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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뚫고 간쑤성을 가다] ③ 베이징과 다른 중국, 사막 사람들의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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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탄 난로에 피어나는 따뜻하고 순박한 인정
라오텐펑 불넘기 전통 의식으로 설 새벽 밝혀
황사 발원지, 급속한 사막화로 농토 마을 잠식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탕위안(汤圆,대보름에 먹는 새알심)드세요. 즐거운 대보름입니다". 간쑤성 민친(民勤)현의 친구 예펑위한데 2월8일 정월 대보름 축하문자가 왔다. 베이징에 언제오냐고 묻자 회사와 정부 통지에 의해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지금 재택근무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16일 저녁 재차 연락을 하자 17일 출발 기차표를 취소한 것을 포함해 벌써 세번이나 출발 날자를 연기했다고 소개했다.

그러고 보니 예펑위 집에 다녀온지 벌써 보름이 넘게 지났다. 보름전인 설날 예펑위 고향집에서 설을 보낼 때까지만 해도 우한(武漢)의 전염병 코로나19가 이렇게 까지 무서운 기운으로 세상을 뒤흔들 줄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못했다. 베이징서 비행기를 두번 갈아 타고 버스와 택시와 오토바이로 민친현 다바(大壩)향 왕모이스(王謨一社) 마을에 도착했을 때 예펑위의 모친은 막 밀어서 따근하게 끓인 국수를 내줬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예펑위 부친은 정부가 마련해 준 마을 공동 축사에서 스무마리 정도 양을 키워 부수입을 올린다.  2020.02.17 chk@newspim.com

국수 한사발을 비우고 밖으로 나오니 마을 길 끝에 양축사가 보이고 그곳에서 부터 광막한 사막이 펼쳐진다. 저녁 노을을 입은 황토 사막은 마치 황금 호수처럼 빛을 발했다. "지금은 땅이 메말랐어요. 옛 서하(西夏)시대 때만 해도 물도 많고 토지도 비옥했다고 합니다. 수백년에 걸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예펑위는 오래전 CCTV가 그런 내용으로 이 일대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다고 했다.

예펑위는 "한국도 봄 마다 황사때문에 골치인 줄 안다"며 "이곳이 중국의 대표적인 황사 진원지중 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사막 한가운데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의 집터가 모래에 파묻혀 있고 좀 더 걸어가자 황토 벽돌을 구웠을 법한 가마터가 눈에 띈다. 예펑위는 "수십년에 걸쳐 많은 마을이 모래에 덮혀 흔적없이 사라졌다"며 "지금도 매년 몇미터씩 모래가 농토를 덮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중국 간쑤성 민친현 일대는 수백년에 걸쳐 사막화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해에도 몇미터씩 농지가 황토 모래에 의해 잠식되는 병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월 24일 오후 예펑위네 집 옆 대지가 황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0.02.17 chk@newspim.com

사막에 어둠이 찾아오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스름해진 저편 마을 어귀쪽에서 저녁식사를 하라고 예펑위 모친이 우리를 부른다. 난로는 아까보다 더 따뜻해졌고 막 시작한 TV 춘완(春晩, 중국의 설 특집방송)에서는 '부모'를 주제로 한 가곡이 흘러나왔다. 섣달 그믐날 예펑위네 저녁 식탁은 삶은 양고기, 찜통에 쪄낸 소고기, 그리고 훈재 돼지고기 요리로 풍성했다.

예펑위의 부친은 미리 준비해 뒀는지 부엌에서 백주를 한병 가져다 식탁위에 올려놓는다. 그는 평소 술을 많이 안마시는 사람이다. 하지만 오늘은 난생 처음으로 외국 사람을 맞아 함께 설을 쇠는, 평생동안 기억될 날이라며 연신 건배를 제안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섣달 그믐날(음력 12월 30일) 저녁 예펑위의 모친이 거실에서 가족들이 설날에 먹을 만두를 빚고 있다.  2020.02.17 chk@newspim.com

TV 설특집 프로그램에서는 신중국 70주년을 기리고, 2020 소강사회를 축원하는 출연자들의 재담과 고향을 주제로 한 가곡들로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식사를 마친 예펑위의 모친은 거실 한켠 TV 옆에서 정겨운 모습으로 만두를 빚었다. 갈탄으로 덥혀진 난로옆 털실로 뜬 블랭킷 방석에 앉아 우리는 백주를 마시고 춘완의 가곡과 소품(재담)을 들으면서 왕모이스 마을을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

자정이 다가오자 예펑위는 마당 한 구석에 미리 준비해놓은 푹죽을 떠뜨렸다. 엽집, 그 옆집 그리고 또 그옆짚, 집집마다 터뜨리는 폭죽소리는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사막의 밤 하늘로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예펑위는 코로나 19가 이 소리를 듣고 민친현에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씩 웃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예펑위네 가족들이 설날 새벽 집 밖에서 짚단으로 피운 불을 뛰어넘는 랴오텐펑 행사를 치르고 있다. 랴오텐펑 풍습은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이 지방의 고유한 전통 설 의식이다.  2020.02.17 chk@newspim.com

예펑위 부친은 "악한 기운이 놀라서 달아났을 거"라며 한해 내내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동네 골목 골목 퍼지는 매캐한 화약 냄새, 세상이 꽁꽁얼어붙을 것 같은 맹추위, 차가운 사막의 밤하늘을 뒤덮은 주먹만한 별들. 우리는 왕모이스 마을의 음력 정월 초하루의 그런 풍경을 어둠속에 남겨두고 방으로 들어와 난로 곁에 둘러앉아 만두를 먹으며 남은 술을 마저 비웠다.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잠을 깨니 7시가 좀 넘었는데 예펑위가 빨리 옷을 입고 밖에 나가자고 재촉한다. 눈을 부비며 집 뒤란 쪽으로 따라나섰는데 기온은 어젯 밤 보다도 훨씬 더 떨어졌다. 뒤란과 이어져 있는 밭으로 나온 예펑위 가족들은 양 축사에서 가져온 짚단에 불을 붙여놓고 마치 줄넘기를 하듯 이 불 더미를 뛰어넘었다.

예펑위 부친이 어제 저녁 식사때 일러준 이 동네 전통 행사 랴오텐펑(燎天蓬)의식이다. 권유에 따라 함께 불더미를 뛰어넘으며 소원을 빌었다. 마지막으로 폭죽을 놓은 뒤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시계를 보니 아침 8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캄캄하다. 예펑위는 이곳 일출이 8시 19분으로 베이징보다 두시간 정도 늦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1월 25일 민친현 왕모이스 마을에서 장거리 택시를 타고 우웨이시로 향하는 길에 시내에 가까워지자 체온측정과 인적 사항 파악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한 엄격한 방역활동이 시행되고 있었다.  2020.02.17 chk@newspim.com

설날 아침 식사는 어제 빚어 집밖에 꽁꽁 얼려 말린 만두와 돼지고기 편육 땅공 야채 볶음 등으로 푸짐하게 차려졌다. 아침식사를 하던 도중 예펑위는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더니 "간쑤성에도 결국 코로나19가 들어왔다. 간쑤성에서 어제(1월 24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2명 나왔다고 성 정부가 발표했다"고 알려줬다.

예펑위 가족은 점심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괜히 마음이 부산해진 나는 좀 일찍 길을 나서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저녁 6시 기차여서 시간은 넉넉했지만 기차역이 있는 우웨이시에 미리 나가 코로나19 현장 분위기를 살펴볼 작정이었다.

장거리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가는데 어제 올때 보다 검역과 통제가 훨씬 엄해졌다. 이로부터 사흘후인 1월 28일 예펑위로 부터 민친현-우웨이간 시외버스와 택시운행이 막혔다는 문자가 왔다. 본래 1월 29일 날자로 베이징 기차표를 사놨는데 갈 수 없게 됐다는 얘기였다. <4번에 계속>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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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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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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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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