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분사 추진했으나 자본시장 위축으로 철회
LG화학,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하며 주가 고공행진
분사 통해 자금 유치…배터리 치킨게임 대비할 듯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배터리 사업 분사와 관련해 사업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이 지난 3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같이 언급하면서 수면 아래 잠자던 분사설이 다시 떠올랐다.
LG화학이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전지사업본부를 분사할 것이란 전망은 그 동안 줄기차게 제기됐다. 지난해에는 전지사업 분사 작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사내에 설치하고 올 7월 분사 후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1월 15일 경남 함안에 위치한 동신모텍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팩 하우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화학] 2019.11.15 dotori@newspim.com |
이는 결과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LG화학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데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워낙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전지사업 분사 및 상장의 적기가 도래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LG화학이 전지사업의 분사를 검토하는 것은 투자자금 확보 때문이다.
배터리 생산설비 투자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LG화학이 향후 배터리 치킨게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려면 상당한 재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LG화학이 올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 기업은 물론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테슬라와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LG화학이 인적 분할 또는 물적 분할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분사 해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이 단기간에 자금을 끌어 모을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LG화학이 지난 1분기 분사 작업을 중단한 것은 배터리 사업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매출 규모는 크지만 글로벌 기업 간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반도체처럼 중국 기업과의 압도적 기술 격차를 자신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시장 침체 분위기도 한 몫 한 것으로 전해졌다.
LG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흑자가 나는 구조가 안착돼야 한다"며 "자동차용 대형 배터리는 2분기 들어 이제야 흑자가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을 빠르게 제치면서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테슬라를 포함해 전 세계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 주가도 지난해 말 대비 2배 이상 오르면서 시총 50조를 돌파, 코스피 시총 4위에 안착했다.
미국 폴란드 중국 등 해외 생산 공장의 수율도 지난해 대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당분가 흑자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분사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차 부사장 역시 컨퍼런스 콜에서 "2분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구조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LG화학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자료=LG화학] |
다만, 실제 분사를 하더라도 형태가 어떤 식이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LG화학은 ㈜LG의 자회사(지분율 33.34%)인데 물적 분할을 할 경우 분사된 회사는 ㈜LG의 손자회사가 된다. 분사된 LG전지(가칭)를 상장하면 지배구조도 안정적이고 자금을 유치하기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규제 탓에 여타 자동차 업체와의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른바 자동차-배터리 업체 간 합종연횡에서 스텝이 꼬일 수 있다.
이 때문에 LG전지를 ㈜LG의 자회사로 두는 인적분할 방식이 거론된다. LG하우시스도 2009년 LG화학에게서 인적 분할 돼 쏠쏠한 재미를 봤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인적분할을 한다면, 사모펀드로부터 유상증자를 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며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너도나도 달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분사설과 관련해 LG화학 측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라며 "미확정 공시를 한 상태로 추가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답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