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유실된 입암2교 밤새 응급복구...25일 통행 재개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많은 비를 뿌리고 소멸한 제12호 태풍 '오마이스'가 물러난 24일 약 3시간 동안 129mm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삽시간에 쑥대밭으로 초토화된 포항시 죽장면 입암리.
25일 포항시 청하면에서 죽장면 입암리 소재지로 들어가는 산간도로에는 곳곳에 토사더미가 쌓여있거나 2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쌓여 전날 쏟아내린 물폭탄의 위력을 보여주듯 폭우가 할킨 생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죽장면 가사리 마을 삼거리에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로에는 물폭탄이 남긴 진흙이 흡사 뻘밭처럼 펼쳐있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3시간만에 130mm의 폭우가 쏟아진 경북 포항시 죽장면 입암리 피해복구 현장. 2021.08.25 nulcheon@newspim.com |
도로변에 연접한 주택 마당에서 군 장병들이 삽과 손수레를 끌며 연신 집안으로 밀어닥친 진흙더미를 실어내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마을 주변의 밭은 폭우로 순식간에 밀려온 토사더미에 묻혀 흡사 큰물이 지나간 강변처럼 쑥대밭으로 변했다.
애써 가꾼 콩과 고추밭은 밀려오는 토사더미에 맥없이 묻혀있다. 미처 수확하지 못한 잘 익은 고추가 토사더미에 섞여 진흙을 잔뜩 뒤집어 쓰고 있다.
"지난 미탁과 콩레이때만 해도 이렇게 물이 넘쳐 집안으로 밀려오지는 않았습니다. 3년 여 전에 마을 앞 가사천을 가로지르는 보를 놓은 후부터 큰 비가 오면 강물이 넘쳐 주택과 논밭으로 밀려왔습니다. 보를 건설할 당시 마을 주민들은 모두 반대했습니다."
쓰러진 고추더미를 일으켜 세우던 60대 주민이 볼멘소리로 목소리를 높혔다.
마을 앞 하천을 가로질러 보를 놓으면서 물 흐름을 방해해 결국 강물이 넘쳐 주택과 경작지로 범람했다는 지적이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24일 오후 3시간만에 130mm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쑥대밭으로 변한 포항시 죽장면 가사리마을. 2021.08.25 nulcheon@newspim.com |
하천에 연접한 비닐하우스에서 한 무리의 군 장병들이 밀려온 토사를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콩레이와 미탁이 내습한 후 행정당국에 주택과 농경지 쪽의 하천에 옹벽을 설치해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습니다. 주민들의 요구대로 옹벽 등 하천 정비를 했으면 이번같은 피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수 년 전 가사리 마을의 풍광에 반해 귀촌한 후 화훼농원을 가꾸고 있다는 30대 아주머니가 행정의 소홀한 방제대책을 힐난했다.
조선중기 이름난 문신인 여헌 장현광(1554~1637)선생의 유허가 많이 남아 있는 입암리 마을도 물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포항시가 25일 전날 쏟아진 폭우로 유실된 포항시 죽장면 입암리 입암2교를 긴급 복구하고 있다. 2021.08.25 nulcheon@newspim.com |
죽장면소재지인 죽장면행정복지센터에서 청송군으로 이어지는 입암2교 부근에는 수해복구 인력과 장비들이 대거 투입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성의용소방대 등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이 마을로 밀려온 강물의 잔해를 치우고 뻘밭으로 변한 집 마당을 정리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날 쏟아진 폭우로 입암2교 일부가 유실되면서 죽장시장 쪽과 다리 건너편의 서포중학교와 포항보건고등학교 쪽은 순식간에 통행이 단절됐다.
또 유실된 입암교와 연접한 포항보건고등학교와 서포중학교 교정이 침수당하면서 급기야 학교당국은 25일부터 원격수업에 들어갔다.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25일부터 등교 대신에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며 "학교로 진입하는 입암교가 복구되고 학교 교정 등의 방역과 정리가 끝나는대로 다음 주 월요일에 정상 수업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주 월요일 정상수업 진행도 주변 환경의 정비에 따라 가변적이다"고 덧붙였다.
포항시는 폭우로 입암2교가 유실된 24일, 덤프트럭 10대, 굴삭기 4대 등 복구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해 응급복구에 나서 유실 부분에 임시도로를 내는 등 통행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동량이 많은데다가 불어난 강물의 유속이 강해 응급복구 연결부위가 약화되자 25일 오후부터 다시 통행을 통제하고 임시 통행로 보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쯤이면 통행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KT직원들이 25일 폭우피해현장인 포항시 죽장면 입암리에서 통산망을 긴급 복구하고 있다. 2021.08.25 nulcheon@newspim.com |
시가지에서는 KT직원들이 폭우로 훼손된 광케이블 등 통신망 복원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죽장면 일대 전체지역의 통신망 복원은 이르면 오후 6시쯤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포항시 의용소방대원과 자원봉사대들은 침수피해를 입은 죽장시장 곳곳에서 물폭탄이 할퀴고 간 생채기를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체 순식간에 쏟아져 미쳐 손 쓸 새도 없었니더. 밤새 잠 한숨 못자고 쓸고 닦았니더. 물에 잠겨버린 가전제품이 큰 걱정이시더."
뜬눈으로 밤을 새며 폭우로 쏟아져 들어온 물과 쓰레기 등을 치웠다는 70대 점포주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에 위치한 시장 내 일부 점포는 영업 재개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폭우로 유실된 죽장면 입암리 입암2교 긴급 응급복구를 독려하고 있다.[사진=포항시] 2021.08.25 nulcheon@newspim.com |
이강덕 시장은 폭우가 쏟아진 24일과 25일 잇따라 현장을 찾아 신속하고 안전한 복구를 독려했다.
포항지역의 이번 태풍 '오마이스'와 폭우에 따른 피해규모는 현재까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다.
포항시는 죽장면을 비롯 구룡포읍, 장기면, 포항 북구 도심지 등 수해 피해 현황 조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복구에 전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며 "조속한 피해 복구와 이재민 구호에도 속도를 더 내겠다"고 말했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