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책임 소재 놓고 미중 양국 갈등 점화
중국 외교부 '미군 음모론'으로 미국에 역공세
[서울=뉴스핌] 이동현기자= 미국과 중국이 통상 갈등에 이어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은 코로나19 발생의 원인에서부터 책임 소재에 이르기까지 마찰이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세계 최강대국인 G2 사이에 협력 대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은 미국의 우한(武漢)내 '자국민 대피 작전'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수백명의 자국민을 전세기로 동원해 대피시키는 한편, 중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가장 높은 단계를 격상시키면서 자국민의 중국 여행 자제를 촉구했다.
이후 전 세계 60개국이 중국에 대해 미국과 유사한 여행 제한 조치를 취했고, 20여개 국가가 우한에서 자국민을 대피시켰다. 이에 중국 당국은 미국의 과민 반응으로 다른 국가에게 나쁜 선례를 제시했다고 반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월 15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이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됐고,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장한다고 미국측을 질타했다.
[사진=셔터스톡] |
특히 미국 고위 관료들은 중국의 대응방식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 양국의 갈등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래리 커들로(Larry Kudlow)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비롯한 관료들은 투명하지 않은 중국의 질병 통제 및 미흡한 국제 협력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Robert O'Brien) 미국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최근 '중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늑장 대처로 전 세계에 걸친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오 (Mike Pompeo) 미 국무 장관은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해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중국 측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중국도 미국 측의 '중국 책임론' 제기에 강하게 반발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각 도시 봉쇄와 같은 강력한 방제 조치로 인해 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준비하는 시간을 벌어줬다'고 주장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한술 더떠 미국이 코로나19의 발원지란 역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져왔다'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미국의 음모론을 제기했다[사진=바이두] |
결국 미국은 자오리젠이 제기한 음모론에 대해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 대사를 초치하는 강수를 뒀다. 홍콩 SMCP에 따르면, 13일 미국의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데이비드 스틸웰 차관보는 추이톈카이 대사에게 엄중하게 항의했다.
쑨윈(孫韻) 미국 스팀슨센터의 중국 전문가는 '중국은 위기 상황에서 외교적으로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평판 손상 우려로 인해 더욱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dongxu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