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北, 지원 원하기 때문에 고위 관리가 나서지 않은 것"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미국 국무부는 12일 북한 외무성이 미국을 향해 인도적 지원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과 관련, "북한 당국이 자국민을 지속적으로 착취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북한 외무성이 올린 글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이 글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국무부 측은 "북한은 지속해서 자국민을 착취하고, 불법적인 핵과 탄도무기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쓰일 자원을 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 청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더욱이 북한은 국경을 폐쇄하고 국제지원 제안을 거부하는 한편, 기존 인도주의 사업을 실행하고 감시분배하는 담당자를 제한함으로써 지원 전달에 상당한 장벽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강현철 국제경제 및 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 명의의 '인도주의지원을 불순한 정치적목적에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글을 통해 "세계는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의한 대유행 전염병으로 초래된 혹심한 경제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를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는데 악용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 국제사회의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외원조법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그 어떤 형태의 지원이든 미국의 대외정책에 철저히 복종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호상안전보장법에도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그 어떤 지원도 미국의 대외정책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을 박아넣었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사는 "국제문제분석가들은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곧잘 외워대곤 하는 '인권문제'도 본질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내정간섭을 실현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미국이 인도주의지원을 인권문제와 연관시키고 있는 속셈이 주권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합법화하고 저들의 불순한 정책적 기도를 실현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美 전문가들 "北, 지원 원하기 때문에 고위 관리가 나서서 美 비판하지 않은 것"
이와 관련,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매우 낮은 직급의 북한 관계자가 이러한 발언을 한 이유는 북한이 과거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었지만, 현재 '백지수표'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미국이 현금 지원을 해주길 바라고, 그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스스로 결정하길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의 지원을 원하기 때문에, 고위 관리가 나서 미국을 비판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또 킹 전 특사는 북한이 미국을 부끄럽게 만들어 지원을 제공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실제 문제는 권위주의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부양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로베르타 코언 전 미국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도 이날 "북한은 자국의 식량 부족과 백신 부재로 인해, 미국이 우위를 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언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이유는 미국의 인도주의적이고, 인권주의적인 원조 제공의 원칙의 의미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선임연구원도 이날 "북한 정권은 미국을 실제 두려워한다기 보다는 외부 정보가 북한 주민들에게 유입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의 원인은 김정은의 의도적인 결정 때문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 외무성이 강현철이라는 낮은 급의 연구사 명의로 글을 공개한 이유는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게 된다면, 강현철의 해임 등 여러가지 사후 조치가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이날 "김정은 정권은 그동안 인권침해를 시정해달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협조하지 않았다"면서 "김정은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권을 무기화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자국민들의 인권을 댓가로 국제사회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거나 원조를 받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nevermi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