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방부에 공무원 피격 정보공개 청구
법률대리인 "안 되면 행정소송 불사할 것"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6일 "정부가 동생을 월북자로 몰면서 우리 가족을 무참하게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종합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이씨의 북한 피격 사살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에 정보공개 청구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씨는 이날 국방부에 ▲9월 22일 오후 3시 30분부터 같은 날 오후 10시 51분까지 북한군의 대화를 감청한 녹음 파일(오디오 자료) ▲9월 22일 오후 10시 11분부터 같은 날 10시 51분까지 피격 공무원의 시신을 훼손시키는 장면을 촬영한 녹화파일(비디오 자료) 공개를 공식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북한군 피격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종합민원실 앞에서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10.06 dlsgur9757@newspim.com |
요청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과 만난 이씨는 군, 해경을 비롯해 정부에서 공무원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면서 "이 사건에는 기승전결 중에 '기승전'이 빠져 있고 '결'만 있다"며 "정부는 '결' 하나로 (동생을 월북자로) 추정하고 단정하고 발표해서 우리 가족을 무참하게 짓밟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이어 "어떻게 구명조끼를 입었으니까, 부유물이 있으니까 월북 정황이 있다고 성급하게 단정짓고 그런 내용을 전달해서 국민들이 사실로 오해하도록 만들 수가 있느냐"며 "이제 이 사건은 진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다. 왜 (정부가) 거짓말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앞으로는 월북이란 단어를 쓰지 않겠다. 아직 법적으로 판단된 게 아니기 때문에 월북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실종자의 신분이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공무원 이씨의 아들이 대통령 앞으로 쓴 편지에 대해 "나도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해경이 조사하고 수색하고 있으니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한 데 대해 "뭘 조사한다는 것이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금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CCTV나 구명조끼 착용 여부, 동선 파악 등은 안 하고 있다. 그런데 뭘 조사한다는 것이냐"며 "국방부에 청구하는 정보나 좀 주시면 좋겠다"고 성토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북한군 피격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종합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0.10.06 dlsgur9757@newspim.com |
이씨는 그러면서 가족들을 위해 사망한 동생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끝까지 할 것이며 그를 위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이씨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국방부가 군사 기밀이라면서 비공개를 할 수도 있는데, 국방부가 가진 정보중에 군사기밀을 분류한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며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지 못한 상황에서 왜보호하지 못한 건지 국민이 물었을 때 이건 군사기밀이라며 비공개하는 건 군사기밀의 존재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와 같은 비극적 상황이 다신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정보공개를 통해서 국방부와 국민이 함께 고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만일 국방부에서 비공개 처분을 한다면 그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할 것"이라며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국가기관이 기밀을 이유로 비공개했지만 행정법원의 공개 판결이 난 경우가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북한군 피격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종합민원실 앞에서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10.06 dlsgur9757@newspim.com |
◆ 이래진 "조카 심리상태 걱정돼…악성댓글 공격 멈춰 달라" 호소
이씨는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조카(공무원 이씨의 아들)를 비롯,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며, 가족들에 대한 악성댓글 등 공격을 멈춰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씨는 "자기 자신의 가족, 형제, 아들, 딸이 이런 사고를 당했으면 그렇게 엄청난 댓글로 공격을 하시겠느냐"며 "댓글을 안 보면 된다지만 아무래도 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2차 피해로 인해 조카의 심리상태가 흔들릴까봐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트위터를 비롯 전화로 엄청난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공격을 받더라도 나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동생의 명예 회복을 최선을 다 해서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