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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시민단체 "언론중재법, 원점 재논의 필요...언론자유 위협"

  • 기사입력 : 2021년08월19일 14:36
  • 최종수정 : 2021년08월19일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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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1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야당과 언론계의 반발에도 여당이 수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현업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 여당 단독으로 '언론중재법' 강행…언론계 "수정안 아닌 원점 재논의 필요"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단독 처리했다.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 배상이 골자다. 고위공직자와 기업인 등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을 배제하고, 공익침해 관련 보도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보도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정안이 반영됐으나 야당과 언론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허성권 KBA 노조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철폐투쟁 범국민 공동투쟁위원회 결성식에서 언론중재법 통과를 반대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2021.08.19 leehs@newspim.com

허성권 KBS 노조위원장은 법안이 문체위를 통과한 19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언론중재법 국회 통과를 반대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와 정의당은 17일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폐기가 언론개혁의 시작"이라며 개정안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훗날 한국 언론사에 유례없는 언론 자유 침해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며 "한국 언론은 민주주의의 위기 때마다 최후의 보루였다"면서 '국회 차원의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국민 공청회를 제안했다.

국제언론인협회(IPI·International Press Institute)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철회를 촉구했다. IPI는 17일(현지시간) '한국은 새로운 '가짜 뉴스'법을 철회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가짜 뉴스'를 게재한 혐의로 고소된 언론사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국의 법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스콧 그리펜 IPI 부국장은 "세계의 권위주의 정부가 비판을 억누르기 위해 이른바 '가짜뉴스법'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처럼 민주주의 국가가 이런 부정적인 흐름을 따르는 것은 실망스럽다"면서 "매우 모호한 개념에 기초한 엄중한 처벌을 도입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명백한 위협이 된다"며 해당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그리펜 부국장은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언론인과 언론사에 경제적 파탄을 주겠다는 위협이 될 것"이며 "'가짜뉴스'라는 개념이 불확실해, 언론에 자기검열의 위험을 높인다"면서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대다수의 언론 단체들과 뜻을 같이했다. IPI는 언론자유의 보호와 진흥을 위해 1950년 창립된 단체로, 세계 120개 국가의 언론인과 미디어 경영인, 편집자들로 구성돼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2021.08.19 leehs@newspim.com

◆ 학계에서도 계속되는 반대…"언론자유 위축시킬 악법 변질 우려"

앞서 문체위 처리가 한 차례 예고됐던 17일 한국언론학회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현안 토론회'를 열고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석태 세명대 교수는 "'가짜뉴스' 개념에 대한 공감이 없는 데다 정책 목표와 수단이 상응하는지 의문"이라며 "개정안대로면 손해배상 인정 범위가 판사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오히려 기준액 산정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은 "코로나19 관련 허위 조작 정보나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로 유포된 잘못된 정보들을 검증한 것은 오히려 언론"이라며 "법적 규제가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해외도 법 대신 미디어 리터러시나 팩트체크 강화 대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호 경북대 교수는 이날 민주당이 내놓은 수정안에 대해서도 "수정안이 오늘까지 다시 제출될 만큼 급박하게 처리할 법안인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중요한 법안에 대한 정교한 논의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언론학회 회장단 명의의 성명을 통해서도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16일 "언론중재법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반민주적 악법으로 변할 것"이라며 "법안 취지가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해도, 민주당이 야당의 반대와 당사자인 언론계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채 다수 의석만 믿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직 기자들도 10명 중 5명은 언론을 대상으로 한 징벌적 손배제에 동의하지 않는 조사 결과가 나타나며 '징벌적 손배제'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기자협회보가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을 맞아 기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1%가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볼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리는 징벌적 손배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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