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비상사태라 전화진료 가능" vs 병협 "미래적 안목 필요"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지난 2월부터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화상담·처방(전화진료) 건수가 10만 건을 돌파한 가운데, 향후 전화상담·처방을 포함한 원격의료 도입 가능성에 대해 의원과 병원의 입장차이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부터 4월 12일까지 7주 동안 시행된 전화진료 횟수는 총 10만3998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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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진료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3072곳이었으며, 종별로는 의원급이 2231곳으로 가장 많았고 병원급이 275곳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이라는 특이한 상황이지만, 2500곳에 달하는 병의원이 전화진료라는 형태로 비대면진료를 실시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 시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원이 부정적인 반면 병원은 비교적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입장이 엇갈렸다.
◆ 개원가 "지금은 전시와 같아...비대면 진료 책임소재 불분명"
일차의료기관인 의원들의 모임인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비상사태에서 전화진료를 할 수는 있어도, 코로나19 이후 전화진료 시행에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 회장은 "지금 시국은 매우 특이한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전시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코로나 이후까지 원격의료를 시행할 수 있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의사는 환자와 대면진료를 통해 환자의 다양한 증상을 파악할 수 있는데, 전화진료를 포함한 원격의료는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의사는 환자가 내원하면 진료과목이 아니더라도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다. 걸음걸이를 보거나 안색을 보고 빈혈이나 황달 등의 질병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며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의료접근성이 좋은 나라인데, 코로나 이후의 원격의료 도입은 위험성이 있다. 여기에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현재 시행 중이 전화진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의원에서 전화진료를 받는다고 해도 약국에 처방을 받기 위해 방문하는 것은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감염병 확산 차단이 목적이라면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방문하는 것도 이상하다"며 "의약품 택배배송은 논하지 않고 왜 전화진료만 시행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를 하더라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특수상황에서 원격의료가 이뤄졌다고 그대로 도입하려고 하면 반발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로이터=뉴스핌] 박우진 기자 = 중국(中國) 베이징(北京) 칭화대(淸華大) 항공우주대학 건물에서 지난 3월 4일 연구진이 원격의료 로봇 성능을 실험하고 있다. . 2020.03.04 krawjp@newspim.com |
◆ 병원협회 "의료기관 내에서만 진료하는 것은 규제"
병원계는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 시행에 있어 개원가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원격의료의 특성상 의원이나 동네병원에서 경증질환을 중심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5월부터 대한병원협회 수장을 맡게 되는 정영호 신임 회장은 "원격의료는 일차의료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의원과 동네병원에서 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미래적인 안목을 갖고 볼 때 필요하다는 것이 병협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 신임 회장은 "의료기관 내에서만 진료하는 것은 규제 아닌 규제가 될 수 있으며, 오히려 의료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원격의료의 금지로 국내 의료기기 회사나 의료장비, 인공지능 등 의료 관련 수많은 산업의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원격의료가 도움이 된다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의 수요가 충분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 회장은 "한국은 의료시스템 자체가 의료이용자 중심으로 최적화돼 있다"며 "비용도 저렴하고 접근이 편리한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특수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원격의료라는 표현보다는 의료주변산업을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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