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 세계적인 힙합 스타이자 디자이너인 카네이 웨스트(44)가 신었던 나이키 운동화가 소더비 경매에서 180만달러(약 20억원)에 낙찰됐다. 이로써 웨스트가 신었던 스니커즈는 운동화 낙찰가격으로는 '마의 벽'이었던 100만달러를 가뿐히 넘어서며, 지구촌 전반에 "도대체 무슨 운동화길래?"라는 반응을 불러모았다. 또 어마어마한 금액에 '헌 운동화(사실 최고 스타가 신었다면 휠씬 더 비싸진다)'를 사들인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증도 증폭됐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고가에 판매된 나이키의 희귀 스니커즈.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The 10 Nike Air Max 97 OG; Yeezy Boost 350 v2 Oreo; Yeezy Boost 350 v2 Frozen; Air Jordan 5 Tokyo 23; Air Yeezy2 NRG Pure Platinum; Air Jordan 11 Jeter. [사진=소더비] 2021.4.27 art29@newspim.com |
미술품과 럭셔리 아이템을 취급하는 경매업체 소더비는 26일 "카네이 웨스트가 나이키와 협업해 만든 '나이키 에어 이지1' 초기 모델이 180만달러에 팔리며 종전의 운동화 경매 부문에서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웨스트는 지난 2008년 그래미 어워드 당시 발목까지 올라가는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헤이 마마(Hey Mama)', '스트롱거(Stronger)'를 불렀다. 운동화 마니아들은 시상식 중계 내내 웨스트의 블랙 가죽 스니커즈에 눈길을 준바 있다. 이 모델은 나이키가 운동선수 출신이 아닌, 유명인사와 손잡고 만든 첫 번째 스니커즈였는데, 2009년 4월을 끝으로 생산이 종료됐다.
웨스트의 '나이키 에어 이지1'의 낙찰가는 종전 운동화 최고낙찰가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8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 프로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의 '나이키 에어 조던1'이 61만6000달러(약 6억8300만원)에 낙찰된 것이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었다. 조던은 1985년 경기 때 이 운동화를 신었다. 그렇다면 운동화의 경매기록을 무려 180만달러까지 끌어올린 낙찰자는 누구일까? 개인이 아니라 스니커즈 투자플랫폼인 레어스(RARES)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 위치한 레어스는 희귀 운동화를 전문적으로 사들여, 일반인의 투자를 받는 업체다. 설립자는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출신인 제롬 샙(Gerome Sapp, 44)이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카네이 웨스트 사인이 들어있는 '나이키 에어 이지2'. 지난 3월29일 소더비에서 5만400달러에 팔렸다. [사진=소더비] 2021.4.27 art29@newspim.com |
볼티모어 레이븐스 소속이었던 샙은 마치 기업의 주식을 사듯 희귀 운동화에 다중이 돈을 내 투자할 수 있는 최초의 소셜 투자플랫폼을 만들었다. 레어스는 웹사이트에서 "우리는 스니커즈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뒤집고, 진화시키려 한다. 더 이상 운동화를 사려고 상점 앞에서 오랜 시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또 온라인 마켓에서 피말리는 초다툼을 할 필요도 없다. 모든 사람이 투자등급 운동화에 쉽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히고 있다. 레어스를 통해 유저들과 소통하며 운동화문화에 참여하고, 수익도 올리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유명 작가의 그림을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하고, 나중에 비싼 값에 팔리면 그 수익을 배분하는 '분할소유'방식을 운동화에 적용한 셈이다.
소더비는 이번 웨스트의 스니커즈를 '현존하는 가장 소중하고 인기있는 운동화 중 하나'라고 평했다. 이 아이템의 위탁자는 'Applied Arts'(응용예술)라는 운동화 미디어회사의 설립자이자 노련한 스니커즈 수집가이자 유명 큐레이터인 Ryan Chang으로 알려졌다. 레어스의 제롬 샙 대표는 "이 스니커즈는 '나이키 에어 이지1'의 가장 첫번째 모델로, 매우 귀하고 상징적인 스니커즈다"라는 성명을 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소더비 경매에서 20억원에 팔린 카네이 웨스트가 신었던 '나이키 에어 이지1' 초기 모델. [사진=Rares] 2021.4.27 art29@newspim.com |
하지만 모든 투자가 그렇듯 스니커즈 투자 또한 돈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별히 가치있는 아이템만이 시간이 흘러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레어스 또한 웹사이트 말미에(작은 글씨로) 이같은 주의사항을 곁들이고 있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스니커즈 마켓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네이 웨스트가 디자인한 스니커즈는 물론이고 지구촌 스타들이 협력해 제작된 스니커즈, 각종 희귀 운동화는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다종다기한 사이트에서 성황리에 팔리고 있다.
소더비는 전문수집가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운동화 수집과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고수들도 여럿 생겨나면서 최근 10년간 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라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은 전세계 운동화 재판매 시장규모가 2030년까지 300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서도 메이저 미술품경매사인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이 이미 운동화 경매를 시행 중이다. 서울옥션은 별도 자회사까지 설립한 바 있다. 이래저래 운동화는 '그저 신다가 낡으면 버리는 아이템'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간직하고 소장해야 할 중요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도도한 물결은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를 넘어 한국, 일본, 홍콩, 중국으로 넓게 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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