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임수향이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주연급 연기자에 걸맞는 발전과 성장을 보여줬다. 그동안은 그를 의심했던 시청자들도 절절한 사연이 담긴 연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수향은 최근 MBC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극중 오예지 역을 맡아 열연한 소감을 밝혔다. 가장 감정적으로는 힘든 캐릭터였지만, 극 내외로 이만큼 사랑받은 적도 드물었다. 시청률도 2%대에서 시작해 마지막회에서 두배 이상 상승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어요. 그런 게 좀 드러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해요. 조금 더 체력이나 에너지가 따라줬다면 더 잘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죠. 예지와 저는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 달라요. 제가 그만큼 참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제가 직설적으로 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알고보면 소심하고 많이 참기도 하죠. 이렇게 인터뷰 하고도 집에 가서 계속 생각할걸요. 잘 얘기했나? 실수는 안했나? 스스로는 소심하게 안굴려고, 안그런척 하는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MBC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 출연한 배우 임수향 [사진=FN엔터테인먼트] 2020.10.22 jyyang@newspim.com |
극중 예지는 서진(하석진)과 서환(지수) 형제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자였다. 과거의 아픈 사연과 상처를 지녔지만, 잘 웃고 잘 울고 감정표현에 솔직한 여자다. 시청자들은 진이파와 환이파로 나뉘어 각 커플의 사랑을 응원하기도 했다. 예지를 연기한 임수향에게는 가장 잘 어울리는 역이라는 칭찬도 따랐다.
"싱크로율이 좋다는 말씀이 기분은 좋았어요. 저는 그정도로 아량이 넓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만약에 남편이 7년 동안 없었는데 다른 여자가 찾아왔다? 그 순간 끝이죠. 근데 또 생각을 해보니까 인연을 또 잘 못끊는 스타일이긴 해요. 그렇게 보면 비슷한 점도 있죠. 어떤 역을 해도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많이 봐주셨는데, 그런 게 예지에게 많이 묻어났지 않았나 싶어요. 그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여서요. 연기할 때 그런 부분은 편했죠. 갖고 있는 걸 꺼내서 보여줄 수 있어 좋았어요."
사랑하는 남편이 7년간 사라지는 설정이나, 어머니와 관련해 가슴아픈 사연들을 지닌 예지는 시청자들을 함께 울게 했다. 유난히 기구해보이는 예지를 연기하며 어렵지는 않았는지 묻자, 임수향은 "매 작품할 때마다 참 어렵다"면서 속내를 털어놨다.
"매번 어려워요. 이번에는 스무살 때 연기 처음할 때 저 대본 봐준 연기 선생님을 찾아갔죠. 선생님이랑 같이 대본 분석하고 리딩도 하고 대본을 통으로 머릿속에 외울 정도였어요. 촬영 중간에도 억지로 시간을 내서 선생님이랑 수업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요. 감독님이랑도 스케줄이 바쁜데도 주연 넷은 리딩을 매회 할 수 있게끔 부탁드렸어요. 고민도 연구도 정말 치열하게 했죠. 연기적으로 더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드는 작품이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MBC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 출연한 배우 임수향 [사진=FN엔터테인먼트] 2020.10.22 jyyang@newspim.com |
그럼에도 어려운 순간은 있었다.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현장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는 한계를 느꼈던 순간을 덤덤히 얘기하며, 매 신을 '전투'라고 불렀던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저는 더 이만큼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데 체력과 성량이 안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한계에 부딪혔던 순간이 분명히 있었죠.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늘 걱정했고, 강약조절도 신경써야 하니까요. 너무 강하게만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도 확실히 준비도 많이 하고 부딪히면서 배움은 있었죠. 진짜로 어려운 신은 의외의 장면이에요.(웃음) 강한 감정신 중에선 '왜 날 버렸냐'고 진이에게 막 퍼붓는 신이 있는데 혼자 독백같은 대사가 많았어요. 10신 찍으면 8-9신은 우는 장면이라 눈은 매일 퉁퉁 부어있었고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많이 느꼈죠. 우리끼리는 매 신을 '어디어디 전투'라고 불렀어요.(웃음)"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지상파 드라마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드라마가 두배 이상 시청률 성장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그는 "자연스레 책임감이 든다"면서 유난히 어려웠던 상황들을 돌아봤다. 다행스럽게도 쏟아진 호평에는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역이었다"면서 캐릭터에 공을 돌렸다.
"매작품마다 '이번이 나한테 기회야. 이거 잘해야해' 하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떻게 매번 잘 되겠어요. 그래도 제 숟가락만 걸려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책임감이 들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 다행이에요. 중간에 나훈아 콘서트도 그렇고 이길 수 없는 상대들이 있었죠. 하하. 코로나19 때문에 장소 대여도 쉽지 않았고 매순간 조심해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어요. 연기 정말 잘한다고 해주시는 글들 보면서 힘은 났어요. 그래 보일 수 있는 역이긴 했지만요.(웃음) 정말 힘들고 덥고 잠 못자고 감정소모에 시달리다가도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됐어요. 한번쯤 해보고 싶은 아련한 첫사랑 느낌이 잘 표현이 돼서 좋았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MBC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 출연한 배우 임수향 [사진=FN엔터테인먼트] 2020.10.22 jyyang@newspim.com |
임수향은 드라마 제목인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수없이 곱씹으며 배우 아닌 그냥 임수향으로도 느낀 게 많았다고 했다. 그는 "제목이 주는 힘 때문인지 계속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인생을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저도 '나는 언제 가장 예뻤지' 하고 생각해봤죠. 가만 보니 촬영하면서 아역 친구가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러다 어린 후배들 보면 또 가장 예쁜 시기 같고요. 엄마는 나한테 '네 나이가 젤 예쁠 때'라고 하세요. 어쩌면 사람들은 다들 가장 예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데 일상에 지쳐서 잘 못깨닫고 있지 않나 싶어요. 자꾸만 과거를 추억하면서 그때가 예뻤다고 생각하고, 미래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러다보니 내가 가장 예쁜 때는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었어요. 저도 예지도 그걸 모르고 살았죠. 예지는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사랑받고 있었고, 우울하게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지금의 나도 그렇지 않은가 생각이 들어요."
극중에서 예지가 너무 마음고생을 하니, 연기해본 입장에서 느낀 점도 있었다. 임수향은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남편이 7년간 사라지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와 고민하는 예지를 보며 연애나 결혼에 관해 다시 생각도 하게 됐다.
"예지의 삶이 좀 기구하고 힘들어서 지금 내 주변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가족, 친구들, 내 버팀목이 되는 분들에게 감사해요. 근데 알고보면 예지도 사랑받은 사람이죠. 그정도로, 환이만큼 사랑해주는 사람은 또 못만나본 것 같아서 예지가 또 부럽기도 했죠. 원래도 나이에 쫓기거나 때가 됐다고 결혼하는 건 반대예요.(웃음) 그렇게 결혼하면 안되죠. 사실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결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저는 일하는 걸 좋아하고 놀면 뭐하냐는 주의라서 금세 또 찾아뵙고 싶어요.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푸는 방법이기도 하죠. 감정을 대리표출하면서 묘하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피드백이 잘 오면 충만함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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