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인턴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가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우정사업본부(우본)을 규탄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우본의 무더기 고소·고발에 노조가 무기한 농성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본의 사회적 합의 무력화 시도와 노조 죽이기 행태를 더 좌시할 수 없다"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우본이 택배노동자들의 분류작업 제외 완료 시한과 관련해 '민간 택배사들의 합의일 뿐 우리와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사회적 합의문 서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주요한 내용들을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합의에 따르면 택배사는 오는 9월 1일부터 분류작업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고 내년부터는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에서 제외되도록 해야 한다.
또 "우본은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에 따라 10월 말까지 완료해야 하는 표준계약서 갱신 절차에 대해 '내년 이후 계약갱신 시기가 오면 작성할 것'이라 하면서 작성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본은 택배기사의 분류작업 관련 수수료 문제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으며, 택배 명칭을 '소포'로 바꿔 사회적 합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인턴기자 =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윤중현 택배노조 우체국본부 본부장. 2021.08.19. parksj@newspim.com |
앞서 노조는 우본이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한 사회적 합의기구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지난 6월 14일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로비를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여의도공원 일대에서는 전국에서 약 4000명의 조합원이 모여 1박 2일 상경투쟁을 진행했다.
점거농성을 벌이던 노조는 6월 16일과 18일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중재안 잠정 합의 소식에 농성을 종료하고 해산했다.
그러나 이후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들은 우본으로부터 잇따라 고소·고발장을 받았다. 우본이 택배노조를 고소·고발한 사건은 총 5건이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이 불법쟁의행위, 집단적 배달거부 등 업무방해 혐의로 2건을 고소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이 여의도 우체국 무단점거, 서울지방우정청이 동서울우편집중국 불법점거 등으로 고소했으며, 우체국물류지원단은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윤중현 택배노조 우체국본부장은 "(우본은) 택배노조를 무더기 고소·고발해서 노조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우본은 정부기관으로서 민간 택배사들을 선도해야 할 위치에 있지만 노조 무시, 노조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훈 택배노조 우체국본부 사무국장은 "농성장 중심으로 조합원 차량 현수막 부착, 동시다발 기자회견, 규탄대회, 법적 대응 등을 전개하겠다"며 "우본이 사회적 합의 무력화 시도를 포기하고 성실한 이행에 나설 때까지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우본은 사회적 합의 이행과 택배노조 고소·고발건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우본은 "택배노조를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고소건은 지난 6월 7~18일까지 택배노조의 노조법 등 절차를 위반한 불법쟁의, 집단적 업무거부와 이로 발생한 손해배상, 우체국사 불법점거 등 불법행위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업무여건 및 처우개선을 위한 택배노조의 활동을 지지하고 적극 협조할 것이나 국민의 보편적서비스인 통상 및 소포우편물의 원활한 배달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기관으로서 법과 원칙을 벗어난 행동에 대해서는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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