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첫선 공개 하루 앞서 기자간담회...1인 쇼퍼 플랫폼 지향
배송 서비스도 다각화...출혈 경쟁 지양하고 최적가로 승부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30대 직장인 임재영씨와 50대 교수인 김형진씨가 이용하는 '롯데온'의 메인 화면은 사뭇 다르다. 사무실이 잠실에 있는 임씨는 롯데의 헬스뷰티(h&b) 스토어인 롭스를 자주 찾는다. 임씨의 쇼핑 패턴을 읽은 롯데온은 임씨의 롯데온 첫 화면에 단골 지점인 롭스 잠실캐슬점의 매장 정보를 안내했다. 매장에서 하는 행사와 혜택은 물론, 매장에 궁금한 점을 빠르게 문의할 수 있게 전화 연결서비스도 제공했다.
또 다른 고객인 김씨가 롯데온 앱을 처음 들어가면 단골 매장인 롯데백화점 본점이 뜬다. 그가 선호하는 명품 상품도 빅데이터를 통해 추천하고 직접 매장에 가지 않아도 쇼핑이 가능하도록 '라이브 커머스'도 보여준다.
30대 직장인 임재영씨(사진 왼쪽)와 50대 김형진씨의 롯데온 첫 화면의 모습. [사진=남라다 기자] 2020.04.27 nrd8120@newspim.com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인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이 28일 베일을 벗는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통해 본격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선다. 롯데온의 관전포인트는 개인 맞춤형 플랫폼, 계열사의 배송 서비스 연계, 오픈마켓의 상품 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온픽 지수' 세 가지로 압축된다.
◆롯데온, 1인 쇼퍼 플랫폼 지향...매장ON·내관심 매장 도입
롯데쇼핑은 27일 오전 서올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롯데온 플랫폼 운영 전략을 밝혔다. 롯데온은 오는 28일 첫 공개된다. 롯데온은 롯데 유통 7개 계열사인 롯데백화점·마트·슈퍼·롭스·홈쇼핑·하이마트의 온라인몰을 한 데 모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다. 현재 계열사가 갖고 있는 앱은 폐쇄하지 않고 기존대로 운영한다. 기존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이 자리에서 2023년까지 20조원의 온라인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대표는 "2023년까지 20조원의 온라인 매출과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운영에 대한 비용, 투자비도 최소화해 이익 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임재영씨(사진 왼쪽)와 50대 김형진씨의 롯데온 첫 화면의 모습. [사진=남라다 기자] 2020.04.27 nrd8120@newspim.com |
롯데온의 가장 큰 핵심 경쟁력은 '초개인화'다. 롯데온을 고객 1명을 위한 쇼핑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 롯데쇼핑의 전략이자 차별점이다.
롯데그룹이 갖고 있는 온·오프라인 고객의 데이터가 있어 가능한 전략이다. 현재 롯데멤버스의 회원 수는 3900만명에 달한다. 국내 인구 수의 70%를 차지한다.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고객의 소비 행태 데이터와 결합하면 경쟁사인 SSG닷컴과 쿠팡이 갖고 있는 고객 데이터와 견줄 수 없는 막대한 데이터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회원의 구매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해당 고객의 다음 구매리스트를 미리 예측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특정 고객이 롭스에서 립스틱을 구매해도 롯데닷컴에서는 해당 립스틱을 계속 추천하는 한계가 있었다. 롯데의 계열사 내에서도 고객의 구매 정보는 별도로 관리하고 있어 고객이 다른 쇼핑몰에서 립스틱을 구매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롯데온은 흩어져 있던 롯데 유통 계열사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통합해 상품 추천의 정확도를 높였다.
가령 A고객이 롯데백화점에서 수영복을 구입하고 롯데마트에서 선크림을 구매했다면 롯데온에서는 물놀이 용품이나 여행 캐리어 등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단순히 상품 종류에만 국한하지 않고 여행과 관련된 상품도 추천 목록에 추가한다. 한층 진화된 상품 추천 서비스인 셈이다.
이는 롯데쇼핑 유통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를 400여가지 개인 속성값을 지닌 데이터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가능했다.
또한 단골 매장의 혜택을 보여주는 '매장온(ON)' 서비스도 도입했다. 매장온에서는 내가 지정한 단골 매장의 할인 혜택과 이벤트를 볼 수 있다. 각 매장의 매니저들도 자체적으로 온라인 마케팅 진행도 가능하다. 자주 방문하는 고객을 위해 할인 쿠폰을 제공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찍어 온라인 상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도 있다.
고객이 관심을 보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하는 '내 관심' 매장 서비스도 선보인다. 고객이 평소 선호하는 특정 브랜드를 '찜' 해두면 해당 브랜드에서 고객이 아직 구입하지 않은 상품과 행사장을 추천한다.
◆배송 서비스 다각화.."온라인 통합 물류센터는 아직 검토 중"
배송 서비스도 유통 계열사들의 배송 서비스를 연계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빠른 배송보다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롯데의 강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롯데의 오프라인 매장은 1만5000개에 달한다.
출근 전 상품을 받는 새벽 배송부터 주문 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내로 받아 볼 수 있는 바로배송 서비스까지 갖췄다.
고객은 배송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롯데마트 풀필먼트 스토어를 비롯해 ▲롯데백화점의 '바로배송' 서비스 ▲롯데슈퍼의 '새벽배송' 서비스 ▲세븐일레븐 '스마트 픽' 서비스 중에서 맞춤 선택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앞으로 롯데마트의 풀필먼트 스토어를 확대해 전국 어디에서나 바로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마트의 풀필먼트 스토어는 중계점과 광교점에서만 운영 중이다.
바로배송 서비스도 퀵 배송 개념을 더한다. 우선 서울 및 수도권 롯데백화점에서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고객이 롯데온에서 주문하면 즉시 상품 준비가 완료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2018년 롯데온 계획을 발표할 당시 언급했던 '온라인 통합 물류센터'는 올 연말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 조 대표는 "온라인 통합 물류센터는 아직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각사가 운영하던 거다. 내일 롯데온이 출범하는 만큼 올해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고 내년 안에는 물류센터를 완성하는 것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형 오픈마켓 도입...최저가 아닌 최적가로 정면 승부
'관리형 오픈마켓'도 시행한다. 유통 기업뿐 아니라 일반 판매자 등 다양한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입점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특히 판매자와 상품을 평가할 수 있는 종합 지표인 '온픽(ON Pick) 지수'를 활용해 상품 노출 순위를 정한다. 높은 점수를 받은 판매자의 상품이 최상단에 노출되는 방식이다. 온픽 지수는 가격을 포함해 고객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렇게 되면 롯데의 계열사 뿐 아니라 일반 판매자들의 경쟁이 심화돼 출혈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가를 향한 경쟁이 심화되면 오히려 계열사간 경쟁을 부추겨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쇼핑은 출혈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 대표는 "가격을 싸게 판매하는 최저가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는 방법으로 쓰지 않기로 했다"며 "시장에서 얼마에 팔 때 이익이 나는지를 파악해 '최적가'를 셀러들에게 제시해 이익이 날 수 있게 할 것이다. 적자를 내면서 사업을 영위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판매자와 플랫폼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모델'도 적용한다. 인공지능(AI)이 분석한 온·오프라인 구매 트렌드 데이터도 판매자들과 공유하고 향후 롯데그룹의 창업 전문 투자회사인 롯데액셀러레이터와 협업해 스타트업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