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애프터코로나 중국, 지린성을 가다] 촌 서기가 들려준 미래, 소강사회로 달려간 중국농촌

기사입력 : 2020년10월21일 08:54

최종수정 : 2020년10월23일 18:34

'가난을 벗어라', 코로나방역보다 바쁜 탈빈 공작

[뉴스핌 지안(지린성) = 최헌규 특파원] 베이징에서 15시간 넘게 달려온 기차는 날짜를 바꿔 10월 4일 새벽녘 중국 동북 지린(吉林)성 통화(通化)시 통화역에 도착했다. 스마트폰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20분을 알리고 있었다.코로나19 건강ID 검사를 마치고 플랫폼을 나오자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10월 초인데도 사람들의 차림새는 벌써 초겨울 복장이다. 

뉴스핌 '애프터 코로나 차이나' 기획 탐방 목적지인 지안(集安)시 신허(新河)촌 마을을 방문하려면 여기서 택시를 타고 아직 한참을 더 가야한다. 중국의 동북 산하는 한국 농촌 풍경을 그대로 빼닮았다. 왠지 낯설지가 않고 많이 다녀본 고장 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때맞춰 내리는 가을비로 창밖의 단풍은 한층 선명하게 울긋 불긋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통화역에서 잡아 탄 택시는 한시간 반이 지나 지안시의 농촌 화덴(花甸)진 신허촌에 도착했다. 이번 취재는 코로나 이후의 동북 지린성 경제와 말단 행정단위인 촌 마을의 샤오캉(小康, 풍요한 삶)및 탈빈(脫貧) 상황을 알아보는 것이다. 중국 추석겸 국경절 연휴를 맞아 예약된 신허촌 리청이(李成億) 서기와의 인터뷰는 4일 오전 촌위원회 사무실에서 아침 차를 마시면서 진행됐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의료진이 10월 4일 새벽 중국 지린성 통화역 기차역 출구에서 역사를 빠져나오는 승객들에 대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위챗 모바일 건강증명서를 검사하고 있다. 2020.10.21 chk@newspim.com

"상부에선 매일 빈곤 가정을 해소하라고 성화입니다. 마을의 촌 서기는 빈곤 농가를 찾아다니며 블루베리 재배나 비닐하우스 원예농사, 양어, 축산 농업을 권유합니다. 수입이 높은 부업을 알선하기도 하고요. 요새 촌(村,리) 서기(대부분 촌장을 겸임)의 실적중 가장 큰 평가사항은 탈빈 업무예요".

리서기는 "정부 지원금도 적지않다"며 "정부의 강력한 빈곤 퇴치 정책 때문에 농가가 의지만 있다면 가난할래야 가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리 서기는 "약 200호 쯤되는 신허촌 마을은 빈농이 없다"며 "인근 마을 서기의 일과는 빈곤 농가의 소득 증대를 돕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리 서기는 신허촌 마을은 코로나19의 청정지역과 같은 곳이었다며 상부의 지시로 방역에 적극 참여하긴 했지만 애초부터 코로나에 대해 우려가 적었고 일상 생활에도 큰 불편이 없었다고 말했다. 농촌 마을의 특성상 평소 사람과 물류 이동이 적었던 탓에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도 그만큼 덜 했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중국 동북지방 지린성 지안시 신허촌의 리청이 촌 위원회 서기가 인터뷰가 끝난 뒤 촌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0.21 chk@newspim.com

리서기의 신허촌 마을은 이미 가난에서 벗어났고 중국의 2020년 주요 국가 목표인 샤오캉을 충족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신허촌 마을 골목 어귀에는 비록 중국 본토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긴 하지만 BMW나 아우디 같은 외국 브랜드 차량도 여러대 주차 돼 있었다.

"우리마을 주민의 일인당 평균 소득은 6만위안입니다. 상급 화덴진(읍 면)의 인 평균 소득이 2만5000위안인데 비하면 부자 마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리서기는 마을 주민들은 각자 정부로 부터 공여받은 2.5무(畝, 1무는 200평)의 땅을 모두 농업 경영기업에 맡긴 뒤 배당을 받고, 각기 다른 일로 부대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안시의 조선족 집단 거주촌인 이 마을은 한국으로 일을 하러간 농가가 대부분이다. 비어있는 집도 여럿 있다. 한국에서의 수입은 중국 동북 농촌 마을 신허촌의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고 남먼저 부자 마을이 된 비결중 하나다. 이웃 한족 마을의 사람들은 이걸 크게 부러워한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중국 동북 지린성 지안시 신허촌 촌위원회 맞은 편 담벼락에 촌서기가 촌장을 겸임해 업무효율을 높이자는 구호가 나붙어 있다.   2020.10.21 chk@newspim.com

리 서기 가계는 병원에서 퇴직한 부인의 양로금을 합쳐 퇴직후에 고액인 7500위안의 양로 연금을 받게 된다. 물가가 싸고 씀씀이가 별로 없는 신허촌 농촌 생활을 감안할 때 꽤 큰 돈이다. 리 서기는 "생활 환경이 점점 개선되고 의료 보험도 가정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점점 수혜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촌서기를 맡은 지 거의 40년이 다 돼 갑니다. 개혁개방이 시작되고 나서 세상은 몰라보게 변했어요. 도시가 부자가 되고 나니 양광이 농촌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린성이 비록 경제가 낙후된 곳이지만 대신 성장의 보폭은 여느 발전 도시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하는 리 서기에게서 공산당 지도자 다운 면모가 느껴진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농촌의 가옥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끔하게 지어진 신허촌 농촌의 가옥. 짚 앞에는 농업용 트랙터  대신 외제 아우디 승용차가 주차돼 있다.  2020.10.21 chk@newspim.com

리 서기는 10대 중후반때 중국 현대사의 대동란인 문화혁명을 겪었다. 때문에 정규 학교 제도로는 중고등학교 과정도 제대로 공부할 수 없었다. 생활 형편이 여의치 않아 문혁이 끝나고 나서도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농사일을 하면서 틈틈히 글을 익혀야 했다. 6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지식을 넓혔고 공산당에도 가입할 수 있었다.

오락가락하던 비가 그치고 산허촌 마을에 가을 햇볕이 들었다. 들판엔 오곡이 풍성하고 야산엔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차를 두 주전자나 비우고 촌 위원회 서기 사무실을 나오는데 맞은편 담벼락에 '서기 지엔탸오(肩挑), 당업무 경제 업무 촉진' 이라는 낯선 구호가 눈길을 끈다. 의미를 뭇자 요즘 전국적으로 촌 서기가 촌장을 겸하는 조직 정비 작업이 한창이라고 들려줬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중국 동북 지린성 지안시 신허촌 마을의 무논에서 벼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한국 농촌의 가을 수확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2020.10.21 chk@newspim.com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오광수 낙마로 본 정권 인사 수난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인사는 만사다. 인사를 잘하면 지지율 상승과 함께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인사가 망사가 되면 지지율이 떨어져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조각에서 난맥상을 보이며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애를 먹었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매 정권마다 초기 인사에 대한 비판적인 조어가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 대표적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의 싸늘한 시선에 직면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수해 대비 현장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6.13 photo@newspim.com 이재명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에서 첫 낙마자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지난 8일 임명된 지 닷새 만이다.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낙마한 게 더 아플 수밖에 없다. 인사 검증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인선이 늦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조각에 52일 걸렸고, 문재인 정부는 195일 만에 조각을 완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조각에 181일이 소요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오 수석이 어젯밤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오 전 수석은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검찰 개혁'의 특명을 부여받았으나 대출 및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결국 낙마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 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지만 인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스레 인사 검증 기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제안을 받는 인사 열에 일곱 정도는 스스로 "검증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오 전 수석에 이어 추가 낙마자가 나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자칫 임기 초반 인사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여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여당 의원의 일원으로서 집권 초기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인사 수난사는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발표한 1차 조각에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은경 환경부 후보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에 휘말려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 인사도 이명박 정부의 닮은꼴이었다.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는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이 불거져 지명 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도 스스로 물러났다. 2014년 6월에는 사의를 밝힌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지명한 안대희(고액 수임 전관예우 논란), 문창극(역사관 논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조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혼인신고 사건 등으로 사퇴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낙마했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5일 만에 학제 개편 논란 등으로 사퇴했다. 역대 정부에서 낙마자가 속출한 것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한 것이 원인이지만 대통령의 오기 인사도 한몫했다.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고집하면 주변에서 누구도 강하게 반기를 들기 어렵다. 결국 주요 보직에 임명되거나 지명된 뒤 논란이 불거져 낙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leejc@newspim.com 2025-06-14 06:00
사진
李대통령, 대북 전단 처벌대책 지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방과 사후 처벌에 대한 대책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이날 새벽 강화도에서 민간 단체가 북한 지역으로 전단을 살포한 것이 확인되면서 내린 지시로 파악됐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불법적인 대북 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정부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위반한 데 대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오는 16일 통일부 주관으로 유관 부처 회의를 열어 대북 전단과 관련한 종합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 단체와 개인에 대해서는 법 위반 여부를 따져 조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통일부의 대북 전단 불법 살포 자제 요청에 '이를 어기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ideopen@newspim.com 2025-06-14 19:5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