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에서 기부금 횡령 등 검찰 공소사실 부인
"의혹의 상당 부분들 엉터리로 결론나"
"정대협 '윤미향 사조직'이라고 부르는 건 모욕"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기부금을 모금해 횡령한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5일 오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관리법) 위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 의원과 정의연 이사 김모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출석 의무가 없어 지난 6차례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윤 의원은 이날 기소 이후 약 11개월만에 법정에 출석했다. 오후 2시 18분 도착한 윤 의원은 "재판에서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검은색 정장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상징하는 노란나비 배지가 달려있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 '후원금 유용 혐의를 인정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윤 의원은 답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법원 주변에는 일부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과 유튜버들이 몰려 윤 의원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등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8.11 kilroy023@newspim.com |
윤 의원은 이날 재판에서 "30년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 활동가로 부끄럼없이 살아왔다"며 "지난 1년 동안 수사 과정에서 저와 제 가족, 정대협, 정의연, 저와 함께했던 선후배 동료들이 큰 상처를 입어 가슴이 무척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정대협은 윤미향 1인이 이끄는 사조직이 아니며 저를 포함한 3인의 공동대표도 회원단체의 추천을 받아 선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정대협을 '윤미향 사조직'이라고 부르는 것은 수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검찰은 저와 정대협을 분리해 저와 A씨는 가해자, 정대협은 피해자로 보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 극단적 선택을 한 정의연 마포쉼터 소장 손모씨에 대해선 눈시울을 붉히며 미안함을 전했다. 그는 "딸로, 동지로 때론 부모처럼 할머니들을 모셨던 소중한 동료인 손 소장을 잃었다"며 "할머니들을 돌봐줘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손씨에게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이어 "(손씨 사망 이후)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온갖 악의적인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터무니 없는 의혹도 제기됐다"며 "저를 아파트 5채를 구입한 사람, 할머니 돈으로 딸 유학비를 댄 파렴치한으로 몰고 아시아와 유엔에서 할머니를 이용해 노인 학대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기소가 완료된 시점에서 많은 여론재판이 있었으나 의혹의 상당 부분들은 엉터리인 것으로 결론났다"며 "여전히 남아있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변호인들이 잘 변론해줄 것이다. 어떤 편견 없이 심리가 이뤄져서 공정한 재판이 되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2시간 30분에 걸친 첫 재판이 끝나자 윤 의원은 굳은 얼굴로 법원을 나섰다.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냐', '할머니들께 할 말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몸을 실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등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는 가운데 법원 관계자에 의해 질문하는 취재진이 밀쳐지고 있다. 2021.08.11 kilroy023@newspim.com |
검찰은 지난해 9월 윤 의원에 대해 보조금관리법 위반·사기·지방재정법 위반·기부금품법 위반·업무상 횡령·배임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윤 의원 측근이자 정의연 이사인 김씨는 보조금관리법 위반·지방재정법 위반·사기·기부금품법 위반·업무상 배임·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기소 후 윤 의원의 공판준비기일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5일까지 총 6차례 열렸다. 공판준비기일동안 검사와 변호인의 대립이 이어졌지만 지난달 2일 윤 의원 측이 증거인부서를 제출하면서 이날로 첫 공판기일이 잡혔다.
검찰은 정의연이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윤 의원이 학예사가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 신청하고 등록함으로써 2013∼2020년 7년 동안 정부 보조금을 부정수령했다고 봤다.
또 윤 의원이 직원 2명과 함께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지업사업 인건비 보조금 등을 부정수령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단체 계좌로 총 41억원의 기부금품을 모집하고, 해외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나비기금과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명목으로 1억7000만원의 기부금품을 개인 계좌로 모금했다고 보고 있다.
윤 의원의 다음 공판기일은 9월 17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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