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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면세점 유찰 반복되니 수의계약?...롯데·신세계 나란히 입성하나

기사입력 : 2020년09월23일 13:54

최종수정 : 2020년09월23일 13:54

두 차례 유찰로 3차 공고..."수의계약 검토한다"
롯데 주류, 신세계 패션...화장품 4차 입찰 전망
업계 "잦은 유찰, 인천공항 매력 떨어졌단 증거"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이 유찰을 거듭하면서 한층 복잡해졌다. 급기야 인천공항공사는 3차 입찰부터는 사업자와의 수의계약을 추진한다는 압박 카드를 꺼냈다.

연간 400억원대 임차료 조건에서도 사업 의지가 있는 사업자는 호텔롯데와 신세계디에프 둘 뿐이다. 하지만 롯데·신라·신세계 면세사업자 모두가 연말까지 인천공항과 힘겨루기를 벌이며 임차료 수준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3차 입찰 2개의 시나리오...롯데·신세계 2개 구역 차지 vs 全 사업지 또 유찰

인천공항공사는 23일 제1여객터미널(T1) 4기 사업자 선정을 위한 3차 재입찰 공고를 냈다. 공고 내용 중 최저수용 임대료 조건은 2차 공고와 동일하다. 입찰의 기본 형식은 경쟁입찰이며 마감 시한은 오는 10월 13일 오후 4시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9.23 hrgu90@newspim.com

다만 공사는 3차 입찰부터는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반복된 유찰을 막기 위해 1개 구역에 1개 사업자만 응찰을 하더라도 수의계약을 진행하겠단 의미다. 공사는 올해 4기 사업자 선정에서 두 차례 실패했다. 1차는 코로나19가 원인이었으며, 2차는 참여 업체 수 미달로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전 구역이 유찰됐다.

전 사업권 유찰은 인천공항이 면세 상업시설을 운영한 이래 최초다. 지난 22일 마감된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은 기존 주류·담배 사업장을 유지하기 위해 DF3, DF4에 응찰했으며 신세계는 패션잡화 구역인 DF6에 응찰했다. 가장 임대료 수준이 높은 DF2(최소 연 842억원)는 전 사업자로부터 외면당했다.

3차 입찰부터 수의계약 가능성이 제기되자 업체들의 눈치싸움은 한층 치열해졌다. 업계는 우선 사업의지가 있는 롯데(DF3 또는 DF4)와 신세계(DF6)가 나란히 4기 사업자로 선정될 것이란 가능성을 제시한다. 공사가 이들과 수의계약을 맺은 후 1개의 담배·주류 구역과 DF2는 4차 공고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2차 입찰에 참여했으니 연간 400억원대 임차료를 납부하면서 계속 사업 의지가 있단 것을 내비쳤다는 게 근거다. 2차 입찰부터 공사가 최저수용가능 임대료를 30% 인하하면서 DF3는 505억원, DF4는 462억원, DF6는 303억원으로 첫 5년간의 최소 임대료가 변경됐다. 

공사는 이들과 수의계약을 진행 시 임대료를 두고 추가 협상에 나서게 된다. 공사가 아쉬운 입장이 되므로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단 의미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이 공사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반복되는 유찰을 막기 위해선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롯데 신세계와) 수의계약을 진행한다면 가격 협의와 국토부 감사를 개별적으로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사의 희망사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가 수의계약이라는 압박카드를 꺼낸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신라면세점이 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3차 입찰엔 롯데와 신세계가 더 낮은 임차료를 베팅할 수도, 아예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고의적 불참을 택할 수도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3차, 4차 유찰을 거듭하며 가격조건을 낮추기 위해 모든 업체들이 계산적으로 불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가격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3차에서만 경쟁이 치열할 리는 없다"며 "업체들은 임대료를 더 낮출 가능성이 보인다면 유찰 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수의계약은 지난 2017년 사례가 있다. 당시 제2여객터미널(T2) DF3 사업권은 높은 임대료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운영 부담으로 여섯 차례 유찰을 경험한 끝에 신세계면세점을 주인으로 맞았다. 

[영종도=뉴스핌] 이형석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신규 확진자가 113명 증가해 누적 2만2504명을 기록한 16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 탑승수속 카운터의 불이 꺼져 있다. 2020.09.16 leehs@newspim.com

◆면세업계 "인천공항 모양새 안 좋다...반복된 유찰 근본적 원인 생각해야"

면세사업자들은 인천공항공사가 수의계약을 감안해 재입찰을 진행한다는 것을 압박 카드로 받아들였다. 두 차례 흥행에 참패한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야 4기 사업자 선정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우선 임대료 수준이 터무니 없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2015년 T1 3기 사업자 계약을 체결할 때 공사 측은 "T2 설립 이후인 2차 사업연도부터는 임대료를 할인해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 조건대로라면 4기 사업자의 최저수용임대료 선은 3기 대비 낮아야 한다.

업계는 재재입찰 공고마저 가격 조건이 동일한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눈치다. B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27% 정도 할인이 됐지만, 재입찰 시 공사가 제시한 최저수용임대료는 3기 임대료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며 "공사가 고정 임대료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임대료 할인 폭을 높이는 편으로 갔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기 사업자 연장 계약을 맺은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태다. 99% 여객수 감소로 임대료가 거의 0원에 가깝지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공사가 전년 여객수요의 80% 이상 회복 전까지 매출 연동 임대료를 적용한다고 했음에도 마냥 좋은 조건이 아니란 지적이다.

인천공항 사업장의 매력 자체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업체들은 고정비 부담이 큰 인천공항 출국장에서는 제품 마진을 낮출 수 없다. 즉 출국장 면세점은 인터넷면세점 대비 면세품 가격이 높아 젊은 층의 수요를 이끌기 어렵다. 

C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에서의 구매가 10년 전 대비 확연히 늘어난 상태"라며 "상업시설로서의 경쟁력이 과도한 임대료 탓에 떨어졌다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공사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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