의 예금을 횡령한 혐의로 동생과 그 배우자를 고소한 청구인 최모 씨도 모두 비슷한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에 김씨 등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친족상도례는 과거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실질적 유대나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고, 또한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에 대해 동거를 요건으로 적용된다"며 "이처럼 넓은 범위의 친족간 관계를 일반화하기 어려움에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경우에 따라 형사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강도·손괴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재산범죄에 준용된다"며 "이러한 재산범죄의 불법성이 일반적으로 경미해 피해자가 수인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거나 피해의 회복 및 친족간 관계의 복원이 용이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독립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 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 심판대상조항을 적용 내지 준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이같은 사정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법관으로 하여금 형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해, 대부분의 사안에서는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 형사피해자는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고, 기소가 되더라도 '형의 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어 형사피해자의 적절한 형벌권 행사 요구는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일정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와 관련해 형사처벌의 특례를 인정하는 데 있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면제'를 함에 따라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 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그 적용을 중지해 내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 기한을 뒀다.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한편 이날 헌재는 형법 제328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내렸다. 형법 제328조 제2항은 '제1항 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피해자의 고소를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고,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수사나 기소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사건 재판절차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는 등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하는 절차적 권리가 제약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역사적·문화적 특징 등을 고려해 일정한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를 소추조건으로 정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국가형벌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 2024-06-27 15:4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