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관련 업종 우선적으로 악화될 것"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관광과 관련된 업종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9일 '2020년 2월 경제동향'을 발표하고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이 완화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향후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작년 3월부터 경제 상황을 '부진'이라고 판단해오다가 지난달 처음 경기부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2020년 2월 KDI 경제동향 [자료=KDI] |
KD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거시경제적 파급을 예단하기 어려우나 향후 경기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관광과 관련된 일부 업종에서 부정적 영향이 우선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소비 위축이 가시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12월 소매판매액은 전월(3.6%)보다 확대된 4.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내구재는 승용차(24.5%)를 중심으로, 비내구재는 화장품(23%)을 중심으로 각각 12.6%, 4.8% 증가했다. 다만 준내구재는 의복(-9%) 판매 부진으로 4.4% 감소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4.2로 전월(100.5)대비 크게 개선됐다.
경기 흐름에 예민한 금융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다. 1월 종합주가지수는 2119를 기록해 전월 말(2197.7)에 비해 3.6%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1191.8원을 기록, 전월 말(1156.4원)에 비해 35.4원(3.1%)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3년물)는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증가로 전월 말(1.36%)보다 소폭 낮은 1.30%를 기록했다. 12월 가계대출은 7조6000억원 증가하며 전년동월(6조6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작년 12월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9% 늘면서 전월(-1.2%)대비 증가로 전환됐다. 특수산업용기계(-6.3%→13.2%)의 증가폭이 컸고, 운송장비도 자동차(-4.4%→14.6%)와 기타운송장비(13.9%→20.7%)를 중심으로 전월(2.8%)보다 확대된 17.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계류 내수출하도 11.2% 증가한 가운데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도 전월(17.9%)보다 높은 40.9% 증가했다. 특히 특수산업용기계 수주가 117.2% 증가했으며 일반산업용기계 수주도 41.1% 늘었다. 다만 1월 자본재수입액은 전월(2.5%)의 증가에서 감소(-8.4%)로 전환돼 설비투자 회복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건설투자는 토목부문이 개선되면서 감소폭이 축소되는 모습이다. 작년 12월 건설기성은 비주거용 건축과 토목부문의 증가로 전월(-4.8%)보다 감소폭이 축소된 -2.1%로 나타났다. 이 중 건축부문(-6.7%)은 부진이 지속됐으나 토목부문(8.5%)은 최근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건설수주는 건축과 토목 모두 확대되며 전월(16.3%)에 이어 높은 증가율(13.2%)을 기록했다. 건축부문이 주택(22.5%)을 중심으로 8.1% 증가하였으며, 토목부문은 도로⋅교량(82.0%), 토지조성(63.1%) 등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25% 늘었다.
2020년 2월 KDI 경제동향 [자료=KDI] |
수출은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6.1% 줄어들면서 조업일수의 영향으로 전월(-5.2%)보다 감소폭이 확대됐으나 조업일수의 영향이 배제된 일평균 수출액은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6.1%)로 전환됐다.
품목별로 선박(59%)이 크게 증가했으며, 반도체(-17.7%→-3.4%)와 석유제품(-6.7%→-2.2%)의 감소폭은 축소됐다. 12월 수출물량지수는 전월의 감소(-2.5%)에서 증가(7.7%)로 전환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대외 수요 위축이 수출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
작년 12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포인트 높은 3.2%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전월대비로도 1.4% 증가했다. 특히 광공업생산이 4.2% 증가하면서 전월(-0.2%)의 부진을 씻어냈다. 반도체(33.8%)와 기계장비(15.7%)의 높은 증가율이 유지되고 자동차(-11.2%→-4.9%)의 감소폭은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서비스업생산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9.7%→8.0%), 정보통신업(6.7%→7.0%), 부동산업(7.0%→9.0%) 등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전월(2.5%)보다 소폭 확대된 2.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 출하도 내수와 수출이 각각 0.5%, 9.9% 증가하면서 전월의 감소(-1.8%)에서 증가(4.4%)로 전환됐다.
1월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가격이 상승으로 전환(-4%→1%)되고 석유류가격 상승률도 큰 폭으로 확대(3.8%→12.4%)되면서 전월(0.7%)보다 높은 1.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조적인 경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도 전월보다 0.2%p 증가한 0.8% 상승했다.
KDI는 "세계 산업생산과 교역량 등 대부분의 실물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경기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메르스가 유행하였던 2015년 6~8월에도 면세점과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위축된 바 있다"고 분석했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