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합동, 외국인근로자 근로여건 개선방안 발표
가건물 숙소 제공·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장 변경 가능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개선 이행기간 6개월 부여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앞으로 농·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는 입국 즉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도 최대 50%까지 경감·지원받는다.
또한 사업장 변경 사유도 확대된다. 숙소 용도가 아닌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받은 경우, 사업장에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사업주의 숙소 개선계획 등을 전제로 한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개선 이행기간이 6개월간 부여된다.
정부는 외국인근로자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의 '외국인근로자 근로여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 ▲사업장 변경 시 외국인근로자의 책임 없는 사유 확대 ▲주거환경 개선 이행기간 부여 등을 핵심으로 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전국이주인권단체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고용허가제 기간 만료자에 대한 취업활동 허용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한 외국인 근로자가 발언하고 있다. 2020.10.08 pangbin@newspim.com |
◆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입국 후 즉시 지역가입 적용
먼저 정부는 농·어촌 외국인근로자의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입국한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즉시 지역가입을 적용할 계획이다.
외국인근로자는 사업장에 종사해 대부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적용되나, 사업자등록이 되지 않은 사업장에 근로자하는 외국인근로자는 입국 후 6개월이 지난 후에나 지역가입자로 가입됐다.
이와 함께 농·어촌 지역 건강보험료 경감(22%) 대상에 건강보험 당연가입외국인을 포함한다. 농·어업인 건강보험료 지원사업(28%)을 통한 보험료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 5년간 5회 사업장 변경 가능…휴·폐업시는 횟수 제한 없어
또 사용자 근로계약 해지 또는 계약 만료 시 총 5년의 취업활동 기간 동안 5회 이내 범위에서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휴·폐업,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 책임이 아닌 경우에는 횟수에 제한 없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외국인근로자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최초 고용허가된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외국인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가 폭넓게 인정돼 부당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변경이 제한돼왔다. 이에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소재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사업장 변경 횟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초 법제·규제심사, 이달 중 행정예고, 이달 말 고시 개정 및 공포 절차를 거친다.
외국인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에 새로 포함되는 사항은 숙소 용도가 아닌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한 경우와 농한기 및 금어기에 권고퇴사한 경우다. 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업장에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외국인근로자가 3개월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신체적·정신적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경우도 추가한다.
아울러 임금체불 인정 기준을 완화해 현행 기준을 '2개월 이상 연속'되는 경우로 명확히 한다. 현재는 월 임금의 30%(10%) 이상의 금액을 2개월(4개월) 이상 체불 시 인정했다.
이와 함께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외국인근로자 전용보험(출국만기보험, 임금체불보증보험) 및 사회보험에 미가입한 때도 사업장 변경 사유로 포함한다.
사용자에 의한 성폭행 피해 발생 시 적용하는 긴급 사업장 변경도 사용자 외에 직장동료, 사업주의 배우자(동거인 포함) 또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의 성폭행 피해도 긴급 사업장 변경 사유로 포함한다.
◆ 계약기간 연장·재고용 허가시 주거환경 이행기간 6개월 부여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개선 이행기간도 6개월 부여한다.
현재 농·어업 분야 외국인근로자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올해 1월부터 농축산·어업 사업장의 경우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등 불법 가설 건축물(농지 위 설치 등)에 대한 고용허가를 불허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이주여성노동자 비닐하우스숙소 산재사망 진상규명 및 철저한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있다.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주노동자 사망원인의 철저한 규명과 피해 이주여성노동자 유족에 대한 사과 및 보상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2020.12.28 pangbin@newspim.com |
다만 고용허가 불허 조치가 유예기간 없이 시행됨에 따라 일부 농·어가에서 외국인근로자 숙소 개선을 위한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고려, 기존 계약기간 연장에 해당하는 재고용 허가에 대해서만 6개월의 개선계획 이행기간을 부여('21.3.2.~9.1.)한다. 숙소를 신축하는 경우에는 최대 1년간의 이행기간을 부여('21.3.2~'22.3.1.)한다. 단, 기존 숙소 이용 및 재고용 동의를 전제로 한다.
외국인근로자 숙소 개선이 이행기간 내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재고용 허가는 취소하고, 외국인근로자는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제 외국인근로자는 우리 농·어촌과 산업현장에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들의 기본적인 근로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사업주도 함께 상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관계부처와 함께 이번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외국인근로자와 사업주 모두의 의견을 균형있게 고려하면서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