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까지 수사권 조정 실무 업무
"국민에게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경찰공화국 됐다"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김웅(51·사법연수원 29기) 법무연수원 교수가 정부가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비판하며 사의를 표했다. 김 교수는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김웅(오른쪽 두 번째) 법무연수원 교수가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7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주최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
김웅 교수는 14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에게 수사권 조정은 '아미스타드 호'와 같다"며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다.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안이란 것이 만들어 질 때 국민은 어디에 있었고 어떤 설명을 들었냐"며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국민이 이 제도 아래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의문과 질문은 개혁 저항으로만 취급됐다"면서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되어 부당한 이른바 3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냐"며 "수사권 조정의 선제조건이라고 스스로 주장했고 원샷에 함꼐 처리하겠다고 그토록 선전했던 경찰개혁안은 어디로 사라졌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 했기 때문은 아니냐"며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니냐"고 거듭 의심을 표출했다.
김 교수는 "물론 엊그제부터 경찰도 개혁할 것이라고 설레발 치고 있지만 사기죄 전문 검사인 제가 보기에 그것은 말짱 사기"라며 "해질녘 다 되어 책가방 찾는 시늉을 한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학교 갈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국민을 속이는 오만함과 후안무치에는 경탄한다"고 비꼬았다.
김 교수는 "같은 검사가, 같은 방식으로 수사하더라도 수사 대상자가 달라지면 그에 따라 검찰개혁 내용도 달라지는 것이냐"며 "수사 대상자에 따라 검찰개혁이 미치광이 쟁기질하듯 바뀌는 기적 같은 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시대의 필요라면서 형사부를 껍데기로 만드는 수사권조정안을 밀어붙이지 않았나"라며 "그러다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 수사를 줄이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갈지자 행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며 "경찰이나 검찰이나 늘 통제되고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해 온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이어 "비루하고 나약하지만 좋은 검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누군가가 대중 앞에서 정의로운 검사 행세를 할 때도 책상 위의 기록이 국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며 "권세에는 비딱했지만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혼과 정성을 바쳤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며 "봉건적인 명예는 거역하라"고 당부했다. 또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 대신 평생의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 교수는 전남 출신으로 서울대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인천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창원지검 전주지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법무심위관실, 광주지검 순천지청 등에서 평검사로 일했다.
광주지검 해남지청 지청장과 인천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등을 지냈다. 대검찰청 연구관 시절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실무 업무를 맡았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검사내전'의 원작으로 자신의 검사 생활을 엮은 책 '검사내전'을 펴내기도 했다.
brlee19@newspim.com