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3홀 중 하나
길이 137야드이나 아일랜드 그린·바람·통나무 파일링 등 특징…12타·5퍼트 나오기도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12일(현지시간) 미국PGA투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의 하이라이트는 17번홀이라 할 수 있다.
이 홀은 길이 137야드로, 파3홀 중에서도 짧은 편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희비가 이 홀에서 갈리곤 한다.
그린(넓이 372㎡, 약 112평) 사방이 물인 아일랜드 형태인데다 바람이 수시로 분다. 티샷이 조금 빗나가면 볼은 연못에 빠지기 일쑤다. 그린 가장자리는 설계가 피트 다이 특유의 나무 파일링을 박아 놓았다.
하늘에서 본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 17번홀 주변. 연못 가운데 하트 모양으로 된 것이 17번홀 퍼팅그린이다. 티잉구역은 사진 아래 중간쯤 나무 두 그루가 있는 곳이다. [사진=미국PGA투어] |
이 홀은 오거스타 내셔널GC 12번홀, 페블비치GL 17번홀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3홀로 정평났다.
이 홀에서 나온 얘기는 많다. 봅 트웨이는 2005년 3라운드 때 이 홀에서 볼을 물에 네 차례 넣은 끝에 12타를 쳤다. 9오버파이니, '노뉴플(nonuple) 보기'다. 12타는 지금까지 이 홀 최다타수로 기록되고 있다.
프레드 펑크는 2001년 대회 때 이 홀에서 5퍼트를 했다. 2007년에는 나흘동안 이 홀에서 물에 들어간 볼이 93개나 됐다.
그런가 하면 1987년 폴 에이징어는 이 홀에서 나흘 내내 버디를 잡았다. 대회 역사상 유일무이하다. 베른하르트 랑거는 2008년 2라운드 때 18m 거리의 퍼트를 넣어 박수를 받았다. 최경주는 2011년 대회 4라운드 때 이 홀에서 약 3m 거리의 버디퍼트를 넣어 연장 돌입의 발판을 마련한 후 이 홀에서 열린 연장 첫 홀에서 데이비드 톰스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이 홀에서 나온 해프닝을 모았다.
◆매트 쿠차의 백워드 스트로크
이 홀 그린 진출입로는 그린 뒤편에 길다랗게 나있다. 2015년 매트 쿠차의 볼이 그린너머 이 통로에 멈췄다. 볼이 연못(페널티구역) 경계선에 붙어 있어 오른손잡이인 그가 제대로 스탠스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클럽을 왼손잡이 식으로 돌려잡고 치거나, 그린을 등진 채 백워드로 스트로크하는 수밖에 없었다. 쿠차는 후자를 택했다. 볼은 그린에 올라갔다.
◆나무 파일링이 준 행운과 불운
2011년 벤 크레인의 티샷은 그린 뒤편 나무 파일링에 맞고 바운스, 연못을 넘어 갤러리들이 앉아있는 러프에 멈췄다. 바운스 만큼이나 큰 행운이었다. 2017년 이케다 유타의 티샷도 그린 오른편 파일링을 맞은 후 왼쪽으로 바운스돼 그린에 멈추는 운이 따랐다. 그 반면 2018년 브라이언 하먼은 티샷한 볼이 러프와 파일링 사이에 끼이는 불운을 겪었다.
◆새가 정지한 볼을 물어가다가 연못에 '퐁당'
1998년 대회에서 한 선수가 티샷한 볼이 프린지에 정지했는데 새가 그 볼을 물어 날아가다가 연못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경우 벌타 없이 다른 볼을 원래 볼이 있던 자리에 놓고 치면 된다. 당사자는 황당해했지만, 갤러리들은 기이한 광경을 즐겼다.
◆러프와 프린지 사이에서
이 홀은 볼이 그린을 벗어날 경우 연못으로 들어가는 막아주기 위해 러프를 제법 길러놓는다. 그러다보니 러프와 프린지 사이에 볼이 멈추는 수가 많다. 러프 바로 밖은 연못이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이 경우 웨지로 칠 것인가, 퍼터로 칠 것인가 망설인다.
2016년 잭 블레어는 퍼터를 반시계 방향으로 90도 돌려잡고 토(헤드 앞끝)로 쳐 홀인하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2015년 타이거 우즈도 두 클럽 사이에서 고민했다. 퍼터 토로 칠 것인가도 생각했으나 결국 샌드웨지를 선택했는데 친 볼이 홀로 들어가 박수를 받았다. 그 반면 리처드 리는 2014년 퍼터로 치려다가 실수해 볼이 약 30cm 나가는데 그치자 고개를 떨궜다.
◆케빈 나의 '선행 동작'
케빈 나는 2016년 대회 때 티샷이 마음에 안들었던지 스트로크 후 클럽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러나 볼은 잘 나갔고 그린 경사를 타고 홀옆 1.5m 지점에 붙었다. 그는 머쓱했던지 웃었다.
케빈 나는 짧은 거리의 퍼트를 한 후 볼이 홀에 들어갈 듯하면 서둘러 볼을 꺼내려는 제스처로 유명하다. 지난해 타이거 우즈와 동반 플레이할 때에도 그랬다. 그가 1.2m 거리의 퍼트를 한 후 특유의 몸짓으로 다가가 볼을 꺼냈고, 우즈 역시 1m 거리의 퍼트가 홀을 향하자 케빈 나를 흉내내려는 듯한 동작으로 볼을 홀에서 꺼내들어 웃음을 자아냈다. ksmk7543@newspim.com
매트 쿠차가 2015년 대회 때 이 홀 퍼팅그린 뒤편 통로에서 그린을 등진 채 백워드로 스트로크하고 있다. [사진=미국PGA투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